내게 일몰은, 너에겐 일출이다
내게 일몰은, 너에겐 일출이다
  • 승인 2017.04.2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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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연구소장
퇴근하는 길이었다. 차를 달려 집으로 가는 길, 서산에 걸린 해의 빛깔이 참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운 일몰(日沒)을 보고 있자니 생각하나가 내 머릿속에 집을 지었다. 지금 내가 보는 저 일몰은 누군가에게는 일출(日出)이겠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생각은 꼬리를 물었다.

하늘에 해는 분명 하나이지만 우리는 각기 달리 표현한다. 떠오르는 해, 지는 해처럼 말이다. 매일 해가 지는 서쪽하늘은 누군가에는 매일 해가 뜨는 동쪽하늘과 같다. 누군가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된 그날, 당신에겐 잊을 수 없었던 그날, 당신의 가족과 친구들의 축하 메시지가 넘쳤던 그날은 그 누군가에겐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날일지도 모른다. 하나의 사건은 또 다른 반대편 하나의 사건을 만들어 낸다. 어느 한쪽이 생겨나면 한쪽은 소멸하는 법이다.

그러면서 균형을 이루어가는 듯하다. 그래서 일이 잘 되어 간다고 방방 뛰며 좋아만 할 일도 아니고 반대로 일이 너무 안 된다고 다 산 듯 슬퍼할 것만도 아니다.

어차피 내게 올 것은 밀물처럼 밀려올 것이고, 떠나갈 것은 아무리 곁에 두려 해도 썰물처럼 쓸려갈 것이다. 기울어진 언덕도 누군가에겐 오르막이고 누군가에겐 내리막이다. 누군가에게 밝음은 또 다른 누군가에겐 어둠일 수밖에 없다.

어릴 적 자전거를 타고 친구네 집으로 간 적이 있다. 오르막을 만나면 자전거는 힘겨운 숨을 내쉬었다. 정말 힘이 들었다. 하지만 그 오르막만 지나면 오른 만큼의 내리막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나를 힘들게 했던 오르막의 경사는 내려올 때는 페달에 발만 올린 채 가만히 있어도 ‘쌩~쌩~’ 바람을 가르며 달려주는 내리막이 되어주었다. 세상은 참으로 공평하다. 산이 높을수록 골이 깊으니 말이다.

세상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싫건 좋건 그건 불변의 진리다. 내가 너고 네가 또 다른 나란 그 간단한 진리 하나만 깨달아도 세상은 살아볼 만 하다. 그리고 충분히 아름다운 인생이다. 그래 인생은 아름답다.

멀리 떨어져 큰 그림 안에서 한번 보면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원래 그 자리 그대로일 뿐. 비가 되고, 강물이 되고, 구름이 되고, 다시 비가 되어 원래 자기 자리로 돌아갔을 뿐이다.

봄이 가면 여름오고 가을인가 싶으면 겨울이 돌아온다. 그리고 봄은 또다시 우리 곁에 돌아온다. 그러니 꽃이 진다고 너무 서러워 할 필요도 없고 꽃이 핀다고 너무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다. 모든 건 원래 자기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는 걸 어느 날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 최대한 즐기고 누리면 된다. 파도가 밀려와 바닷물이 그득할 때는 물장구를 치면 될 일이다. 누구보다 더 신나게 물속에서 헤엄을 치면서 한 마리 물범처럼 바다 속을 헤집고 다니면 되리라. 때가되면 바닷물은 빠지고 바닥이 보이는 때가 올 터이니. 그 때는 호미를 들고 모래 속에 숨어있는 바지락과 고동을 주우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면 될 것이다.

세차만 하면 비가 온다는 사람이 있다. 농담이 아니고 진짜라고 한다. 정말 그렇다면 기상청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언제 비가 올지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가뭄으로 타 들어가는 땅을 보며 한 숨 짓는 농민들의 걱정도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그 사람이 세차만 하면 비는 내려 줄 테니 말이다.

우산장수 아들과 짚신 장수 아들을 둔 부모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비가 오면 부모는 울었다. 짚신을 파는 둘째 아들이 장사가 안 될 것 같아서. 해가 뜨면 부모는 또 울었다고 한다. 우산장수 첫째 아들의 우산이 팔리지 않을 것 같아서. 하지만 살짝 달리 생각해보면 그 부모는 매일 웃어야 했다. 비가 오면 우산 장수 아들의 우산이 많이 팔려서 기뻐서 웃고, 해가 뜨고 날씨가 좋으면 짚신 장수 아들의 짚신이 잘 팔려서 기뻐서 웃고. 상황은 같다. 하지만 결과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비가 오면 꿉꿉하고 기분도 처진다고 짜증을 내는 것도 당신의 선택이고 비가 오면 맛있는 파전 집으로 친구를 불러내는 것도 당신의 선택이다. 감사하며 살자. 그게 팍팍한 세상살이의 해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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