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과욕
희망과 과욕
  • 승인 2017.04.3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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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사회부장
인간은 누구나 희망을 갖고 살아간다.

사업을 하다가 망해도, 입시 및 취업에 떨어져도, 중병에 걸려도 희망이란 단어를 잊지 않고 되새기며 살아간다.

희망(希望)은 그래서 인간의 삶을 유지해주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과욕(過慾)은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주변의 가족, 친지는 물론 직장, 사회 심지어 나라의 운명(運命)까지 파국으로 치닫게 할 수 있다.

지난 26일께 고등학교 친구 A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이 친구는 IMF때 종잣돈 2천만원으로 주식을 시작, 수 차례 실패를 겪은 후 사즉생(死卽生)의 심정으로 연구하고 투자해 수 억원대의 시드머니를 만드는 등 10여년간 수익을 올려 주식투자에 재주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했던가.

A는 차근차근 투자해서 수익을 얻기 보다 일확천금을 노려 2012년 대선당시 일명 대선테마주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대선후보의 출마여부 선언에 따라 주식 가격은 출렁였고 결국 친구는 10여년 이상 벌어온 수익금의 대부분을 잃게 됐다.

이후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연구와 노력보다는 운(運)에 집착했고 부실주, 작전주만 쫓아다니다가 마지막에는 가격제한폭이 없는 상장폐지 종목의 정리매매에 도전, 일명 꾼들에 당해 쪽박을 찼다고 한다.

친구 A는 “IMF시절 그 어려운 환경에서도 연구하고 노력해서 조금씩 수익이 발생할때는 희망이 생겼다”며 “하지만 어느정도 시드머니를 만들고 난 후 욕심이 생기면서 과욕을 부리게 됐고 큰 손실이 나면서 희망은 좌절로 바뀌기 시작했고 이성을 잃게 됐다”고 했다.

친구의 얘기를 장황하게 적은 이유는 다름아닌 5월 9일 실시되는 대통령선거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뤄지는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각 당 후보들은 대통령 당선이라는 희망을 갖고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1위 후보부터 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넘지 못하는 후보들 모두 대통령 당선이라는 희망을 품고 각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우려되는 점도 있다.

각 당 후보들중 특히 일부 후보는 복지를 위해 연간 수 십조원 이상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물론 복지정책이 제대로 돼 온 국민이 혜택을 받는것에 대해 반대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저소득층, 저임금으로 신음하는 많은 국민들에게 다양한 복지혜택을 부여한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복지정책도 희망을 넘어 과욕이 되면 국가적 재앙을 불러 올수 있다.

한국이 세계 11위 경제대국이라고 하지만 미국의 달러화, 유럽의 유로화, 일본의 엔화, 중국의 인민화와 같은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미국의 달러는 세계의 기축통화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리먼브러더스 사태때도 달러를 풀어(헬리콥터 경기부양)내수 경제를 살렸다.

일본도 아베총리가 20년 이상의 저성장을 멈추기 위해 정부에서 엔화를 풀어 내수를 진작시켰다.

하지만 미국은 달러를 마음대로 찍어 낼수 있는 나라고 중국(2016년 12월 기준 3조516억달러),일본(외환보유액 2016년 12월 기준 1조2천193억달러)은 외환보유액이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1,2위에 달하는 경제대국이다.

한국은 IMF이후 외환보유액의 중요성을 실감, 3천720억달러로 세계 8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라 변동폭이 클 수 있어 안심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정책으로 매년 수 십조원에서 100조 이상을 투입할 경우,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것이며 증세를 하더라도 국민적 저항이 발생할 경우 국채발행을 검토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포플리즘적 복지를 위해 마구잡이로 국채를 발행한 남미 일부 국가와 그리스 등 일부 유럽국가는 디폴트(국가부도상황)를 선언하지 않았던가. 한국의 경우 수출중심으로 경제구조가 짜여져 있어 만약 국채를 마구잡이로 발행할 경우 무디스(MOODY’S), 스탠다드 앤 푸어스(S&P), 피치(FITCH)등 세계3대 신용평가기관서 한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경우(상상에 기초) 발생할 각종 부작용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대통령 후보들의 희망적인 복지정책은 좋지만 과욕을 부릴 경우 후폭풍이 발생할 수 있는 것도 대비해야 한다. 희망과 과욕의 결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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