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 건국설화와 새
희망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 건국설화와 새
  • 승인 2017.05.0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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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우리 고대국가의 건국설화에는 새가 많이 등장합니다. 고구려의 주몽(朱蒙),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朴赫居世), 제4대 석탈해(昔脫解) 왕, 경주김씨 시조 김알지(金閼智) 등은 모두 새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고구려의 유화(柳花) 부인은 어느 날 커다란 알을 낳습니다. 이에 금와왕(金蛙王)이 상서롭지 못하다 하여 들판에 버립니다.

그러자 새들이 날아와 품어주었고, 마침내 알을 깨고 튼튼한 아기가 나옵니다. 점점 자라 활을 잘 쏘게 되어 주몽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 청년은 마침내 고구려를 건국하고 동명왕(東明王)에 오르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새가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무렵 고구려에는 가뭄이 들어 모두 굶주렸는데 유화부인이 새 한 쌍을 날려 보내자 멀리 날아간 새들이 보리 씨앗을 물고 와서 이를 밭에 뿌려 마침내 허기를 면하게 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 경우의 새는 유화부인의 사자(使者)로서 임무를 다하였습니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따르면 신라의 시조 혁거세왕(赫居世王)도 알에서 나왔습니다.

6부 촌장이 회의를 하고 있을 때에 나정(蘿井)이라는 우물 옆 숲에 눈부신 광채가 하늘로부터 내리 뻗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바로 그 곳에 날개 달린 백마(白馬) 한 마리가 꿇어앉아 빛이 내리는 하늘을 향해 절을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촌장들이 다가오자 흰 말은 하늘로 올라갔는데 그 자리에는 엄청나게 큰 알이 하나 놓여 있었습니다.

알에서는 튼튼하게 생긴 아이가 하나 나왔는데 박처럼 생긴 큰 알에서 나왔다고 해서 성을 ‘박(朴)’으로 붙여 주고, 이름은 ‘나라를 밝게 비춰 준다.’는 뜻으로 ‘혁거세(赫居世)’라고 하였습니다.

혁거세는 무럭무럭 자라나 마침내 신라의 초대 임금이 되었습니다.

신라의 석탈해 왕은 까치와 관련이 있습니다.

신라의 박혁거세 임금에게 해산물을 따다 바치던 한 노파가 하루는 바닷가에서 요란한 까치 소리를 듣게 됩니다.

이에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 보았더니 배 한 척이 바다를 건너와 해안에 닿았는데 배 안에는 큰 궤짝이 들어있었습니다. 궤짝을 열었더니 한 청년이 나왔는데 이 청년은 7일 만에 겨우 입을 열었습니다.

자신은 알에서 태어났다 하여 버림을 받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고 있는 중이라고 하였는데, 수완이 좋아 곧 남해왕(南解王)의 사위가 되더니 얼마 뒤 신라 제4대 왕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석(昔)’이라는 성을 얻게 되는데, ‘석’은 ‘까치 작(鵲)’에서 ‘새 조(鳥)’를 뺀 나머지 부분을 성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의 까치는 수호자와 동시에 예고자의 임무를 하고 있습니다.

경주김씨 시조인 김알지(金閼智) 왕도 알에서 나왔습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따르면, 신라 제4대 탈해왕(脫解王) 9년 어느 날 밤, 왕이 궁궐 서쪽에서 닭 우는 소리를 듣고 신하에게 살펴보게 하였더니, 금궤 하나가 나뭇가지에 달려 있었습니다. 이 금궤는 흰 닭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신하가 돌아와 이 사실을 알리자 왕은 날이 밝는 대로 그 궤짝을 가져오게 하여 열어보니 속에 총명하게 생긴 어린 사내아이가 있었습니다.

이에 금궤에서 나왔으므로 성을 김씨(金氏)라고 하고, 알에서 나왔다 하여 ‘알지’로 불렀습니다.

이때부터 이 숲을 ‘닭 계(鷄)’를 써서 계림(鷄林)으로 불렀습니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새에게서 많은 의미를 찾았습니다.

‘서라벌’의 ‘서’도 ‘새(鳥)’와 ‘새롭다’는 뜻을 함께 가진 ‘새벌(새의 벌판, 새로운 벌판)’에서 비롯되었는데, 이 ‘서라벌’이 나중에 ‘서울’로 변하였다고 하는 학설도 있습니다.

내일은 어린이 날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지나치기 쉬운 설화에서도 교훈을 찾는 안목을 길러주도록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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