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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징조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신라 서출지와 까마귀

기사전송 2017-05-15, 21: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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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방귀가 잦으면 똥 싼다’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작은 징조라도 쌓이고 쌓여 마침내 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암시하는 말입니다.

경주서출지(慶州書出池)는 경주 남산동에 있는 삼국시대의 연못입니다. 대한민국의 사적 제138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곳에는 까마귀가 나라의 변고를 일려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따르면 신라 소지왕 10년(488)에 왕이 남산 기슭의 ‘천천정(天泉亭)’이라는 정자로 가고 있을 때에 갑자기 나타난 까마귀 떼들이 하늘을 검게 뒤덮었다고 합니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어 멈추고 있는데 어디선가 쥐들이 달려 나오더니 사람의 말로 ‘이 까마귀가 가는 곳을 쫓아 가보라’고 하였습니다.

“거참, 괴이한 일이로다.”

용맹한 장수들이 까마귀들을 따라가 보니, 이 못에 이르러 물을 마시는가 싶더니 곧 일제히 날아올라 다시 한 번 하늘을 검게 뒤덮고는 홀연히 흩어져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못가에서 돼지 두 마리가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 바람에 장수들은 그만 까마귀의 행방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 때 못 한가운데에서 한 노인이 나타나더니 봉투를 건네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왕에게 바치도록 하라.”

겉봉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습니다.

‘이 봉투를 열어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게 될 것이고, 열어보면 두 사람이 죽게 될 것이다.’

왕은 곧 신하들을 돌아보며 물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겠소?”

“그야 두 사람이 죽는 것 보다는 한 사람이 죽는 것이 더 나으니 열어보지 말아야 합니다.”

“아닙니다. 여기에서 한 사람이라면 하나 뿐인 임금님을 뜻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열어보아야 합니다.”

의견이 팽팽하였으나 임금을 살려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하였습니다.

이리하여 봉투를 열어보았습니다.

‘射琴匣(사금갑, 거문고집을 쏘도록 하라.)’

글자는 세 글자밖에 없었으나 단호해 보였습니다. 이에 임금은 당장 궁궐로 돌아와 왕비의 침실에 세워둔 거문고집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습니다. 그러자 거문고집 아래로 피가 주르르 흘러나왔습니다. 거문고집을 열어보니 한 승려가 화살을 맞고 굴러 나왔습니다.

왕비는 이 승려와 함께 왕을 해칠 음모를 꾸미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왕이 갑자기 되돌아오자 사람 크기의 거문고집 속에 얼른 숨겼던 것입니다.

이에 왕비 또한 곧 사형되어 두 사람을 죽음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 뒤 이 연못은 이처럼 예언서가 나온 곳이라 해서 서출지(書出池)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로부터 신라에서는 매년 정월 보름날은 오기일(烏忌日)이라 하여 찰밥을 준비해 까마귀에게 제사지내게 되었다는데, 그 풍속은 지금도 고수레로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 밑바탕에는 권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간의 욕심과 음모가 깔려있지만 불교가 들어올 때에 겪은 민간 신앙과의 마찰을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또한 당시에도 철새까마귀들이 떼 지어 출몰하였음을 알 수 있는 과학적인 기록이기도 합니다. 철새까마귀는 지금도 이곳과 가까운 울산에 수만 마리가 한꺼번에 나타나곤 합니다. 지난겨울에는 이 철새까마귀들이 경기도 수원에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습니다.

이로 미루어 보면 당시에도 철새까마귀들이 경주 남산에 깃을 내리고 이곳 서출지에서 물을 마신게 아닌가 합니다. 지금도 그렇듯이 당시 수만 마리의 까마귀 떼 출현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겁을 줄 만한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이에 이를 이용하여 어지러운 궁궐의 권력 싸움이 고발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어떠한 징조는 우리에게 항상 무엇인가를 암시하곤 합니다. 우리는 둘레의 어떠한 일이라도 하찮게 보지 말고 잘 살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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