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대상’이 아니라 ‘행위’다
사랑은 ‘대상’이 아니라 ‘행위’다
  • 승인 2017.06.2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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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연구소장
“사랑합니다. 고객님”

요즘도 이렇게 안내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114번으로 전화를 걸면 전화기 너머로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장난기가 발동한 사람은 “정말요?”라고 되물어보고 웃던 시절이 생각난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사랑’이란 단어를 참 많이 사용하고 사는 듯하다. 사랑하는 남녀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일 것이다. 부모와 자녀, 형제들, 동료들 사이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바로 사랑이다. 이렇게 많이 사용하고는 있지만 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게 사랑이더라.

‘삶’이란 글자를 요리 조리 뒤틀어 풀어보면 ‘사람’이란 글자가 된다. 그래서 ‘삶’은 ‘사람’을 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이란 글자 ‘람’자의 ㅁ을 깎고 깎아서 동그란 o로 만들어보면 사람이 사랑이 된다. 그래서 사람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다. 삶이 사람이고, 사람이 사랑이 되니 결국 삶, 사람, 사랑은 하나란 걸 깨닫게 된다. 겉으론 다른 옷을 입고 있어 다른 듯 보이지만 속살은 모두 똑 같은 모습이다. ‘사랑이 시작이고 사랑이 끝이구나.’ 혼자 중얼거려본다.

심리학을 전공한 나로서는 많은 심리학자 중에서 누구를 좋아하냐고 물어본다면 학문적으로는 모두가 위대하고 대단하여 딱 이사람 이라 한 사람을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심리학자를 말해보라면 ‘프롬’이라고 말할 것 같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 1900~1980)’은 우리에게 ‘사랑의 기술’이란 책으로 알려진 심리학자다.

삶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시절, 이성에 관심이 많았던 대학 1학년 시절 그의 책을 처음 읽었다. 사랑, 정말 그의 말대로 시작과 끝이었다.

프롬은 사랑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사랑은 대상이 아니라 사랑은 행위이며. 기능이고, 능력이다.” 이야 정말 멋진 말 아닌가. 사랑이 대상(사람 혹은 그 무언가)에 갇혀 있지 않고 사람을 넘어, 물질을 넘어, 멀리 멀리 퍼져가는 향기 같은 것으로 정의 내렸다. ‘사랑이 무엇인가?’에 목말라 있던 나에게 오아시스 같은 기쁜 만남이었다.

프롬의 말처럼 사랑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아무리 상대를 사랑한다 해도 상대가 나의 사랑의 감정과 행동에 대해서 불편해하고,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더 이상 사랑이 아니다. 상대가 싫어하는 행위를 하면서 ‘사랑하니깐’이란 말을 내 뱉는 건 위선이고 심한 말로 폭력이다. 사랑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함께 서로 나누는 감정이며, 눈빛이다. 끝없는 관심과 이해, 있는 그대로의 존중, 상대를 향한 헌신이 따라야 할 자연스러우면서도 지켜야할 규칙이 있고, 도덕적 책임이 따르는 게 사랑이다.

대상에 국한된 사랑은 결국, 집착과 욕심이 따를 수밖에 없다. 요즘은 매스컴을 통해 사랑하던 사람이 변심했다고 살인을 저질렀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어찌 사람이 물건처럼 소유가 될 수 있나.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할 권리도 있지만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을 권리도 있는 것이다. 내 맘에 사랑이 차고 넘친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의견과는 무관하게, 아니 상대방의 의견에 반대되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과연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건 욕심(慾心)이다. 떠난 사람을 못 잊어 그를 놓아 주지 못하고 상대를 힘들게 하는 것은 집착(執着)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사랑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그 행위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고 사랑을 통해 서로가 나누는 교감(심리적, 신체적 모두 포함)의 순간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물론 짝사랑, 외 사랑도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랑이 상대방을 힘들게 한다면 그건 더 이상 사랑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보면 사랑으로 위장된 욕심과 집착일지도 모른다.

이제 사랑을 하자. 당신 곁의 사람과,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당신에게 주어진 삶을 사랑해보자. 그러면 연애편지의 답장이 온 그날처럼 세상은 온통 핑크빛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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