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증오 사이
혐오와 증오 사이
  • 승인 2017.07.1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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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미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지난달 21일 대구 달서구의 한 장애인 어린이집 교사가 봉사활동을 온 초등학교 5, 6학년 학생들에게 에이즈예방교육을 한다는 명목으로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시청하게 했다.

문제가 된 동영상은 ‘성소수자는 동물과 성교를 한다’거나 ‘시체와 성교를 한다’는 등의 영상을 담고 있어 해당 학생들은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피해를 입은 학생의 학부모는 “아이들이 보기 싫다는데도 불구하고 한 시간 남짓 강제로 문제의 동영상을 시청하게 하고, 심지어 특정 장면을 정지시켜 설명까지 했다고 한다”면서 “이는 아동학대에 해당된다”며 해당 어린이집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또 다른 보도에 따르면 피해학생들이 ‘개랑 매춘을 하고 개 장기가 쏟아져 나오면 깨끗하게 손을 씻어서 넣어주고, 그렇게 하면 된데요’, ‘남자끼리 성관계 하기 전에는요, 항문에서 변이 쏟아져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샤워기 호수 머리를 빼내고…, 등 상상하기도 힘든 진술을 했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일부 학생들이 보기가 싫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우리에게 왜 이런걸 보여주나요?”, “계속 봐야 하나요” 등의 항의성 질문을 했지만 묵살 당했다고 했다.

만약 이 보도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에이즈예방교육을 한다는 명목으로 해당 어린이집 교사는 학생들의 발달단계를 무시한 심리적 폭력을 행사했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 학생들은 심리적 충격으로 상담을 받고 있지만, 그 장면을 떠올리는 것이 힘들어 상담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동영상 강제시청과 관련한 학생들의 이같은 심리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부모단체와 개신교단체가 해당 동영상이 아이들을 동성애의 폐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교훈적인 내용이 들어있다며 동영상시청을 강요한 어린이집 교사를 두둔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실제 문제가 된 동영상을 보면 어린학생들이 보기에 매우 부적절한 내용이 많이 있다.

영상의 혐오스러움 뿐만 아니라 동성애자들에 대한 심각한 왜곡과 인권침해적 요소들을 담고 있다.

자동차 앞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거나 시체 애호증을 가진 사람 등과 같이 ‘성도착증’에 가까운 특수한 사례를 영상을 통해 보여 주며 동성애자들이 그러한 행위를 하는 사람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애완견과 결혼하는 사례를 보여 주며 이들이 동성애자이며, 동성애자는 수간을 하는 사람이라고 왜곡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이는 동성애에 대한 증오에 가까운 혐오를 동반한 매우 악의적인 왜곡으로 보인다.

이 동영상의 내용에서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지지하는 일부 진보진영을 공산주의자라 매도하며, 진보적 가치에 대해서도 왜곡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보진영에서는 ‘동성애는 좋은 것이다’라고 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남발하며, 진보진영에 대한 혐오를 함께 부추긴다.

그 동영상에서 동성애 혐오를 부추기는 연사 말고 누가 ‘동성애는 좋은 것이다’라고 했다는 것인지, 동성애자들은 그냥 자신들이 존재하는 그 자체를 존중받고 싶을 뿐인 것이다.

그들의 인권을 지지하는 진보진영은 그들도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받을 권리를 지지하는 것이다.

얼마 전 열린 동성로의 퀴어축제에서도 어김없이 기독교 단체들의 동성애반대 피켓팅은 이어졌다.

동성애반대 개신교도들이 들고 있는 피켓의 내용에도 동성애자가 수간을 한다는 등의 낯 뜨거운 문구들이 등장했다.

개인적으로 동성애를 싫어할 수 있다. 오랫동안 사회적 금기여서 혐오스럽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퀴어 축제를 방해하며, 동성애에 대한 왜곡을 넘어 혐오와 증오를 조장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행태가 진정 혐오스러운 행동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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