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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밥하는, 동네, 아줌마의 숭고함

기사전송 2017-07-12, 2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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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이 며칠 째 검색어에 올라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해 “조리사는 그냥 밥하는 동네 아줌마들이에요 그런데 왜 정규직을 해줘요? 그게 조금만 교육 시켜서 시키면 되는 거예요. 그냥 돈 좀 주고 이렇게 하면 되는 건데. 솔직히 말해서 조리사라는 게 아무 것도 아니거든”이라는 말을 기자와의 인터뷰 도중에 했고 SBS가 이를 공개하자 그의 발언에 노동계가 발칵 뒤집혔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등은 이언주 의원의 사퇴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람들의 주장대로 그의 발언은 ‘반교육적, 반노동적, 반여성적’이다. 나 역시 처음 들었을 때 ‘설마 정말 저런 얘길 했을까?’라고 의심했다. 여성의원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라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단 학교 노동자들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전문 직업인들이다. 아이들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이 폭염 속에 견디기 힘든 노동의 강도를 온 몸으로 견뎌내며 아이들에게 먹일 밥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정규직이 되지 말아야 할 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들이 하는 일의 중요성은 누군가 다시 나서서 주장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엄중하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정규직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밥하는 동네 아줌마’들의 이야기다.

우리엄마는 3남 2녀의 장녀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6.25 전쟁을 겪는 엄마는 전쟁 중에 할아버지가 납북되시고 형편이 어려워지자 어린 동생들을 학교 보내느라 자신은 언감생심 고등교육을 받을 꿈도 못 꿨다.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엄마는 결혼할 때까지 동생들 뒷바라지를 했고, 나름 총명했던 엄마는 공부도 하고 싶었고 자신의 일을 갖고 싶다는 열망도 컸지만 우리를 키우느라 ‘그냥 밥하는 동네 아줌마’로 남았다. 그렇다. 엄마가 한 일은 밥하는 일이었다. 내가 고등학교 때 처음 등장한 슬라이스 치즈를 따뜻한 밥 위에 한 장씩 올려준 것은 ‘없는 살림에도 기죽지 말고 공부하라’는 무언의 응원 같은 것이었고, 고 3때 독서실에서 돌아온 나를 위해 엄마는 새벽 2시에도 밥상을 차렸다. 그런 엄마의 희생을 딛고 나와 내 동생은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랐다.

우리는 모두 ‘밥하는 동네 아줌마’의 자식들로 자랐다. 이언주 의원이 내 또래인 것을 생각하면 아마 이언주 의원의 어머니 역시 밥하는 동네 아줌마였을 것이다. 그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국회의원이 된 것은 밥해주는 엄마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언주 의원도 자기 엄마의 희생을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누군가의 희생 없이 아이들은 자라지 않는다. 누군가는 자라나는 아이들을 끊임없이 먹이고 보살피는 일을 해야만 한다. 더군다나 20년간 변함없이 그 일을 해야 한다. 아이는 그 긴 인고의 세월을 지나야 성인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부분은 엄마들이 이 일을 맡고 있다. 일하는 엄마는 엄마들대로 전업주부인 엄마는 또 자신의 자리에서 끊임없이 밥을 하며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이 일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를 키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언주 의원이 학교 비정규노동자들을 두고 한 ‘그냥 밥하는 동네 아줌마’라는 말에는 밥을 하는 일에 대한 업신여김이 들어있다. 아마 중요한 나라 일을 하느라 밥을 하지 않는 그의 머릿속에는 ‘밥 하는 일은 시시한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있을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은 중요하고 밥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은 아마 한국에 사는 많은 남자들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가 그들에게 밥을 해주기 때문이다.

밥을 하는 일, 그 숭고한 노동이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의 우리로 자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한 끼 밥의 감사함을, 밥이 내게 오기까지의 노동의 감사함을 모르는 인간은 배은망덕하다. 밥하는 엄마의 감사함을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 우리를 키워온, 앞으로 아이들을 키워갈 ‘그냥 밥하는 동네 아줌마’들께 감사하자. 그것이 우리의 인간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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