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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자식이 비록 어질지라도 가르치지 않으면 현명하지 못하느니라

기사전송 2017-07-13, 21: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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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학교 교장
시어머니와 두 며느리가 매월 돈을 조금씩 모아서 여행을 가기로 했다. 목돈이 조금 모여 올해 일찍 휴가를 내어서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

세 가족은 부산에서 대구에서 대전에서 각각 비행기를 타고 제주공항에서 만났다. 모두 여덟 명이 모였다. 50년대의 시부모와 80년대의 아들 며느리는 세대별 차이가 났다.

시어머니는 젊은 며느리들의 생각이나 일의 계획에 따라 갈 수가 없다.

제주에 도착하여 맏아들이 운전석에 앉아 모든 행사를 추진했다. 둘째 날 점심을 먹기 위하여 성산에 있는 보말국수집을 갔다. 식당이 복잡하여 줄을 서서 기다리던 첫째 며느리가 보말국수와 물 회를 시키고 잠시 바깥에 나온 사이에 주인이 시어머니에게 좌석을 배정하였다.

시어머니는 좌석에 앉으면서 점심메뉴를 주문하였다. 주인은 바쁜 와중인데도 친절하게 “딸이 벌써 시켰어요.”하였다. 그 이야기를 시부모는 같이 들었다. 두 사람은 함께 눈을 찡긋하며 웃었다. 시어머니는 주인에게 “며느리인데요.”하였다. 순간 여자 주인은 빙긋이 웃었다.

사실 시어머니는 그와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오래 전 울산의 식당에서 계산을 하려고 갔을 때도 여주인은 “사위 분이 계산하셨어요.”하였던 것이다. 시어머니는 아들만 둘을 키운 때문에 그러한 이야기를 그냥 무심히 생각하였었다. 당연히 딸이 없어 그런 말을 들으려니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며느리들을 딸처럼 같이 지내려고 노력을 많이 하였다. 탐탁하지 않은 일도 있었지만 잔소리 한 번 하지 않았다. 모이기만 하면 그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손에 물 묻힐 일이 있으면 먼저 자신이 솔선수범하였다. 시어머니는 그야말로 옛날 현모양처의 전형이었다.

며칠 전 시어머니는 대학동기들의 모임에 갔었다. 옆에 앉은 친구는 마침 시집간 딸만 둘이었다. 시어머니는 며칠 후에 자식들과 제주도에 여행을 간다고 슬쩍 흘렸었다. 친구가 하는 말이 “뭣 하려 같이 가노? 아들들과 며느리들이 불편 할 텐데….”하더란다. 그 때는 무심코 들었었는데 제주도 여행 중 가만히 생각해보니 세상이 많이 바뀌었음을 실감하였다.

모든 가족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은 딸 가족 중심사회로 옮아갔음을 알았다. 시어머니는 ‘아들은 사위로 빼앗기고, 집안에 딸도 없다. 앞으로 모임을 어떻게 할까?’하고 조용히 생각에 잠겼었다. 얼마나 많은 여행객들이 사위와 딸과 같이 다녔으면 ‘사위가 계산했는데요. 딸이 주문했는데요.’할까?

반면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흐뭇한 일이기도 하다. 아직도 시집의 전통을 이어가도록 스스럼없이 며느리들이 잘 따라와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였다. 시어머니는 그런 며느리들이 정말 고마웠다.

장자도 ‘자수현(子雖賢)이나 불교(不敎)면 불명(不明)이니라.’하였다. ‘자식이 비록 어질지라도 가르치지 않으면 현명하지 못하느니라.’고 하였다.

태평스런 시아버지는 여행 첫날부터 ‘한라산에 올라 안개 속을 노닐며 무극을 배회하리라.’는 장자의 소요유(逍遙遊)를 읊조렸다. 장자가 읊은 소요유는 하늘에 올라 안개 속을 노닐고 무극을 배회하며, 해와 달을 곁에 두고 우주를 옆에 끼는 신선이 되기를 희망했다.

그 장자의 꿈이 현대에 어느 정도 이루어진 셈이다.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 세계 어느 곳이든지 갈수 있고, 전기의 발명으로 밤낮으로 우주를 옆에 낀 듯 환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우주시대와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그걸 증명한다.

맏아들은 장남으로서 열심히 행사를 추진하였고, 작은아들은 여행 분위기를 위해 힘썼으며, 맏며느리는 스마트폰을 뽕뽕거리며 경비 지출에 노력하였고, 작은며느리는 힘에 부치는 행사 마무리에 고생했다.

시어머니는 장자가 말한 ‘일이 비록 작더라도 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묵묵히 인내하며 여행을 뒷받침하며 즐겼다. 옆에 앉은 아버지는 ‘자식이 비록 어질지라도 가르치지 않으면 현명하지 못하느니라.’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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