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권 위협하는 직장 내 성희롱, 어떻게 할 것인가
여성노동권 위협하는 직장 내 성희롱, 어떻게 할 것인가
  • 승인 2017.07.1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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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미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최근 한 치킨업체 회장으로부터 젊은 여직원이 식사 중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당하고, 그것도 모자라 호텔로 끌려가다 주변 여성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 사건이 있었다. 그 여성은 즉각 경찰에 신고 했고,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피의자는 최근 회장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 졌다.

지역에서도 명망 있는 회사의 직장 내 성희롱사건으로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사는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대구시 고용친화기업으로 알려진 한국OSG에서 남성 상사의 여직원 성희롱 의혹이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놀랍게도 가해자는 최근까지 사내 고충상담처리위원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진술에 나선 여성 직원만 6명으로, 가해자는 지난 2012년부터 최근까지 치마를 입은 여성 직원의 허벅지를 만지거나, 네일아트한 손톱이 예쁘다며 손을 만졌다고 증언했다. 지난달 23일 한국OSG는 전체 여성 사원을 한 자리에 모아 자체 진상조사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는데 가해자가 직접 나왔다. 이는 성희롱 피해자들에 대한 2차가해가 될 수 있다. 직장 내 성희롱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 하여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는데, 상급자인 가해자를 진상조사설명회에 나올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은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조직의 인식이나 배려가 얼마나 성의 없고 무지한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한국OSG는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과 시민단체대표 앞으로 보낸 회신에서 직장 내 성희롱 재발방지를 위한 양성평등문화 조성과 성평등 및 성희롱 예방교육강화,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 강화 및 여성복지시설 확대를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국OSG는 회신에서 회사 내 임원이나 상급자로 여성전담고충처리위원을 두겠다고 하였다. 회사 내 인력의 경우 피해자보호 보다는 회사의 이해관계가 우선할 가능성이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한편 지역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역은행인 대구은행에서 간부가 직위를 이용해 비정규직 여직원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왔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최근 대구은행 간부 등 4명은 부서 회식자리에서 파견사원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했고, 근무시간에도 수시로 피해자를 불러내 스킨십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간부 직원은 여직원을 집에 바래다주겠다고 해놓고 모텔로 끌고 가 성관계를 시도하려고 한 것으로 드러나 지역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이에 대해 대구은행은 적극적으로 진상을 조사하고 가해자를 징계하기는커녕 제보자 색출에 나서는 등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는 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시민들에게 커다란 실망을 안겨 주었다.

지난 7일 박인규 대구은행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가장 고통을 겪었을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없어 재발방지에 대한 의지를 무색하게 했다. 모든 성희롱 범죄가 그러하듯이 대구은행의 직장 내 성희롱 범죄 또한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 성차별적 조직구조의 문제다. 많은 여성들이 근무하는 대구은행에는 성희롱예방 시스템이 없었다. 파견직, 계약직 등 선별적으로 이어지는 고용과정에서 계속 일하려면 성희롱과 같은 부당한 일이 있어도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금융감독원 공시 등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임원급을 제외한 대구은행 직원 수는 남녀 비율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러나 상위 직급으로 갈수록 여직원 비율은 현저히 낮아져 역대 임원급 여직원은 단 1명에 그쳤다. 이러한 차이는 대구은행의 성차별적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 주는 것이다. 조직에서의 여성에 대한 성희롱은 이러한 성차별적 현실에서 기인하는 것이며, 직장 내 성희롱은 근본적으로 직장에서의 성차별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근절되기 어려울 것이다.

성희롱은 여성의 노동권에 대한 침해일 뿐 만 아니라 여성의 기본적 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기도 하다. 여성에 대한 평등하고 안전한 노동권의 확보는 그 여성이 일하는 조직의 업무효율성과 안정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방조하고 차별하는 기업과 조직은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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