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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아이를 키우다 좌절감이 찾아올 때

기사전송 2017-07-20, 21: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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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상담을 하고 싶다고 어떤 엄마가 찾아왔다. 이 엄마는 지난 1년간 있었던 일을 우울한 얼굴로 얘기했다. 아이가 3학년이 되자 영어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 엄마는 ‘엄마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즐겁게 잘 따라오던 아이가 서너 달이 지나자 영어책도 안 읽으려고 하고 영어 CD를 틀어놓으면 꺼버리면서 영어공부를 거부했다. 하지만 엄마는 아이를 달래기도 하고 야단치기도 하면서 공부를 이어갔다. “아이가 그렇게까지 싫어하는데 왜 계속 시키셨어요?”라고 물어보자 엄마는 자신이 영어를 못한다는 콤플렉스가 너무 심해서 아이만큼은 영어를 잘하기를 바랐다고 했다. 영어를 잘하는 아이로 만들고 싶다는 엄마의 굳건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결국 엄마는 1년 만에 영어공부를 포기한다. 아이가 영어책을 전부 찢어버리고 “나는 세상에서 영어가 제일 싫어!”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엄마는 모든 노력을 그만두었다.

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최선을 다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저는 아이를 키울 자신감을 완전히 잃었어요. 이 좌절감을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나는 엄마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아이와 함께 설악산을 오른다고 한 번 상상해보세요. 처음에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힘차게 출발했지만 가다보면 산이 너무 높고 험해서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오겠죠. 특히 아이는 체력이 약하니까 어른보다 더 빨리 힘들어지잖아요. 아이가 더 이상은 못 가겠다고 하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엄마는 대답했다. “쉬었다 가야죠.” 그렇다. 쉬었다 가면 된다. 쉬었다가 다시 올라가면 되는 거지 쉰다고 무슨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아무리 쉬어도 아이가 못 올라가겠다고 하거들랑 그냥 내려와도 된다. 반드시 설악산 대청봉을 밟아야만 좋은 인생인 것은 아니다. 올라가다가 내려오면 실패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건 그것대로 좋은 경험이고 깨달음이다. ‘다음에는 꼭 다시 올라가 보리라!’라는 각오가 생길 수도 있고, ‘나는 산이랑은 안 맞는구나.’하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니 하다가 그만 둔 것은 실패가 아니고 좋은 경험이다.

영어를 잘하면 좋겠지만 못한다고 해서 인생에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되겠나? 영어를 잘하는 사람보다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데 우리는 다들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 그러니 영어가 인생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엄마들은 ‘그래도 영어를 잘해야 좋은 대학을 간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은 입시가 바뀌어서 영어를 못해도 대학에 갈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아이가 영어를 잘했으면 좋겠는 것은 엄마의 욕심이다. 자신의 욕심에 아이를 다그치다가 그 욕심이 해결이 안 되니까 괴로운 것이다. 내가 원하는 만큼 아이가 따라와 줘야하는데 그만큼 못 따라왔다고 좌절하는 것이다. 아이는 자신을 이용해 엄마의 욕심을 채우려는 것을 안 하겠다고 책을 찢은 것이다. 아이의 극렬한 저항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이는 영어를 싫어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누구든 어떤 것을 싫어할 권리가 있다. 가만히 놔두었으면 영어를 좋아하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아이를 달달 볶아 영어를 싫어하게 만들었으니 이 같은 실수를 다시는 안하면 된다. 영어를 싫어해도 아이의 인생은 실패한 것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많은 순간 좌절감이 찾아온다. 그런데 이 좌절감은 엄마의 욕심이 아이를 통해 해결되지 않았을 때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아이의 인생에 내 욕심을 투영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된다. 아이를 내 맘대로 하려는 욕심, 아이가 하고 싶은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시키고 싶은 마음, 이런 것 때문에 좌절감이 찾아온다.

오래 전에 읽어서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어떤 교육학 책에서 ‘지나가는 바람도 아이를 키운다.’라는 문장을 읽고 노트에 써놓았던 적이 있다. 아이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란다. 아이 스스로에게도 자신을 성장시킬 힘이 있다. 그러니 아이에 대한 욕심과 부담을 좀 내려놓자. 아이를 아이 자체로 편하게 대할 때 좌절감은 저 멀리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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