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통
수통
  • 승인 2017.07.24 10:2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우미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최근 김광진 전 국회의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군장병들이 6·25때 쓰던 구형 수통을 일부 부대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전 의원은 지난 2014년 현역 의원 시절, 예산 25억을 집행해 군 장병들의 수통 25만개를 교체한 바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부대에서 여전히 수통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 제보 받은 해당 부대에게 물어봤더니 사단에서 신형 수통을 전쟁나면 쓰려고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는 해명을 들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이없어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필자는 군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보도되는 방위산업의 비리를 지켜보며 투표권을 갖고, 납세의 의무를 행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 마디 보태지 않을 수가 없다. 수통에 대한 보도를 보며 군이, 혹은 국가가 소중한 국민의 한 사람이기도 한 군인들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 느낄 수 있다. 천문학적 국방비에서 수통에 대한 예산은 껌값 수준일지도 모른다. 김광진 전의원의 비유를 인용하면 군 장병들의 수통 교체비 25억은 잠수함의 어뢰 한 방 값 정도라는 것이다.

관련 규정 상 수통이 파손되지 않은 한 교체하기 어렵다고 한다지만 비위생적인 수통으로 행여 유해균에 감염되거나 유해물질에 오염될 위험이 있다면 관련규정을 바꾸었어야 했을 것이다. 장병들의 건강과 생명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며, 납세를 통해 군인들을 먹여 살리는 국민의 소중한 자녀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장병들 건강과 직결될 수 있는 수통의 문제를 이렇게까지 방치해 왔다는 것은 군이, 그리고 국가가 장병들의 건강이나 목숨을 너무나 하찮은 소모품 정도로 여겨왔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군이 장병들을 어떻게 대해 왔는가 하는 것은 비단 수통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최근 드러나고 있는 방산비리를 보면 기가 막혀 실소가 터질 지경이다. 국방부가 우리 기술로 만든 ‘명품 헬기’라고 자랑해온 ‘수리온’은 6년간 개발 비용으로 1조 3천억원이 들어갔고, 육군에만 60여대가 배치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2015년 세 차례 추락 비상착륙 사고가 발생했고, 엔진 고장 등 각종 사고가 잇따랐다. 사고의 이유는 기체의 치명적인 결함 때문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기체가 얼어붙고 빗물도 막지 못 하는 그야말로 ‘총체적’ 부실 덩어리였던 것이다. 안전한 헬기 운행을 위해선 결빙 환경에서의 성능 검증이 필수라고 하는데, ‘수리온’ 개발 과정엔 이런 검증은 없었다는 것이다.

한 매체에 따르면 방사청은 2012년 7월 해외 성능시험을 한다는 조건으로 전투용 적합 판정을 내리고 12월 육군에 실전 배치했다고 한다. 그러나 성능 시험은 2015년 10월이 돼서야 진행되었고, 그것도 101개 항목 중 29개가 기준에 미달했다. 그로인해 지난해 8월 납품이 중단됐지만, 두 달 뒤 방사청은 돌연 납품을 재개했다고 한다. “2018년까지 성능을 보완하겠다”는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약속만 믿고 계약을 재개했다는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것보다 더욱 분노할 일은 조종사들이 전시도 아닌데 생명을 걸고 결함이 있는 헬기를 조종했다는 것이다. 군인의 생명을 함부로 여기는 군의 기강해이가 어디 그뿐이던가. 총알이 뚫고 지나가는 방탄조끼와 어선용 어군탐지기를 장착했던 최첨단 구조함 등 각종 군 관련 비리를 보면 분노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최근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국회의원(부산 연제)이 군수품이나 방위산업과 관련하여 방산비리를 저지른 군인과 제대군인 등 방산비리 관계자를 군형법으로 다스리는 ‘군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방산비리는 진정한 이적행위이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호위호식하면서 국민의 안위와 생명을 헌신짝처럼 대하는 부패세력은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뿌리를 뽑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 국가안보를 지키는 일이며, 아스팔트를 녹이는 무더위에도 소리 없이 복무하는 수많은 군인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