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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삶의 선물

기사전송 2017-08-06, 2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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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희 인문학 강사
몇일 전 러시아 하바롭스크에 공부하러 갔던 한 제자가 귀국하여 전화를 걸어왔다. “선생님, 어제 귀국했구요, 한 번 시간 내서 식사 한 끼 하시죠.” 청춘의 희열과 귀국의 기쁨으로 들뜬 청년의 목소리가 수화기너머로 반갑게 들려왔다.

몇일 후 동성로의 어느 한 레스토랑에서 우리는 반가운 상봉을 했다. 식사하는 내내 청년은 나에게 현지에서의 유학생활에 대하여 신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나는 그와 함께 들떠서 러시아에 대한 향수를 간접적으로 달래였다. 여름방학을 한국에서 보내고 2학기는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야 하는 그 친구가 내 앞에 선물을 내놓았다. 당도가 높지 않고 순수한 맛으로 유명한 러시아산 초콜렛과 카톨릭신자인 나를 위해서 특별히 사온 이콘(像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이콘에서 유래되었고 그리스도나 성모, 성인들 상이 그려져 있음)을 받는 순간 나를 위한 그의 진정에 뭉클함과 동시에 행복감이 몰려왔다.

“선생님, 이콘을 차에 부착해서 다니시면 부적 같은 역할을 할지도 몰라요ㅋㅋ” 농담반 진담반으로 웃으면서 말하던 그의 해맑은 모습이 집으로 운전해가는 동안 나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뜻밖의 선물을 받고 행복감으로 가득 찼던 나의 얼굴이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갑자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 느낌은 뭐지? 그것은 감동과 행복의 뭉클함이었다. 아까는 선물을 받고 감동이 일어나기도 전에 행복감이 먼저 몰려왔고, 바로 식사가 나오고, 바로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느라고 잠시 접어두었던 그 감동이 이제 혼자 있으니 서서히 다시 올라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선물을 좋아하지만 나는 특별히 “선물”에 행복해하고 민감하다. 사실 27년을 북에서 보냈던 과거시절에 내가 “선물”이라는 단어로 기억하는 것이 몇 개 없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 선물이라는 단어는 김일성, 김정일 생일에 국가가 주던 사탕과자1kg과 학생교복에 공식적으로 인용했고, 굳이 특별한 선물이라면 본고사 치려고 평양에 갈 때 짝사랑했던 친구오빠에게서 받은 원주필(볼펜)이 전부였으니까. 북한은 아직까지도 해마다 김일성, 김정일 생일에 전국의 초등학생들에게 1kg의 사탕과자 한 봉지를 “사랑의 선물”이라고 내준다. 여기서는 아무 때나 어디서나 흔하게 사먹을 수 있는데 말이다.

탈북하고 중국과 한국의 문화를 접해서야 나는 선물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되었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선물을 주고받는 주인공들의 삶을 보면서 어릴 적 아버지가 평양출장 다녀오면서 사주신 학용품, 어른이 되었을 때 어머니가 올케언니로부터 결혼예단 받은 양복감으로 해주신 첫 정장, 오빠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게 사주었던 스카프, 이모가 사주었던 핑크빛구두 등 고향에서도 선물을 많이 받으며 살았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배고픔을 달래면서 두만강을 넘을 때 국경경비대에게 발견되지 않고, 중국에서 팔려 다니지도 않고, 북송도 당하지 않은 거 하며, 중몽 국경을 넘을 때 고비사막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아 대한민국에 정착한 지난 10년 세월도 다 삶의 또 다른 선물들이었다. 생과 사를 넘나들면서 살아온 나였기에 한국에 와서 만학도로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고 유학을 가고, 해외연수도 다녀오고, 무료봉사, 신앙생활 등을 하는 것이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하얀 쌀밥이나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서 나는 하루 24시간을 쪼개 쓰며 조금은 바쁘게 살기는 했지만 나름의 성취감이 컸기에 너무너무 행복했다.

가끔은 나보고 매사에 너무 진지하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사실 나는 진지한 것이 아니라 삶의 순간순간이 너무 벅차고 감격하고 고마울 뿐이다. 어쩌면 이 땅에서 나서 자란 분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작은 것에도 늘 감사함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작고 사소한 일에도 감동을 잘 받는다. 지금도 내가 잠깐잠깐 가르쳤던 어린 친구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써준 감사의 카드며 작은 선물들, 고마운 분들로 받은 여러 선물들과 기념카드들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간혹 지치고 힘들 때 그것을 열어보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힘을 얻곤 한다.

선물은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났다한다. 선물은 내 삶을 더 행복하게, 더 풍부하게 해준다. 앞으로의 내 삶에서는 얼마나 또 많은 선물을 받게 될까? 나는 얼마나 많은 선물을 주며 살아갈까? 내가 받은 선물로 해서 내 삶이 행복해진 것처럼 나도 누군가의 삶에 행복을 더해주는 선물 같은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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