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이야기
곶자왈 이야기
  • 승인 2017.08.0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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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미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제주로 가족과 휴가를 갔다. 공영방송의 메인뉴스에 등장할 정도로 제주의 폭염은 뜨거웠다. 폭염에 달구어진 렌트카를 탈 때마다 등짝에 화상을 입을까봐 걱정이 될 지경이었지만, 최성수기의 한적한 제주는 제주를 사랑하는 뜨네기 여행객에게는 싫지 않은 일이었다.

뜨거운 열기도 피할 겸 제주현대미술관을 찾았다. 자신의 작품을 제주현대미술관에 기증한 김흥수화백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또 다른 전시실에서는 제주의 무속신앙을 주제로 종이 조형물과 빛, 영상을 이용한 현대미술전이 열려 제주의 독특함과 신비를 느끼게 했다. 현대미술관을 관람하다 주변의 곶자왈이란 곳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검색을 통해 부근의 환상숲 곶자왈이란 곳을 걸어보기로 했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위치한 환상숲 곶자왈에 도착했을 때도 여전히 오후의 뙤약볕은 따가웠지만 숲 그늘은 무더위를 잠시 잊게 했다. 깊게 누른 캡 모자 아래로 지긋한 흰 새치가 보이는 중년의 숲 해설사는 곶자왈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넘치는 숲 지킴이의 모습이었다. ‘곶자왈’은 제주말로 숲을 뜻하는 ‘곶’과 자갈을 뜻하는 ‘자왈’의 합성어라고 한다. 제주의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이 만들어낸 독특한 환경의 용암숲이다.

숲 해설사는 여러 장의 사진을 보여 주며 그 사진 속의 계절을 묻는 것으로 숲 해설을 시작했다. 낙엽이 떨어진 사진을 보고 모두 가을이라고 대답을 했지만 그 낙엽이 봄에 떨어진 것이라는 말을 듣고 탐방객들은 탄성을 질렀다. 바위틈이 항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기온으로 인해 한 겨울에도 푸르른 숲의 모습을 보여 준다고 한다. 하얗게 눈이 내린 푸른 숲의 모습이 곶자왈이다. 그 까닭에 봄에 나는 새 순들이 먼저 난 잎을 밀어내어 봄에 낙엽이 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곶자왈은 북방식물과 남방식물이 공존하는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하고 독특한 숲이기도 하다. 용암 숲 특성상 크고 작은 암괴들이 두껍게 쌓여있기 때문에 빗물이 그대로 지하로 유입되어 맑고 깨끗한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품고 있다. 그런 만큼 외부로부터 오염물질이 유입이 될 경우 지하수는 걷잡을 수 없이 오염될 가능성도 있어 오염되지 않은 곶자왈을 보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

숲 해설사의 해설에서 또 하나 매우 흥미로웠던 부분이 곶자왈에서 서식하는 식물들의 생존력에 관한 것이었다. 곶자왈의 바위는 용암 바위 중에서도 단단한 바위여서 나무들이 생존을 위해 마치 근육을 단련하듯 스스로를 시멘트처럼 단단하게 만든 뿌리가 바위를 꽉 부여잡고 생존한다는 것이다. 어떤 나무는 얼마나 세게 잡았던지 뿌리 아래 바위가 쪼개져 있었다. 곶자왈은 식물도 더 유리한 생존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었다. 척박한 환경을 견디며 사는 곶자왈의 식물들을 보며 생명의 숙연함과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한 소중한 환경적 가치를 지닌 곶자왈이 골프장, 관광시설, 택지개발 등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되고 있다니 안타까움이 크다. 특히 골프장의 잔디관리를 위한 농약은 곶자왈 깊숙히 흘러가 지하수 오염의 주범이 된다고 하는데, 이렇게 가다가는 제주 생수를 못 마시게 되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곶자왈이 훼손되면서 제주에서는 좀처럼 없었던 침수피해가 큰 비가 내리면 생긴다고 한다.

각종 개발 위험에 노출되어 속절없이 무너질 위기에 있는 생태숲 곶자왈을 보전하기 위해 ‘자연환경국민신탁’이 2014년 400~500명에 달하는 시민들의 기금으로 화순 곶자왈의 일부분(2만5030㎡)을 매입해 곶자왈을 영구 보전하는 성과를 남겼다고 한다. 참 고맙고 기쁜 일이다. 민간소유가 60%라는 제주의 허파 곶자왈을 매입해 보존하기 위한 모금활동은 지금도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내 고향은 아니지만 곶자왈을 살리기 위한 곶자왈 국민신탁운동모금에 가족과 함께 동참하고자 한다. 관광객의 증가와 도시의 발달에 따른 개발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곶자왈처럼 생태적 가치가 큰 자연에 대한 보존은 그 어떤 개발논리에 앞서 지켜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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