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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바라보는 자식과 보여주는 자식

기사전송 2017-08-24, 21: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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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저자
우리의 일상은 ‘바라보는’ 행위와 ‘보여주는’ 행위의 반복으로 이루어진다. 나 스스로 어떤 것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일이 일상의 절반이고, 남은 절반은 내가 가진 것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일로 하루가 채워진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두 가지 일을 반복하며 우리의 일상을 만들어간다. 가령 책을 읽는 것은 책을 ‘바라보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내가 읽은 책을 소개하기 위해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은 ‘보여주는’ 일이다. 내가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보고 거울에 비춰보는 것은 ‘바라보는’ 행동이지만 그 옷을 입고 거리를 걷는 것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다.

이 두 가지 일은 서로 상반된 성격을 지닌다. 보는 것은 나에게 집중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보여주는 것은 남을 의식하는 행동이다. 그러니까 보는 것은 나 스스로의 결정이고 보여주는 것은 남들의 취향에 맞추려는 노력이다. 이처럼 보는 것은 내면을 향하고, 보여주는 것은 외부를 향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하겠다. 이 두 가지 일이 어느 쪽으로 치우침 없이 밸런스를 잘 맞출 때 우리는 안정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에 나의 일상을 공유하는 SNS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 밸런스가 깨지기 시작했다. 나를 채우는 시간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시간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내가 먹은 음식을 보여줘야 하고 내가 간 여행지도 알려야 한다. 내가 본 영화, 내가 본 책, 내가 산 옷, 심지어 내 아이의 일상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내가 잘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누군지 모르는 전 세계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나는 내 일상을 공개한다. 그 사람들이 눌러주는 ‘좋아요’에 힘이 나고, 그 사람들이 남기는 댓글에 다시 내 일상을 보여주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사람들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보다, ‘내가 어떻게 보일 것인가?’에 더 신경을 쓴다. 그런데 ‘보여준다’는 것은 나에 대한 소모이므로 남에게 보여주는 일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고갈된다. 페이스북 친구가 아무리 많아도 외롭다고 느끼는 이유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삶의 방식을 아이에게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엄마들은 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바라보고 아이와 눈을 맞추기보다 아이가 어떤 아이로 보일 것인지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울면 ‘지금 아이가 왜 힘들어하지?’를 생각하기 전에 ‘지금 사람들이 나를 뭐라고 생각하겠나?’를 떠올린다. 그러니까 아이의 문제를 빨리 해결해주려고 하기보다 “엄마 창피하게 계속 울 거야?”라고 말하며 아이의 등짝을 때린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남에게 보여주는 내 자식은 더 중요해진다. 아이가 그림을 좋아하는 것보다 미술로 상을 타는 것이 중요하고,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는 것보다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다른 엄마들에게 우리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은 아이의 학년이 올라가면 점점 심해지는데 아이가 어떤 고등학교에 진학했나, 몇 등급인가, 어떤 대학을 갔나, 하는 것은 이제 엄마의 유일한 삶의 목표가 된다. 이런 관계 속에서 엄마가 아이를 제대로 바라볼 시간이나 기회 같은 것은 없다. 엄마가 ‘남에게 보여주기 근사한 자식’을 만들겠다는 욕심이 크면 클수록 아이의 상처도 함께 커져 간다.

아이가 엄마의 욕심만큼 공부를 못하고, 엄마가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하면 엄마는 자신의 자존심이 크게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한다. 남에게 보여주는 일로 자신의 정체성을 연명했는데, 이제 남에게 자랑할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자존감은 나 아닌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다. 내 자존감은 내 스스로 정의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전전긍긍하는 것은 자존감도 아니고 자존심도 아니다. 그건 그저 마음 속 저 깊은 심연에 숨어있는 열등감일 뿐이다. 자신의 열등감을 아이를 통해 만회하려는 시도를 당장 멈추고 자신의 내면을 어떻게 채워 넣을까를 고민하는 시간이 지금 엄마들에게 꼭 필요하다.

제발 아이의 성취를 내 성공이라 생각하지 말자. 남들에게 보여지는 아이의 모습에 연연하지도 말자. 아이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생각하지 말고 그저 아이를 바라보자. 남들이 내 아이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지 듣지 말고 아이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자. 아이의 작은 성취에도 감사하고,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자. 나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식을 낳은 것이 아니다. 아이는 그저 아이 자체만으로도 귀하고 사랑스런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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