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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화장하는 딸

기사전송 2017-09-10, 21: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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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딸이 중학교에 들어가니 입학식 안내문에 화장품제한규정이 있었다. 틴트를 바른다거나, 비비크림종류를 바르면 안 되었다. 중학생이 되면 자연스레 화장에 관심이 가질 나이인데 너무 엄격하다고 생각했다. 딸은 이런 일이 없을테니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딸은 외모에 너무 관심이 없다.

딸이 초등학교 입학할 때다. 드디어 학생이 되는 딸을 축하하기 위해 예쁜 치마를 샀다. 그런데 딸은 완강히 거부했다. 유치원때까지 원피스나 치마를 자주 입었기에 당연히 딸도 좋아할 줄 알았다. 그런데 딸은 치마를 입지 않겠다고 했다. 홍희는 설득을 해보려고 잘 어울린다, 예쁘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딸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그때부터였다. 딸이 변했다. 딸은 학교에서 집에 오면 늘 배가 고프다고 했다. 과일은 잘 먹지 않고, 탄수화물로 된 빵이나 과자를 찾았다. 홍희는 배고프다는 딸이 키가 크려 원하는 음식을 해 주었다. 유치원때까지 마른 편이라 통통한 아이들이 보기가 좋았다. 시도때도 없이 먹기를 반복하던 딸이 통통해보지자 귀엽기까지 했다.

친정에 간 날이다. 아들과 딸을 데리고 친정집 마당을 들어서는데 작은새언니가 딸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oo이 왜이리 살쪘노? 얼굴이 보름달이 됐네!” 환하디 환한 보름달. 예전에 빵이름 중 ‘보름달’이 있었는데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보름달같은 복스럽고 탐스러운 딸이 되어 만족했다.

그런데 보름달같은 딸 몸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딸은 초등학생이 되면서부터 세수하고 머리감고 양치질을 혼자서 하겠다며 엄마가 도와주기를 거부했다. 홍희는 깨끗이 씻어야 된다고 씻겨주겠다고 설득해보았지만 자기는 괜찮다고 이리저리 피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변화가 또 있었다. 집에 오면 재잘거리며 말하고 즐거워했는데 괜히 짜증을 냈다. 학교에서 무슨일이 있었냐고 물으면 아무일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꼭 무슨일이 있었던 것 같은 얼굴이었다. 홍희는 그 이유를 학교공개수업날 가보고 알았다.

귀엽고 복스럽고 탐스럽던 딸이 여리여리하고 마른 듯한 또래들 틈에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밝고 애교있던 귀여운 딸이 아니었다. 또래들과 왁자지껄 수다떠는 딸이 아니었다. 반 아이들 틈에서 끼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딸이었다. 발표를 할 때도 자신감이 없이 더듬거렸다. 수업이 끝나고 교실을 나올 때도 잘가라고 인사하는 반 아이가 없었다.

홍희는 학교운동장을 딸과 손을 잡고 걸으면서 학교운동장만큼이나 막막하고 텅빈 감정을 느꼈다. 딸은 분명히 변했고 학교생활이 즐겁지 않아보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무엇이 문제인가?

이후로는 딸은 학교에서 남학생들이 자기손을 보고 놀린다며 징징거렸다. 그전에는 웃음으로 넘겼는데 홍희는 문제의 원인을 발견한 듯 기뻤다. 그날부터 식단을 조절하고, 저녁식후 줄넘기를 시키러 놀이터로 갔다. 그러나 딸은 남자애들이 놀리거나 말거나, 친한 여자애들이 있거나 말거나 상관없다며 홍희의 제안을 거부했다.

초등학교를 변화없이 보내고, 서로 스트레스만 쌓였다.

그런데 딸이 중학교 1학년 입학을 하고나서 갑자기 홍희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 나를 정상으로 키워줘!”

홍희는 비정상으로 키우지는 않았기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키워달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아침마다 안 씻으면 씻으라고 해주고, 음식도 너무 많이 먹지 말라하고, 엄마가 안 피곤하면 줄넘기하러 데리러 나가줘!”

그 후로 딸은 매일아침 일찍 일어나 머리를 감고, 음식도 자기가 알아서 적당히 머고, 놀이터에 가서도 줄넘기를 열심히 했다. 조금씩 살이 빠지고, 딸은 학교에서 집에 오면 친구와 있었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러더니 중2가 되어서는 친구들과 화장품을 사와서 입술을 바르고, 얼굴을 뽀얗게 했다. 친구들과의 만남과 노는 횟수가 늘고, 셀카찍고 웃는 날이 많아졌고 수퍼아줌마가 예뻐졌다고 말했다며 수퍼갈 때 마다 연예인처럼 옷을 갈아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간다. 그리고 시험성적을 높여야겠다며 시험 1개월전부터 도서관을 간다. 10대 청소년의 화장은 너무 심하지만 않다면, 학교에서 매일같이 얼굴만 쳐다보지 않다면 허용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딸이 행복해졌기 때문이다. 오늘도 아침에 미백효과있는 선크림을 바르고 춤추듯이 학교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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