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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삶은 한발 짝 떨어져 볼 때 아름답다

기사전송 2017-10-11, 21: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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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 디자인 연구소장)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은 하나같이 예쁘다. 물론 스텝들이 예쁜 장소를 수소문했겠지만 ‘어쩜 저렇게 풍경이 아름다울까’ 생각을 해본 적이 많다. 그래서 다짐했다. 언제 한번 가보리라고.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경남 합천에 영화 세트장이 있다고 확인된다. 일제강점기 시절이나 60~70년대 풍경은 거의 그곳에서 촬영을 많이 한다고 한다.

드디어 쉬는 날 차를 몰고 부푼 마음으로 그곳을 찾아가 보았다. 그런데 막상 그 장소를 직접 가보니 영상 속 장면과 너무 달랐다. 웅장하던 건물은 어디 가고, 많은 사람이 만세를 부르던 넓었던 그 길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초라하기 짝이 없는 영화 세트장이 나를 반겼다. 분명 똑같은 장소인데, 영상 속의 모습과 실제 모습이 참 달랐다. CG(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한 것도 아닐 텐데 달라도 너무 많이 달랐다. 시시한 장소도 영상 속에 담기기만 하면 모두 예뻐 보이는 법이다.

우리 삶도 비슷하다.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본 우리 삶의 모습은 참 예쁘다.

명절을 맞아 흩어져 살아가던 가족이 고향마을로 모인다. 오랜만에 시골마을 골목이 북적인다. 지나가는 낯선 차에도 반가운 얼굴이 타고 있다.

“어이~내려왔나? 이야 애들 많이 컸네.” 사람들이 고향마을로 모이면 아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피어오른다. 그 추억은 아프고 힘들었던 것보다는 모두 아름답고 그리운 추억들이다. 사람들의 얼굴에 모처럼 미소가 가득하다. 가난했던 시절도 지나고 보니 이렇듯 모두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오래된 사진첩을 뒤적이다 보면 어릴 적 모습에서 미소를 짓게 된다. 그때 그 추억 속의 장면이 아련하고 그립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뱉듯 말한다. “그때가 좋았다” 진짜 그때가 좋아서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아마 그때는 분명 힘든 시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돌아보니 좋았다고 기억을 하는 것이다. 분명 배는 고팠을 것이고, 힘들고 괴로웠던 시간들이 많았을 것이다. 옷이 없어 일 년 사시사철 똑같은 옷을 입고 다녔던 시절이었다. 군것질할 돈도 없고 사고 싶은 물건도 살 수 없었던 시절,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순간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힘든 시절도 지나고 보니 모두 그립고 예쁘기만 하다.

남자들이 그렇게 싫어하던 군대라는 곳도 이제와 돌아보면 그리운 곳이 되었다. 함께 훈련받던 동기들, 너무나 무서웠고 우리를 힘들게 했던 선임의 모습, 고문관처럼 실수가 많던 그 후임의 모습이 그립다. 차가운 겨울 새벽, 기상나팔 소리에 연병장에 모여 점호받던 시절, 다닥다닥 붙어 자던 침상, 휴가 복귀 날 지옥문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싫었던 그곳도 돌아보니 모두 그리운 추억이 되었다.

찰리 채플린의 명언 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참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너무 가까이서 보면 우리 인생은 비극 같다. 어떻게 살아갈까 싶을 정도로 힘든 날이 많다. 정말 요즘은 사람들을 만나보면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다.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 고달픈 현실도 살짝 한 발짝만 떨어져 보면 희극이 될 수 있다. 가족이 함께 잠을 자고 아침밥을 같이 먹고 잔소리가 넘쳐나는 일상의 소소한 일들도 세월이 흐르고 나면 그리운 순간이 된다. 자녀들이 모두 커서 각자 직장을 찾아, 가정을 이뤄 떠나고 노부부 둘만 남게 되면 그때가 참 좋았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 있을 때 맘껏 누리고 감사할 필요가 있다. 멀리서 보면 세상은 참 아름답다.

우리 삶을 한 번씩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는 연습을 하자.

지금, 고달프고 괴롭다 여기는 일들도 지나고 보면 그립고 돌아가고 싶은 순간으로 기억될 날이 곧 온다. 그날을 위해 오늘도 추억거리 많이 만들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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