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을 갈며 소통(疏通)을 생각하다
연탄을 갈며 소통(疏通)을 생각하다
  • 승인 2017.11.29 10: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몇 해 전부터 우리 집 보일러는 연탄보일러다.

기존에 사용하던 기름보일러에 연탄보일러를 연결해 함께 사용하고 있다.

평상시는 연탄보일러가 우리 집의 온기를 책임지고 있다.

날씨가 많이 차가워져 온도가 심하게 내려가거나 시원한 실내 온도에 적응된 우리가족과는 달리 추위를 타는 손님들이 올 때는 기름보일러가 우리 집 온기를 책임진다.

즉, 우리 집 보일러는 하이브리드(hybrid)다.

아침저녁 두 번의 수고로움은 있지만, 추억이 있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서 충분히 그 정도의 수고쯤은 괜찮다 생각한다.

연탄을 가는 방법은 이렇다. 먼저 새 빨갛게 타오르는 연탄 위에 새 까맣게 타오를 연탄을 올린다.

그리고 25개의 눈 들을, 혹은 입일 수도 있는 그 25개의 숨구멍들을 요리조리 돌려가며 맞춘다.

그래야 둘은 뜨겁게 사랑을 할 수 있다. 새빨간 연탄은 사랑을 한껏 주고 싶고, 까만 연탄은 사랑을 맘껏 받고 싶다.

내가 연탄을 가는 이유는 하나다. 새 까만 연탄을 뜨겁게 사랑하게 함이다.

제 한 몸 활활 태워 뜨겁게 사랑하게 하는 것이다. 빨간 연탄과 까만 연탄이 각자 맡은 책임과 의무가 다르다.

그래서 한참 타고 있는 ‘빨간 연탄’에 ‘까만 연탄’을 올릴 때는 둘이 하나 되는 일의 책임은 위에 포개지는 까만 연탄에게 조금 더 있다.

25개의 숨구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새까만 연탄은 뜨겁게 사랑을 할 수가 없다.

아래 빨간 연탄은 한번 자리 하면 자리를 돌려가며 바꾸는 법이 없다. 때문에 위에 포개지는 까만 연탄을 이리저리 뱅뱅 돌려 서로의 숨소리를 맞추어 준다.

그 순간 얻게 되는 깨달음 하나. 숨구멍 맞추며 호흡을 맞추어 서로 사랑하게 하듯 진실한 소통을 원한다면 정보를 전하는 ‘송신자’가 조금 더 수고를 해야 한다는 것. 정보를 받는 ‘수신자’보다 정보를 전하고자 ‘송신자’가 조금 더 움직여서 둘이 좀 더 쉽게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음으로 얻었다.

우리는 보통, 정보를 전하고선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을 향해 역정을 낸다. 그리고 답답해 한다. 그래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소통의 목적은 정보를 전함에 있다. 그래서 소통이 잘 되기 위한 최상의 방법을 송신자가 찾아야만 한다.

일본에 가서 일본 사람에게 물건을 사며 “얼마입니까?” 한국말로 하지 않는다. 여행객인 우리가 일본 말을 배워 일본어로 ‘이쿠라데스까’(いくらですか)라고 물어보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 일본 사람에게 한국말을 해놓고 그들이 못 알아듣는다고 화내고 불평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있다면 그 사람은 진짜 바보와 같다.

어린이집 네다섯 살 어린아이에게는 아이들의 눈높이로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그래야 소통이 된다.

그래서 아이들이 “아기는 어떻게 생기나요?” 질문 해온다면 선생님은 “응, 아기는 황새가 물어 온단다.”라고 얘기한다.

초등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은 그 어린아이들에게 적나라하게 남자와 여자의 신체 구조가 그려진 사진을 보여주고, 나아가 성행위 동영상을 보여주며 XX와 XY 염색체 이야기를 하는 바보 선생님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엄마의 자궁을 아기 주머니라 표현하고 아빠의 정자를 아기씨라고 표현을 하는 것이다.

예전 필자가 대학 시절 공부할 때 기억이 난다.

교단에 서신 교수님 중 한분이 학생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어려운 단어를 사용해 가며 가르치고 계셨고 우리 학생들은 무슨 말인지 몰라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한 학생이 “교수님 좀 쉽게 설명해주세요.”라고 얘기 했다가 된통 야단맞은 기억이 떠오른다. “그것도 모르냐” “그 정도도 모르고 대학 왔냐.”며 핀잔을 주셨기 때문이다.

당신의 지식이 잘 전달되고 있나 없나를 먼저 생각하기 보다는 못 알아듣는 학생에게 역정을 내셨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필자는 요즘 대학 강단에 서면 쉽게, 좀 더 정보 전달을 잘 하기 위한 것에 초점을 맞춘다.

연탄을 갈며, 소통은 주파수 맞추기와 같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말도 서로의 주파수가 맞지 않으면 그건 소음에 불과하다.

못 알아듣는다고 소리만 높이면 송신자는 큰 소리 내느라 목이 아프고 수신자는 시끄런 소리 때문에 귀만 아플 뿐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