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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인생살이도 산을 오를 때처럼

기사전송 2018-04-11, 21: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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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산을 좋아하는 난, 한 번씩 산을 오른다. 산을 올라본 사람은 안다. 힘들게 오른 산일수록 산 정상에서 맞는 기쁨은 더 배가 된다는 것을. 그리고 오르긴 어려워도 내려오는 것 훨씬 쉽다는 것을.

결혼기념으로 아내와 제주도에 다녀왔다. 돌아오는 날, 마지막 코스로 ‘다랑쉬’오름에 올랐다. ‘다랑쉬’오름은 올라보면 성산 일출봉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절경으로 오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름 중에서 손가락 안에 꼽는 오름 중 하나다.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이 빠듯하여 조금은 서둘러 오름 정상으로 가는 계단을 올랐다. 계단도 처음 오를 때야 ‘이쯤이야’ 싶었다. 하지만 그 계단이 끝날 줄 모르고 계속 눈앞에 보일 때가 되자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마음은 급하고 계단은 아직 한참 남은 듯하고.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뭐든지 누적이 되면 이렇게 힘든 법이구나란 걸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가령 가벼운 음료수병 하나를 들고 팔을 앞으로 뻗어 있기는 쉽다. 음료수 한 병쯤이야 싶지만 계속 들고 있다 보면 팔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1시간, 2시간이 병을 들고 팔을 앞으로 뻗어 있으면 가벼웠던 음료수 병이 철근처럼 무거워진다. 결국 사소한 것도 결국 누적으로 인해 힘들게 되는 것이다. 복싱선수들이 별거 아닌 것 같았던 가벼운 잽(jab)에 무너지듯이 말이다.

마음은 급하고 계단은 언제 끝이 날지 몰라 숨이 턱까지 차는 순간 정상에 도착했다. 바람이 정말 시원하다. 쉽게 얻는 것은 그 만큼 보람이 적은 법이다. 힘들게 오르면 바람의 시원함도, 시야에 들어온 경치도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재촉하는 아내와 함께 오른 길을 다시 내려오면서 생각을 했다. 우리 인생살이도 오르는 산과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산을 오를 때처럼 살아야겠다는 생각. 오를 때 그렇게 힘들어 오르면 너무 멋진 경관이 우릴 기다린다.

하지만 내려가는 길은 그렇게 힘들지 않고 쉬이 내려가진다. 오를 때 그렇게 힘들었던 산도 너무 쉽게 그리고 빨리 내려가진다. 산에 오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 정상에서 보는 경관이 아무리 멋져도 그곳에 머물러 살겠다는 사람은 없다. 잠시 산을 오르고 경치를 구경하고 다시 산 아래로 내려온다. 그래서 산을 오르는 이유를 “산이 그곳에 있어서 오르지요” “내려오려고 오릅니다.”라는 앞 뒤 맞지 않는 얘기들을 하곤 한다.

산 아래로 내려가는 발걸음이 가벼운 이유는 뭘까? 아마도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자신을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고 쉼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내려가는 발걸음이 가벼운 것이다.

우리가 돈을 벌고 출세를 하고 성공을 할 때도 늘 산에 오르듯 해야겠다. 언젠가는 내려갈 그곳에 돌아갈 곳과 나를 반겨줄 사람. 그리고 내가 다시 할일이 있어야 한다. 그런 걸 준비하지 않고 오르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서는 안 된다. 내려오는 길 한번 정말 한순간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다. 주위를 한 번도 따뜻하게 돌아보지 못하고 영영다시 내려오지 않을 것처럼 사람들을 대해서는 절대 안 된다. 사람은 머문 자리가 아름다워야 한다. 그 사람의 평가는 그 사람이 떠난 후 그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평가에 의해 내려진다. 충분히 돌아올 심산으로 올라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떠나는 우리를 아쉬워하고 가는 길 박수 받으며 산을 오르듯 성공을 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내려왔을 때 우리가 다시 할 일이 여전히 있어야 한다. 그걸 준비하지 못하고 산을 오르기만 한다면 우린 참 어리석은 사람이다. 오를 때만 알고 내려갈 때 알지 못하는 사람은 참 바보다.

요즘은 어딜 가나 지방선거의 열풍으로 머리를 숙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들에게 부탁해본다. 지금 시민들에게 인사 하듯 다시 내가 돌아올 그 날까지 그 마음 그대로 지켜나가시길….

우리 인생살이도 산을 오르듯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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