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백산여성백일장
아듀! 백산여성백일장
  • 승인 2016.05.0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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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종 시인
제1회 백산여성백일장이 첫 걸음을 뗀 것이 1985년 6월6일로, 지금부터 꽉 찬 31년 전의 일이다. 백산여성백일장의 산파는 당연히 필자였다.

당시 필자는 문경읍 문경고등학교에 상담교사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 문경지부장으로 부지런히 뛰었다. 말이 문경지부이지 문협 중앙회 못지 않게 다부지게 문학행사를 벌였다.

1983년 연초에 경북도내에서 최초로 도천문학상(陶泉文學賞)을 창설하여, 첫 수상자로 대구에 사는 정재호 시인에게 드려, 신선한 화제를 일으켰다.

도천문학상은 필자가 도천 천한봉 도예가님께 19차례나 간청하여 겨우 승낙을 받아낼 수 있었다.

1993년 12회 시상을 하고, 문학상 제정자인 천한봉 회장이 가정의 크나큰 우환으로 안타깝게 폐지되고 말았다.

1984년 10월 중순경 문경고등학교 가을운동회 날 필자는 마라톤 코스심사위원이 되어 말리는 학생들을 지도하다가, 갓 세운 영남요(嶺南窯) 팻말을 발견하고 호기심이 발동하여 요장으로 들어가, 조선도공 같이 순박하게 생긴 백산 김정옥씨를 처음 만나 통성명을 하고, 첫 마디로 여성백일장을 해보자고 햇더니, 첫 마디에 쾌락했다.

허생전의 허생과 변부자와의 만남을 떠올리는 대목이다. 백산 김정옥 사장님의 화통한 승낙에 힘이 실려, 다음해인 1985년 6월6일에 문경시 점촌읍 영신숲에서 제1회 백산여성백일장이 차분하게 막을 올렸다.

독려전화 한 통 없었지만 27명의 여성문사들이 참여했다.

제1회 백산여성백일장을 불멸의 금자탑 위에 올려놓은 것은, 시 부문 최우수상 수상자인 이영숙양이, 2년 뒤 국내에선 가장 전통 있는 시 전문잡지 ‘시문학’에 추천되어 기성시인이 된 것이다.

이영숙 시인의 시문학 당선 시는 내용이 참신하고 고도한 기교를 구사하여 감탄이 절로 나게 했다.

백산여성백일장은 1회부터 올해 32회에 이르도록 매년 같은 날(6월6일), 같은 장소(문경시 영신숲)에서 실시하고, 입상자 시상도 당일 그 자리에서 바로 화끈하게 실시했다.

칸막이가 감옥 같은 원고지 사용을 사절하고, 부담감 없이 백지에 창작을 하도록 했다. 백일장 글제도 10개를 주어 하나를 골라 짓도록 했다.

매년 날자를 고정한 것은 현충일을 깨끗한 생각을 가다듬으며 경건하게 보내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백일장은 여성들에게 문예창작의 기회를 드리기 위해서였는데, 목적이 적중하여 매번 우수작이 속출했다.

올해 32회로 백산여성백일장이 마무리, 대미(大尾)를 짓게 되었는데, 그동안 군청, 시청, 도청의 재정지원을 한 번도 안 받고 순수한 민간행사로 실시했다.

이 백일장엔 문재(文才)가 특출한 입상자가 많아 주최자에게 큰 보람이 되었다. 경연분야도 시와 수필 2개 분야가 있었지만, 수필보다 시 쪽에 우수인재가 몰렸다.

1회 시 최우수 수상자인 이영숙 시인을 비롯하여 정재옥 시인(마로니에전국여성백일장 시 장원), 고선희, 변희자, 정영주, 강수완, 오종순, 김난희, 오성남, 이민숙 제씨의 문학활동이 기대되는 바 크다.

백산여성백일장이 서른 두 번 열리는 동안 당일 비가 온 것은 세 번에 불과했다. 중진문인이 공정한 심사를 해주어 심사에 권위가 높았다.

6월6일 오전 10시부터 백일장이 열렸지만, 시작보다 한 시간 일찍 나온 분이 새벽밥을 먹고 멀리서 달려와 1호 등록을 하여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시 부문에서 몇 차례 우수상을 받은 점촌의 이정순 여사님은 백일장에서 제시된 10개의 글제를 모조리 지어, 심사위원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백일장은 문경시 점촌동 영신숲에서 하지만 참가자들은 서울, 부산, 울산, 대구, 거창, 포항, 안동, 상주, 제주 등 전국을 망라했다.

백일장 상품은 백산 김정옥 사기장님이 1회에 고급도자기 6점씩 32회에 걸쳐 192점 이상을 무상으로 내놓으셨다.

여성문학도 중엔 백일장에 입상하여 김정옥 명장의 도예작품을 받는 것이 평생소원이라고 필자에게 고백하기도 했다.

세상만사는 시작이 있으면 마무리(끝)도 있기 마련이다. 백산여성백일장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간 백일장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도와주신 분들께 각별히 감사드린다.

마지막이 될 올해 백산여성백일장도 오는 6월6일 문경시 점촌동 영신숲에서 전국의 많은 여성문학도들이 참가하여 최대의 성황을 이루고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필자는 백산백일장을 올해로 끝내는 대신, 실력 있는 문인을 발굴하여 이은상문학상을 주는 등 한국문학발전에 계속 창조적으로 헌신할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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