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개교 100주년을 돌아보며
원불교 개교 100주년을 돌아보며
  • 승인 2016.05.0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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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객원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을 막론하고 신앙을 가지지 않은 나라는 없다. 유신론과 무신론으로 대립하고 있는 이념논쟁의 절정에 공산주의 사상이 자리 잡고 있다. 막스주의에 기반을 둔 공산주의는 기본적으로 무신론이라고 하지만 모든 개개인의 머릿속 사상과 이념 그리고 신앙심을 무슨 방법으로 통제할 수 있겠는가. ‘종교는 아편이다’라는 말로 절대기피의 대상으로 꼽았지만 공산국가에서도 교회와 성당 그리고 사찰이 존재한다. 공산종주국이었던 소연방이 붕괴된 후 모든 위성국들은 독립을 선포하고 각자의 성향에 따라 종교의 자유를 만끽한다. 표면적으로 공산당 지배하에 경영되는 중국의 정치도 모든 종교는 자유롭게 선교활동을 한다. 다만 독립운동을 벌이는 티베트는 체제내의 불교활동은 장려하고 있지만 다라이라마 등 전통불교는 용납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강박한 공산지배를 받고 있는 북한까지도 표면상 불교를 용인하며 기독교도 교회를 소유하고 있지만 활동은 미미한 편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왕조시대에 불교와 유교가 지배세력으로 등장하면서 성황을 이뤘으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기독교의 활성화가 눈에 띈다. 일본의 침탈에 저항의 깃발을 높이 들었던 동학혁명세력은 오늘날 천도교의 근원으로서 한 때 동학교도의 숫자만도 300만을 넘었다. 인구 1천만에 불과한 나라에서 3분의 1이 동학교도였다는 것은 썩어빠진 왕조를 뒤엎고 새로운 개벽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그만큼 많았음을 의미한다.

그런 와중에 태어난 종교가 원불교다. 원불교의 원형은 불교다. 원불교에서 사용하는 종교용어는 대부분 불교와 비슷하다. 다만 불교가 부처님 형상을 조각하여 법단에 모시는 것과 달리 원불교에는 일원상(一圓像)이 있을 뿐이다. 기독교는 십자가로, 원불교는 일원상으로 상징된다. 원불교 창시자는 소태산 박중빈(少太山 朴重彬)이다. 그는 동학농민운동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에 영광에서 태어났다. 영광은 굴비의 고장으로 정읍 고창 부안과 이웃이라 동학혁명의 태동지(胎動地)나 다름없다. 그는 자라면서 일제의 침탈로 망해가는 왕조의 가렴주구 등 배신과 모략이 난무하는 말세적인 정신황폐의 현장을 목격하면서 나라를 바로 세우고, 백성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정신개벽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가 되었음을 크게 깨닫는다.

1891년에 태어난 소태산은 1916년 마침내 원불교의 개교를 선포한다. 나이 스물여섯이다. 그는 사은 사요 삼학을 원불교의 교리로 내세웠다. 사은(四恩)은 천지 부모 동포 법률을 말하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과 나를 낳아주신 부모,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 그리고 화목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각 개인의 수신, 가정의 제가(濟家), 그리고 사회를 다스리는 법률의 존재가 없으면 하루도 안녕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는데서 법률을 말한 것이다.

현대의 종교들이 대부분 기복사상에 빠져있고 천당이나 극락 또는 연옥과 지옥이라는 내세의 행불행으로 몽매한 백성을 공포에 몰아넣는 것과 달리 순수한 삶의 기본에 충실한 현실인식을 보여준다. 사요(四要)는 자력양성, 지자본위(智者本位), 타자녀교육(他子女敎育), 公道者崇拜)와 같은 구체적 실천덕목이다. 스스로의 힘을 기르고, 지식과 지혜를 본위로 삼는다는 것이다. 타자녀교육은 모든 것을 자기 자신의 자식에게만 쏟는 이기적 교육을 지양하고 다른 사람의 자녀에게도 똑같은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날 엄청난 사교육비에 음서제까지 등장하고 있는 비뚤어진 가정교육의 잘못됨을 이미 100년 전에 간파하고 이를 경계한 것이다. 후진양성이 교육의 대도임을 선포한 것임을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삼학(三學)은 정신수양 사리연구 작업취사를 말한다. 부정과 부패에 빠지지 않는 올바른 정신자세를 가져야 하며, 편파적이고 과격한 논리에 떨어져 많은 사람들이 용납하지 않는 상식이하의 행동은 사리에 어긋난다. 여기에 정의를 취하고 불의를 버려야만 올바른 사회정의를 이룩할 수 있다는 점을 강력하게 가르친 것이다. 위에서 살핀 사은 사요 삼학의 가르침은 실천과 궁행을 통해서 일상의 생활을 수행을 위주로 하는 영적인 삶과 실제적인 삶이 둘이 아닌 하나임을 깨닫게 만들어 영육쌍전(靈肉雙全)의 산 종교가 될 수 있음을 확실하게 밝혔다.

소태산은 몸소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초창기 영광에서 간척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3만평의 농지를 확보하는 자립기반을 성취했다. 또 당시로서는 개념이 없었던 저축조합을 장려하였으니 인간의 기본인 근검절약을 솔선수범하여 실제생활과 일체화시켰다. 지난 5월1일 서울 상암경기장에서는 세계 23개국 신도들이 참여하는 원불교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원불교로서는 처음인 대집회를 연 것이다. 6대종단 대표와 삼부요인들이 참석한 5만 명의 대집회는 처음 시작할 때 고통과 고난을 함께 했던 아홉 분의 소태산 제자 송규 이재철 이순순 김기천 오창건 박세철 박동국 유건 김광선 등에게 종사(宗師)의 법훈을 수여함으로서 원불교 성인으로 모셨다. 경산 장응철 종법사는 10개국어로 번역된 원불교전서를 봉정하고 법문을 발표했으며 한은숙 교정원장은 정신개벽 서울선언에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두 변하고 지혜로워져야만 한다는 실천 강령과 미래비전을 제시했다. 대각개교절(大覺開敎節)100주년에 민족통일과 국민화합 그리고 민생안정이 이뤄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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