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표차 당락
1표차 당락
  • 승인 2016.05.1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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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종 시인
1표 차이로 천국과 지옥이 엇갈리는 비정한 것이 바로 선거다. 한 표 차이로 생(生)과 사(死)가 갈리는 것이다.

일제 시대에는 지금의 도의원에 해당하는 직책이 도평의원이었다. 전 주민이 다 투표에 참여하는 선거가 아니라,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는 제한선거라고 생각된다.

일제 말기 때 이규선씨는 경주 이씨로, 문경군 호서남면 모전3리(양지마) 출신이었고, 많은 토지를 소유한 지방의 명망가이자 현 서울법대 전신인 경성법률전문학교 출신의 엘리트였다.

도평의원 선거전에 호계면 가도리 출신의 경주 김씨인 김만경씨와 맞씨름이 붙었는데, 김만경씨도 열혈아로 이규선씨와 호적수였다.

열전 끝에 김만경씨가 1표차로 낙선하여, 화병을 이기지 못하고 그 길로 임종을 맞았다. 도평의원을 지낸 이규선씨는 인성이 원만하고 겸손하여, 아들 친구 또래인 연하자에게도 보면 늘 인사를 먼저 했고, 말도 경어를 쓰서 젊은 사람들도 늘 공경하는 마음을 갖게 했다.

이규선씨는 탁주양조장을 운영하였다. 해방이 되면서 문경군 호서남면(점촌)에 중학교를 설립해야 하는데, 학교부지가 마련돼야 국가에서 중학교 설립을 허가해 주었다. 일제 때 시골인 문경군에는 중등학교는 한 곳도 없었고, 일제가 망할 무렵 1개 면(面)에 1개의 보통(초등)학교가 지각 설립되었다.

이규선 선생이 밭 103마지기를 기꺼이 희사해 1948년 10월8일에 문경군 최초의 공립중등학교인 문경중학교가 개교를 하여, 지역중심 중학교로서 국가의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명문 중학교로 우뚝 서게 되었다.

명문중학교를 세우는데 최고 공로자인 운송(雲松) 이규선 선생의 공적비는 검소하다 못해 너무 초라하기까지 하다.

공적비를 볼 적마다 생전에 겸손하신 인격을 직접 뵙는 것 같아 거창한 추모비보다 더욱 정이 간다.

도평의원선거에는 겨우 1표를 더 얻어 당선이 되셨지만, 인품이나 지역사회에 대한 이규선 선생의 공적은 만표 차 보다 훨씬 값진 것 같다.

필자는 문경중학교 7회 졸업생으로, 국공립 중·고등학교 교장과 중진시인으로 활동하게 된 것도 운송 이규선 선생의 공덕 때문이라 생각하며 가슴 가득히 경의를 표해드린다.

올해 20대 국회의원 선거는 당선자 한 사람 차이로 제1당과 제2당으로 갈리고, 1석(席)을 더 얻은 더민주당(123석)은 제1당으로 대승했다고 기고만장하고, 1석이 적은 새누리당(122석)은 기를 못 펴고 의기소침하여 보기에도 민망하다.

수학적으로 123대122는 그놈이 그놈이지만, 1석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니 세상은 오묘한 곳이다. 선거는 미학(美學)이 아니고, 역시 마술이다.

지역고착이 심한 이 땅 선거풍토에도 이번 20대 선거결과 만년 터밭은 없음이 밝혀졌다. 더민주당의 만년 터밭인 호남에서 더민주당이 2석밖에 못 건졌고, 새누리의 우세지역인 부산·울산·대구·경남에서도 더민주당이 깃발을 꼽았다.

다행히 경북은 13석 중 전석을 새누리당이 완승을 거두었는데, 공정한 지역 일간지들의 공헌이 절대적인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이 된다.

투표는 즉석복권이 아니다. 유권자들이 평소 정당과 정치인을 지속적으로 심층관찰하면서, 장기관찰결과를 통하여 공과(功過)에 따라 엄정하게 투표를 해야 함에도, 이 땅 유권자들은 일시적인 표피현상만 보고 단순사고를 기준으로 투표하여 국가발전의 원대한 비전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투표를 옳게 하자면 국가의 백년대계를 통찰하여 신중하게 투표해야 한다. 투표를 마치자마자 국가가 흔들리고 앞날이 불투명한 안개속으로 숨어서야 되겠는가?

지혜는 슬기다. 슬기는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가장 지혜로운 것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 된다. 우리 국민들은 선거를 통하여 올바른 선택을 어김없이 잘하고 있는가? 반성을 해 볼 일이다. 지난날 군주국가시절엔 좋은 임금이 왕위를 계승해야 국태민안을 이룩할 수 있듯이, 21세기 민주시민 유권자들은 애국심이 투철하고 국가관이 바로 된 국회의원을 뽑아야 국운이 바로 열릴 것이다.

선거는 왜 중요한가? 한 표가 개인과 국가의 사활(死活)을 가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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