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디우스의 매듭’에 대한 단상
‘고르디우스의 매듭’에 대한 단상
  • 승인 2016.06.13 18: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동규
전 중리초등학교장
대관령자연휴양림에는 금강송이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아있다. 그 나무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니 금강송의 웅장한 자태는 ‘아!’하는 찬탄이 절로 나올 만큼 경이로웠다. 화재로 불탄 숭례문 복원 시 목재로 지목되고 관리대상에 선정된 금강송도 몇 그루 있었다.

휴양림 입구 정자에 몽린의 글 ‘山光澄我心(산광징아심)’의 글귀가 마음을 다독여 그냥 산을 좋아하게 하였다. ‘산의 아름다운 풍광은 나의 마음을 깨끗하고 맑게 해준다’는 풀이를 되뇌며 금강송 나무를 안아보고 보듬으며 맑은 물이 흐르는 계류를 따라 걸었다. 그 계곡 끝에는 소원을 들어주는 마이더스 왕이 찾는 물의 발원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바쿠스(디오니소스)는 그의 스승을 도와 준 마이더스 왕에게 보답하기로 하였다. 마이더스 왕은 ‘나의 손이 닿는 것은 무엇이든지 황금으로 변하게 해 달라’고 소원한다. 마이더스 왕은 만지는 것마다 모두 황금으로 변하니 그 기쁨은 이루 형언할 수 없이 좋았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문제가 생겼다. 빵을 집어도 황금이 되고, 포도주를 입에 갖다 대어도 황금이 되니 이만저만한 걱정이 아니었다. 딸을 품에 안으니 황금 인물상이 되었다.

이러한 전대미문의 사건에 당황한 마이더스 왕은 바쿠스에게 황금이 된 양팔을 들고 살려 달라고 애원을 하였다. 자비심이 많은 바쿠스는 ‘팍톨로스강의 발원지에 가서 머리와 몸을 담그고 잘못과 벌을 씻어라’하였다

그 후로 마이더스 왕은 부귀영화를 싫어했고, 산천이 푸르른 시골을 좋아했고 들판의 신으로 받드는 판의 숭배자가 되었다.

숭배자 판은 노래자랑대회에서 패배한다. 그 판정에 항의한 마이더스 왕은 당나귀 귀가 된다. 이발사에게 자신의 귀를 누설하지 말도록 당부했지만 이발사는 초원에 구덩이를 파고 비밀을 속삭였다. 갈대가 자라면서 바람결에 비밀은 누설되고 이 사실은 알려졌다. 마이더스 왕은 매듭을 풀어나가기로 하였다.

이 신화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신라 경문왕의 이야기와 맥락이 같다. 하여튼 사람은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표현하고자하는 욕망을 억제키 어려운 모양이다.

마이더스 왕의 아버지는 프리지아 초대 왕이 된 고르디우스이다. 그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신탁이 내린 마차를 타고 와서 왕이 되었다. 마차는 제우스신에게 바치려고 신전에 단단히 묶어 아무도 풀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묶어 준 매듭을 푸는 자가 동방의 왕이 될 것이라 예언했다. 이 ‘고르디우수의 매듭’은 난제로 남아 있었다.

그로부터 300여 년이 지나 알렉산더 대왕이 프리지아를 점령했다. ‘이것을 푸는 자가 아시아를 정복하리라’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알렉산더는 풀려고 노력하다가 풀리지 않자 단칼에 잘라 버렸다. 예언대로 알렉산더는 동방을 정복하고 왕이 되었다. 그러나 알렉산더는 서른셋의 나이로 죽고 나라는 후계자에 의해 삼등분되었다.

‘뒤얽힌 삼 가닥을 단칼에 잘라버린다’는 말은 쾌도난마(快刀亂麻)이다. 쾌도는 아주 잘 들고 날이 선 칼을 말하고, 난마는 뒤얽힌 삼(대마) 가닥이다.

중국 동위(東魏)의 재상인 고환에게는 아들이 여럿 있었다. 어느 날 아들들을 불러 놓고 헝클어진 삼 줄을 한 뭉치씩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는 헝클어진 삼 뭉치의 매듭을 풀도록 하였다. 둘째 아들 고양은 ‘어지러운 것은 베어 버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면서 칼로 단번에 잘라버리는 것이었다. 고양은 어지럽게 뒤엉킨 상황을 아주 재빠르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과단성을 보였던 것이다.

그 후 고양은 아버지 고환의 뒤를 이어 동위의 실권을 장악하고, 효정제를 위협하여 왕위를 물려받아 북제 왕조를 세웠다. 그리고 힘을 북방 진출에 기울여 거란, 돌궐 등을 격파하였다. 뒷날 난폭한 정치를 하여 국력이 쇠퇴하였다.

매듭은 끈을 묶은 마디를 말한다. 또는 하던 일이 제대로 안되고 막히거나 맺힌 부분이다. 그리고 글쓰기의 마무리도 매듭이다. 다 끝낸 일은 매듭을 짓는 일이 더 어렵다고 한다. 그만큼 일의 중요성은 매듭에 있다.

매듭을 알렉산더는 풀지 못해 잘라 버렸고, 고양은 처음부터 단번에 잘라 버렸다. 성공은 하였지만 후일 그들은 ‘글쎄?’라는 단상을 해본다.

차라리 매듭을 풀어가며 과오와 벌을 씻고 푸르른 산천을 좋아한 마이더스 왕이 낫지 않았을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