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또한 아홉 머리의 새 - 언제나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 또한 아홉 머리의 새 - 언제나 힘을 모아야 한다
  • 승인 2016.06.1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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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중국 후베이성(湖北省)에는 ‘천상구두조 지상호북료’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맨 마지막 글자 ‘료’는 ‘점잖은 사내’를 나타냅니다.

그러니까 이 말은 ‘하늘에는 구두조(九頭鳥), 땅에는 후베이 사람’으로서, ‘하늘에서는 아홉 개 머리가 달린 영특한 새를 당할 수 없고, 땅에서는 후베이 사람을 당할 수 없다’라는 뜻이 됩니다. 이 말은 후베이 사람들이 자신들의 우월감 나타내기에 무척 좋아하는 대련(對聯)입니다.

아홉 개의 머리가 달린 새는 머리가 한 개인 새보다 훨씬 영리할 것입니다. 많은 머리로 생각을 짜내면 금방 해결방안이 나올 테니까요. 이에 비유되는 후베이 사람들도 한 명의 머릿속에 일반 사람 아홉의 지혜가 들어가 있어 사람을 놀라게 한다는 자랑이 들어있습니다.

후베이성은 과거 중국에서 가장 부유했던 안후이성(安徽省) 보다 바다에서 훨씬 멀리 떨어진 내륙에 위치해 있지만, 지금은 안후이성을 제치고 더 높은 소득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후베이성 사람들은 해상교통이 불편하여 물류 교류가 활발하지 못한 불리한 조건을 이겨내고 이처럼 부(富)를 쌓게 된 데에는 매우 창의적인 태도로 상업 활동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굳건한 내부 단결로 현실의 불리한 여건을 극복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구두조도 머리가 아홉 개인 만큼 각각 창의력을 발휘하여 힘을 모으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홉 개의 머리 구조는 매우 위험한 조직 구조이기도 합니다. 만약 이 아홉 개의 머리가 힘을 모으지 못하고 서로 다툰다면, 다른 구조에 비해 훨씬 더 처참하게 분열되어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옛 중국 원(元)나라 말기에 유기(劉基)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유기는 원나라에서 명(明)나라로 바뀌는 혼란기에 벼슬에서 물러나 산중에서 세상의 어지러움을 풍자하는 ‘욱리자(郁離子)’라는 책을 써서 세상을 비판하고 바른 길로 이끌고자 하였습니다.

‘욱리자’에는 50여 개의 우화(寓話)가 들어있습니다. 이 우화들에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혼란으로 매우 어려웠던 시기에 그가 어떻게 스스로를 지켜내었는지에 대한 촌철살인(寸鐵殺人)의 구현방략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그리하여 ‘욱리자’는 ‘중국 처세의 고전’으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이 ‘욱리자’에 ‘어리석은 새’라는 우화가 들어있습니다.

어떤 산에 머리가 아홉 개가 달린 새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새는 머리가 각각 멀리 보고, 눈이 밝으며, 냄새를 잘 맡았습니다. 또 방향을 잘 잡았고 판단력도 뛰어났습니다. 그리하여 다른 새들보다 훨씬 빨리 먹이를 구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어찌하다가 이 새는 모처럼 먹을 것을 구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아홉 개의 머리는 서로 먹겠다고 다투다가 마침내는 몸에 상처가 나도록 싸움을 벌이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몸 여기저기 깃털이 빠지고 피가 배어나오는 등 흉한 모습이 된 채 누구도 먼저 먹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바닷가의 물새가 이 모습을 보고 비웃었습니다.

“아이고, 아홉 머리나 되면서 어떻게 그리 싸우니?”

그러자 아홉 개의 머리는 저마다 외쳤습니다.

“먼저 먹으려고!”

물새가 다시 탄식하듯 말했습니다.

“아이고, 너희들은 아홉 개의 목구멍이지만 누가 먹어도 결국에는 하나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거잖아!”

이 이야기는 결국 힘을 모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들은 혹시 이 구두조처럼 행동하고 있지는 않은 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함께 힘을 모으는 구두조와, 서로 욕심을 부리는 구두조는 그 몸의 구조가 같다 하더라도 그 결과는 엄청나게 다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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