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당보다 계파의식부터 없애야
복당보다 계파의식부터 없애야
  • 승인 2016.06.2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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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객원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살아나온 사람이 새누리당에서 7명, 더불어민주당에서 1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컷오프되거나 마지막 순간까지 공천될 가능성이 희박하자 등록전날 전격적으로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등록했다. 경선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컷오프된거야 자진탈당으로 소속정당의 후보가 다른 사람으로 결정되었지만 유승민같은 경우는 마지막까지 결정을 미뤄 스스로 탈당하도록 유도한 느낌이 강하다.

이로 인하여 새누리당은 그를 공천하지 않는데 성공했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한 그는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되었으니 오히려 유명세를 타면서 승승장구한 느낌이다. 이러한 공천내분으로 인하여 새누리당의 총선 성적표는 D학점도 아니고, E학점도 못되는 F학점으로 추락했다. 원내 제1당의 지위를 야당에게 빼앗기고 여당의 고정 자리였던 국회의장마저 더민주에게 양보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새누리당의 소위 친박세력은 탈당한 전직당원의 복귀에 완강히 거부하는 태도를 보였다. 총선에서 당선하자마자 바로 복당원서를 제출한 4명의 의원들에 대한 일괄거부는 소수당으로 전락한 딱한 처지를 아직도 뼈저리게 느끼지 못하는 무신경 무능력 때문일까. 오직 친박이라는 계파의식에만 충실하면 나라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나마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설왕설래 끝에 투표를 통하여 이를 해결한 것은 모처럼 보여준 새누리당의 결단으로 평가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정진석 원내대표가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투표연기를 제의하자 “다수결을 거부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다”라고 오바하는 발언을 했다가 김위원장의 진노를 산 것은 절차상 있어선 안 되는 해프닝이었다. 이에 반발한 김희옥은 비대위 회의를 마친 후 며칠 동안 당무를 거부하며 거취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정진석은 부적절한 발언을 사과하고 직접 만나 문제를 풀었으니 이제부터는 원내 제1당의 위상을 회복하여 3당 정립의 매듭을 풀어야 할 여건을 구비했다. 이 과정에서 친박세력은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사실이 밝혀졌다. 서청원은 원내 최다선인 8선의원이다. 새누리당이 원내 제1당으로 등장했더라면 그가 국회의장이 되는데 큰 애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1석 모자란 제2당이다. 그래도 전통적으로 국회의장은 여당 쪽에서 맡아왔으니 서청원 의장론은 당연했다. 하지만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과반수를 넘긴 입장에서 더구나 제2당인 새누리당에 선뜻 의장자리를 내줄 리가 없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새누리당에서 최다선만 내세워 서청원을 밀 기초가 형성되지 못한 상태였다. 이 때 결단을 내린 사람이 서청원 자신이다. 의장 선임 때문에 원내구성이 한없이 미뤄지면 국민의 지탄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자신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서청원은 스스로 의장직을 포기했다. 원내협상의 큰 물꼬를 터준 것이다. 역시 최다선의 면모를 과시한 셈이다.

이번 복당파문에서도 그의 올바른 판단은 계파를 막론하고 큰 호응을 받았다. 서청원은 일찍이 친박연대라는 당을 만들어 대성공을 거둘 만큼 뼛속부터 친박파의 거두다. 그러나 오랜 정치생활을 통한 그의 경륜은 어느 파만을 두둔하고 그에 집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있다. 유승민 등의 복당에 대해서도 모르긴 몰라도 서청원은 환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비대위에서 결정된 사항이다. 강경파 일부가 이에 반발하자 그는 의연하게 이를 물리쳤다. “비대위에서 결정한 사항이라면 우리가 따라야 한다”는 확고한 소신을 정확하게 전달했고 결국 복당은 기정사실로 자리매김 되었다.

더민주에서 총리를 역임한 이해찬의 공천탈락이 확정되자 제일 놀란 측은 이른바 친노 세력이었을 것이다. 약간의 반발이 일어났으나 김종인의 강경일변도를 비켜갈 방법은 없다. 그러나 무소속으로 출마한 그는 세종시에서 당당히 당선했다. 그 역시 친정인 더민주에 복당을 신청했으나 아직까지 입당절차가 이뤄지진 않고 있다. 그를 탈락시켰던 김종인은 당헌 당규의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말함으로서 공식기구에서 결정되는 절차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 역시 계파간의 갈등관계가 잔존하지만 상대를 인정하는 선에서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를 지켜내는 양대 정당이다. 국민의당이 등장하여 그들이 캐스팅보트를 쥐었다고는 하지만 양당이 협치에 성공하면 캐스팅보트는 있으나 마나다. 사안에 따라 주고받는 게 정치의 묘미일진대 양당은 지금까지의 대결구도를 벗어나 대 정당답게 국가의 미래를 위한 민생정치를 펼칠 수 있는 호기를 맞이했다고 본다.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습벽(習癖)을 버리고 어려운 경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마련에 전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아무리 인기를 먹고사는 정치인이라고 하지만 연예인과는 다르다. 인기가 있다고 해서 꼭 옳은 것만은 아니다. 참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되면 당파의 입장을 벗어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위대한 정치 지도자는 과거부터 신념과 소신을 지킬 때에만 역사에 남았다. 바람에 떠있는 일시적인 인기에 연연하다보면 자신의 정체성은 녹아 없어지는 씁쓸한 최후뿐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계파의식을 초월한 미래정치 운영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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