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
  • 승인 2016.06.2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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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지방자치
연구소장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25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강 중앙 약 지방의 관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눈에 띄게 변한 것이 있다. 유달리 지방자치단체장의 힘이 세진 것이다. 자치부활 초기 때 단체장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행정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고들 생각했다.

주민서비스를 담당하는 행정의 본질은 변함이 없는데도 선거 직 단체장이 되면서 지방자치행정에 많은 변화가 오고 있다. 교과서적으로 보면 정치인은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있고 행정인은 정책을 집행하는 편에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가 무르익어 가면서 자치단체장이 강력한 행정권·재정권 등을 쥐고 소왕국의 통치적 권한자가 되어 헌법과 지방자치관련법령을 뛰어 넘는 정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광역단체장의 경우부터 보자. 영남권 단체장들이 신공항 위치 선정을 두고 부산 가덕도냐 경남 밀양이냐 하면서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중앙정부가 2곳 공항 예정 위치를 두고 외국 전문기관에 용역 의뢰한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영남권 5개 단체장이 합의문까지 썼지만 갑자기 부산시장이 가덕도에 공항이 꼭 들어와야 한다며 사회단체를 앞세우고 시민들을 부추겨 캠페인을 벌인 것을 보면서 행정을 하는 단체장이 매우 정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가덕도 유치에 실패하면 부산시장 직에서 사퇴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다분히 자기 정치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장 자리는 으레 그러려니 했지만 대선이 아직 멀었는데도 단체장 몇몇은 대선후보자의 이름을 얻기 위하여 언론 플레이를 하면서 갖가지 정치적 꼼수를 보이고 있다.

대선을 꿈꾸는 단체장은 법률 규정을 따지지 말고 일찍 사퇴하여 국민들에게 대선후보자로서의 확실한 각오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후보자가 되지 못하면 그 자리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은 대의에도 맞지 않고 정치인이 듣기 싫어하는 기회주의자로 낙인이 찍힐 가능성이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설이 나도는 만큼 그가 총장직을 물러날 시점에 맞추어 대권에 뜻을 두고 있는 단체장들은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 경쟁체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정치 대망자로서 떳떳할 것이다.

지방자치제의 장점 중 하나가 훌륭한 정치지도자를 양성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에서의 정치행정 경험 축적이 정치인에게 큰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체장이 국회에 진출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서울시장 빼놓고 시장·도지사가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었다.

엊그제 유력 중앙지 A1면에 성남시가 낸 광고를 보고 잠시 얼떨떨했다. ‘지방자치와 민주주의가 꺼져갑니다’·‘정부는 국가사무를 끊임없이 지방에 넘겨 지방재정을 약탈하고 있습니다’·‘지방자치 탄압 멈추십시오!’·‘민주주의 역행 멈추십시오!’. 기초자치단체가 정부를 향해 아주 도전적인 용어를 써 가면서 국민여론을 형성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성남시장이 좀 유별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의 정치적 이념이 성남시 전체의 의견인양 내 비쳐지고 있어 안쓰럽다. 일개 시장이 교묘하게 언론광고를 통하여 정부에 대항성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에 황당감이 든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행정에 불만이 있을 수 있다. 대륙형 지방자치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중앙정부가 지방에 대해 한정적인 자치행정권을 허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이것을 바꾸려면 헌법도 고쳐야 하고 전반전인 지방자치관련법 개정이 있어야 한다. 현행법 체계에서는 지방이 아무리 떠들어도 방도가 없다.

그러한 일련의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일반시가 도전적·항의적 광고를 낸 것은 정치적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성남시장 이름으로 낸 것이 아니고 성남시가 낸 광고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성남시라는 자치단체는 집행부인 시장과 의결기관인 의회로 구성되는데 의회가 광고를 거든 흔적은 안 보인다. 내용을 보면 완전 시장 독단의 생각이 넘쳐나고 있다.

시장이 왜 이런 광고를 냈을까. 야당 소속이라 그랬을까. 전국 기초단체장협의회와 공동으로 광고를 냈다면 보기 좋았을 것이다. 말해 무엇 하랴. 성남시장은 지금 정치적 큰 그림을 그려가면서 순전히 자기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남시장 명의의 광고가 타당하다. 성남시의원들의 반응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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