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들어 낸 새로운 ‘말다툼’, ‘애매함’, ‘제멋대로’
인간이 만들어 낸 새로운 ‘말다툼’, ‘애매함’, ‘제멋대로’
  • 승인 2016.06.2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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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성 논설위원
인간 세상은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다. 정치권은 특히 더하다. ‘인간의 본성이 그래서’라고 인정하더라도, 규칙도 없고, 예측가능성도 없다. 한계도 없다. 이솝 우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아주 옛날 신들의 천사가 인간과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을 때 말썽을 불러일으키기를 아주 좋아하는 천사 삼형제가 있었다.

막내는 ‘말다툼 천사’라 불렸는데, 이 천사는 ‘불화의 씨’를 뿌리는 것을 무척 좋아해서, 고자질하거나 넌지시 나쁜 소문을 퍼뜨려 싸움을 야기하고 그 과정을 지켜보며 즐기는 천사였다. 둘째는 ‘애매한 천사’였다. 이 천사는 그와 관련된 일은 무엇이든 애매하게 흐지부지하게 만들어버려 도무지 무엇이 무언인지를 불분명하게 만들어버렸다. 큰 형은 ‘제멋대로 천사’였다. 이 천사는 뭐든지 자기 생각대로 하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아, 어떤 일이든 하나에서 열까지 이것저것 시시콜콜하게 지시하고, 자기가 지시한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내며 끝까지 자기 주장을 했다.

세상 모든 일에는 사물을 보는 다양한 시각과 견해와 문제를 해결하는 많은 방법이 있으며, 또 한 가지 방법으로 일을 시작했다하더라도 문제가 생기면 때와 장소와 문제에 따라 임기응변하고 새로운 시각과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세상을 가능한 한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지혜가 필요하다.

천사 삼형제가 인간과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을 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선 ‘제멋대로 천사’는 뭐든지 까다롭게 지시해놓고는 갑자기 마음이 변하여 멋대로 방법을 바꾸기 때문에 이 천사가 관여하기 시작하면 모든 일이 큰 혼란에 빠져버리게 된다. 물론 이것이 이 천사가 노리는 바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누구누구가 제대로 일하지 않았다며 더욱 말썽을 부리는 것이었다. 일이 점점 더 그리고 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이 천사에게는 늘 함께 따라다니는 ‘애매한 천사’와 ‘말다툼 천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천사 삼형제가 가는 곳에는 말썽이 그칠 줄 몰랐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해보면, 결국 인간들이 이 세 천사의 꼬임에 넘어가서 야기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왜냐하면 신과 천사들은 누가 뭐래도 신념이 있고, 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의 분별심도 있고, 또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세계를 더욱 더 즐겁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천사 삼형제의 말썽은 어지간히 따분할 때의 기분전환이나 심심풀이 정도였다. 게다가 이들 삼형제는 자신들의 ‘말다툼’이나 ‘애매함’이나 ‘제멋대로’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큰 문제를 야기하지도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인간은 달랐다. 인간은 어찌된 셈인지 세 천사가 하는 말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 세 천사가 뿌린 불화의 씨앗은 어느새 애매하고 제멋대로인 심각한 싸움으로 번져버렸다. 때때로 신들까지도 이런 싸움에 휘말릴 때가 많아 신들과 천사들은 이대로는 세상이 좋아질 것 같지 않아 인간의 세상과 신들의 세상을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천사들은 그 사이를 오고갈 수 있도록 했는데, 유독 이 말썽꾸러기 천사 삼형제만은 자신들이 다루기 쉬운 인간세상에서만 활동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 세상은 이 천사 삼형제가 떠나지 않는 한, ‘말다툼’이나 ‘애매함’이나 ‘제멋대로’가 판을 친다. 그러나 이런 ‘말다툼’이나 ‘애매함’이나 ‘제멋대로’는 원래 신들이나 천사들의 의도와는 달리 인간이 만들어 낸 새로운 ‘말다툼’이나 ‘애매함’이나 ‘제멋대로’인 것이다. 즉, 신념도 없고, 분별심도 없고, 지혜도 없는 인간이 새로 만들어 낸 새로운 ‘말다툼’이나 ‘애매함’이나 ‘제멋대로’는 세상을 더 즐겁고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혼란과 무지와 아집과 독선만 난무하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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