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쓰기의 논란거리
일기쓰기의 논란거리
  • 승인 2016.06.2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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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중리초등
학교장
며칠 전 종합편성 방송에서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일기장을 검사한 것을 두고 학부모들과 갈등을 일으킨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담임교사가 일기장을 일일이 지도 한 것을 화면에서 살펴보니 문제점은 없고 분량이 조금 많은 것 같았다. 교정부호를 사용하였고 틀린 글자는 고쳐주었다. 표현이 잘된 부분이나 잘못된 부분은 빨간 볼펜으로 줄을 그어 지적하였다.

정조는 과거시험 답안지를 빨간 글씨로 교정하고 일일이 지적하면서 최종 확인한 임금이다. 정조는 당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고는 문체반정이라 일컬어지는 문풍을 일으켰다. 열하일기는 새롭고 참신한 필기 소설류의 글이다. 정조는 그것이 못마땅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정조는 한문 문체를 개혁하여 순정고문으로 환원시키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 때 바른 곳으로 돌아간다는 귀정(歸正), 또는 순수한 바름으로 돌아간다는 순정(醇正)정책이 문체반정이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비변귀정(丕變歸正)으로 기록되어 있다.

정조는 ‘선비들의 기상이 점점 나빠져서 문풍이 날로 고약해지고 있다. 과거시험에도 모두 패관 소품 문체를 모방하니….’라는 이유로 문체반정을 일으켰다. 패관 소품 문체란 민간에서 널리 쓰이거나 애용하는 문장을 말한다.

패관 소품 문체를 쓴 신하들에게 정조는 자송문을 쓰도록 명령하였다. 그러나 끝까지 자송문을 내지 않은 사람은 박지원과 이옥 두 사람이다. 정조는 두 사람을 관리채용에 불이익을 주기는 했지만 끝까지 문제 삼지는 않았다.

2009년에 발견된 정조가 심환지에게 보낸 어찰들에는 한자 사이에 한글‘뒤쥭박쥭, 만조하다(얼굴이나 모습이 초라하고 잔망하다)’가 쓰인 것도 있고, 다른 어찰 곳곳에도 ‘귀띔, 눈코 뜰 새 없이, 감히 주둥아리를 놀리는 것인가, 아닌 밤중에 홍두께 같은 일’등의 패관 소품 문체들이 많이 보였다.

박지원과 이옥은 정조의 문체반정에 대하여 반대되는 증거로 맞대응할 수는 없었지만 자송문을 쓰지 않음으로 반증 가능성이 있는 주장을 하였던 것이다.

정조 역시 두 사람의 열린 글과 시대적으로 과학적인 언어에 어느 정도 공감하였음을 어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모두 현군 현인들이라 할만하다.

이순신의 난중일기는 임진년에서 무술년까지의 7년 간 전쟁을 하면서 실제를 기록한 일기이다. 그래서 더욱 귀중하고 희귀한 것이어서 국보이기도 하다.

7년 해전의 생생한 전과는 물론 모함과 시기와 질투에 따른 갈등과 상하관계의 인간애 등이 소상히 기록되어 있다. 위대한 기록이고 자산이다.

김구는 백범일지(白凡逸志)를 썼다. 일지는 훌륭하고 높은 지조를 뜻한다. 상권은 백범이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으로 있을 때 언제 닥칠지 모르는위험에서 본국에 들어와 있던 자식에게 유서대신으로 쓴 것이라 하였다. 하권은 윤봉길의사 사건 이후에 민족 독립운동에 대한 경륜과 마음에 품고 있던 회포를 쓴 것인데 이것 역시 유서라 하였다. 내용은 일기형식이었다.

안네의 일기에는 1942년 6월 21일 공부 시간에 케이싱 수학선생님에게 반성문을 쓰는 부분이 있다. 처음 ‘수다쟁이’에서는 엄마가 나보다 더 수다쟁이인 관계로 수다쟁이는 유전인가보다 하였다. 또 떠들다가 ‘고쳐지지 않는 수다쟁이’로 반성문을 썼다. 세 번째는 사춘기 감정을 억누르면서 ‘꽥꽥 오리 아가씨’로 시를 썼다. 수학선생님의 칭찬을 받았다. 안네의 일기는 이렇게 동기가 부여되어 유태인의 참상을 알리는 기록이 되었다.

이덕무의 ‘6월 23일 취(醉)’라는 일기형식의 시에는 ‘내 뭔 일을 하는 것인지, 옛적 풍속은 정말 보기 힘들어져서, 우리 인생 어찌 사는지 얼추 알겠네, 지겹도록 남을 훔쳐보는 물정에 젖어, 마음은 쓸데없이 시기하고 의심하네.’라는 구절이 나온다. 시기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시오지심(猜惡之心)이라 한다.

일기쓰기에 대하여 인권침해와 비윤리적인 부분은 지도하지 않도록 하였다. 이러한 일로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계가 시오지심이어서는 안 된다.

소학에도 스승에게 잘못이 있으면 싫어하는 표정을 짓지 말고 직언을 하거나 부드럽게 말하라 하였다. 그리고 스승에게는 뭐든지 숨길 필요 없이 솔직하게 물어보라 하였다.

올바른 교육을 위해 비판과 토론은 반드시 필요하다. 일기쓰기, 나와 다른 의견에 반증이 명백하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배려도 필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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