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경제정책과 점촌(店村)
조선의 경제정책과 점촌(店村)
  • 승인 2016.07.0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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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종 시인
사람이 생명을 처음 부여받은 고향은 영원히 잊지 못할 소중한 곳이다.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없고, 고향을 부담스럽게 여기며, 자기 고향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마음의 그늘 때문에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점촌(店村) 태생인 사람이, 자신이 태어난 점촌을 낮추어 보는 사람들을 필자는 많이 보았다. 이러한 고향 점촌에 대한 비하는 전근대적 봉건적 사고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산업·경제정책은 ‘무본억말(務本抑末)’ 정책이다. 농업을 근본으로 추켜세우고, 상업과 공업은 하찮은 것이라 하여 하대(下待) 했다.

상업에 종사하면 장돌뱅이요, 기술에 종사하는 사람은 쟁이니 바치니 하여 인간이하로 평가절하했다.

조선 정부는 왜 농업을 본(本)으로 삼았을까? 민생(民生)엔 먹고 사는 식생활(食生活)이 가장 중요했겠지만, 양반들은 대부분 토지를 가진 지주층으로 농업은 양반경제의 근본이요 주류였다.

농업을 일으키는 것이 양반이 부자가 되는 근본 방책이었다. 상민이 종사하는 상공업이 진흥하면 상민의 세력은 커지고 양반들의 농업경제가 위축되어 양반의 권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부국이 되기 위해서는 상공업이 발달해야겠지만, 양반들은 자기들의 기득권을 사수하기 위 해 중농(重農)만을 한결같이 추구했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서구의 여러 나라들은 농업보다 상공업이 발달하여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해외로 진출하여 식민지 개척에 국가의 명운을 걸었다.

영국과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는 본국은 결코 대국(大國)이 아니었지만, 해상활동을 활성화하여 세계 강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조선 정부는 농본정책으로 상공업을 탄압하고, 해금정책(海禁政策)을 고수하여 국력이 움추려 들고 국민들은 우물 안 개구리신세를 면할 수 없었다.

조선시대엔 금점(金店), 은점(銀店), 동점(銅店)이 있었는데, 요새로 치면 금광, 은광, 동광이 있던 곳이다.

문경시 점촌동은 틀림없이 조선시대엔 점마(店村)라 불렀을 거다. 점촌엔 금광, 은광, 동광은 없었지만 흙기와를 굽는 기와굴이 문경여자고등학교 앞 동네와 문경공업고등학교 뒷동네에 있었다.

놀랍게도 1830년 상주진(尙州鎭)에서 제작한 군사지도에 이미 점촌이 나와 있어, 점촌의 역사는 줄잡아도 200년이 넘는다.

우리나라가 세계적 경제대국이 되고, 조국근대화가 성취된 것은 흑향(黑鄕) 점촌(店村)의 뒷심이 큰 작용을 했다.

점촌 근교에서 우리나라 석탄의 12%에 해당하는 무연탄이 연간 200만톤 넘게 생산되어 국가경제 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 절대적 공헌을 했다.

적어나마 눈과 가슴이 열린 사람이라면, 폐쇄적인 유교 중심의 동족부락보다 점촌의 열린 상공업지역이 국민행복의 온상이 되고, 태반이 되어 주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점촌 사람들이 텃세를 부리지 않는 것도, 자유로운 상공업 사상과도 뿌리를 같이 했다고 볼 수 있다.

점촌은 1924년 12월 25일부터 철도가 부설되어, 경북 북부의 중심도시로 기지개를 켜게 되었다.

이 지역의 어떤 촌옹(村翁)은 “점촌은 일본인들이 지배하면서 생긴 이름”이라고, 일본인을 저주하는 게 아니라, 우리 고향 점촌을 터무니없이 비하했다.

이번에 점촌1동 박순진 동장이 정년퇴임 기념으로 100쪽 정도의 아담한 점촌동사(店村洞史)를 펴냈는데, 지금까지 이 고장은 말 할 것도 없고 전국적으로 피땀이 서린 정성어린 향토지를 도시락을 싸지고 다녀도 결코 만날 수 없다.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정보로 가득채운 점촌동지는 문경시 뿐 아니라 경상북도, 대한민국을 통틀어도 이만한 쾌저는 단연코 찾아볼 수 없다.

필자가 대학총장이었다면, 저자 박순진 동장에게 명예박사학위를 화끈하게 주었을 것이다. 비록 동장직을 정년퇴임하지만, 보배로운 학구정신은 결코 정년퇴임이 없이 영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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