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로고는 족청의 표절아닌가
국민의당 로고는 족청의 표절아닌가
  • 승인 2016.07.0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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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객원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남긴 말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머리는 다른 사람에게서 빌릴 수 있지만 건강은 빌릴 수 없다” 다. 이 말도 빌려 쓴 말인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그 말은 내가 먼저 한 말’이라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봐서 김영삼의 독창성이 인정된다. 이 말로 인하여 김영삼의 머리가 나쁘다는 근거 없는 루머가 나돌기도 했지만 그가 대통령이 되자마자 내놓은 고위직 재산공개, 금융실명제 실시, 하나회 척결 같은 굵직굵직한 사건을 매듭짓는 솜씨를 보면 탁월한 지도자임을 증명하고도 남았다.

그런데 요즘 주위를 살펴보면 다른 사람의 머리를 빌리는 일이 너무 잦은 듯싶다. 명색이 유명 대학교수라는 사람이 제자의 논문에 버젓이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는가하면 박사학위 논문을 숫제 다른 사람이 대필하는 경우도 비일비재로 적발된다. 논문의 일부를 표절한 것도 검색 시스템이 발달되어 모조리 찾아내고 있어 뭔가 고위공직에 진출하려는 ‘박사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에 출마하고자 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좀처럼 빠져나가기 힘든 검색이 이뤄지며 장관이나 총리에 지명된 인물들은 청문회를 통하여 철저한 검증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자칫 낙마의 고통을 겪는 이들도 수없이 목격된다. 따라서 남의 머리를 빌려 쓰려면 정확하게 그 사실을 밝혀야 한다. 남에게 머리를 빌렸다고 해서 부끄러운 것도 아니다. 옛날 어른들은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고 했다. 모르는 것을 아랫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 애매한 것도 확실한 것으로 밀어붙이다가 결국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조영남 화투그림 대작사건은 아이디어는 본인 것인데 그림은 남이 그린 것이어서 조영남 사인으로 팔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이를 속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재판에 회부되었으니 가수 얼굴에 똥칠을 한 셈이다. 근자에 등산 붐이 불면서 이른바 아웃도어의 판매가 급증했다. 유명 브랜드도 너무 많지만 그런대로 잘 팔린다.

이를 모방한 짝퉁이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양산되어 싸게 나온다. 남이 잘 되는 것을 돈 한 푼 안들이고 공짜로 먹는 행위다. 당국에 적발되면 여지없이 압수되고 형사 처벌된다. 자기 것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말아야 할 것을 괜한 욕심을 부리다가 스스로를 망친 사례들이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의 추축국의 하나로 미국과 마지막까지 결전하다가 원자폭탄 세례를 받고 항복한 나라다. 패전으로 인한 폐허 속에 시달리다가 한국전쟁의 특수를 누려 기사회생하며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그 덕으로 일찍이 도쿄 올림픽을 개최했고 월드컵경기도 한국과 공동으로 치렀다. 이번에는 2020년 올림픽을 다시 개최하기로 하여 지금 그 준비에 바쁘다.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엠블럼을 제작하여 올림픽을 상징하는 로고로 발표했다. 온갖 재주꾼들이 많은 일본에서 가장 독창적인 작품을 내놨을 것이라고 모두 생각했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엠블럼은 그게 아니었다. 먼 나라 벨기에의 무용 연극 전문공연장의 로고와 너무나 흡사하다. 누리꾼 사이에 표절시비가 오고갔다. 일본에서는 전혀 아니라고 표절사실을 부인했으나 작품 자체가 흡사한 것을 어쩌랴. 벨기에의 리에주극장 측에서는 구태여 항의할 필요도 없었다. 표절논란이 오래가봐야 이익이 없다고 판단한 도쿄올림픽 준비위원회가 엠블럼을 폐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남의 머리를 공짜로 써먹으려다가 죽을 쒔다.

지난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제3당으로 급성장한 국민의당은 대권주자 안철수를 내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정치의 향방에 가장 민감하게 대처해온 호남민심의 적극적인 지지를 획득한 것은 국민의당의 앞날을 밝게 했다.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정당의 위상은 여당과 제1야당의 위상 못지않다. 그런데 요즘 선거홍보 비용과 관련한 정치자금 문제로 시끄럽다. 김수민의 비례대표 진출문제도 찜찜한 대목이지만 국민의당 홍보상징물인 당로고는 어디서 많이 봤던 기억이 난다. 필자는 철기 이범석장군 기념사업회에 오래 관여해왔다. 철기장군은 1919년 3·1만세운동이 일어나자 17세의 나이로 중국에 망명하여 신흥무관학교를 거쳐 백야 김좌진장군 휘하에서 유명한 청산리전투를 지휘한 인물이다. 그는 광복군총사령관으로 김구선생과 함께 귀국하여 초대 국무총리 겸 국방부장관으로 나라의 근간을 세우는데 온몸을 바쳤다. 그가 정부수립 이전에 독립투사를 모아 세운 단체가 민족청년단이다. 수원에 본부를 두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불타는 의욕을 가진 젊은이들이 대거 참여했다. 장준하 안호상 백락준 정인보 이재형 서영훈 등등이다. 민족청년단의 로고는 솥발이다. 세 군데로 맞선 형세다. 천(天) 지(地) 인(人)을 뜻한다. 단군시대의 삼족오(三足烏)처럼 흔들리지 않는 민족의 강인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민족청년단에서 사용한 이 로고는 이미 70년이나 흘렀다.

때마침 새로운 정당으로 태동한 국민의당이 비싼 대금을 치르고 제작한 당로고가 하필이면 민족청년단 로고와 흡사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당이 민족청년단의 숭고한 민족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말하면 대환영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너무나 흡사해서 반드시 표절의혹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확실한 해명과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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