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립주의 열풍과 한국의 선택
신고립주의 열풍과 한국의 선택
  • 승인 2016.07.0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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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정 소설가
2009년 미국의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철군으로 시작된 신고립주의(neo-isolationism)는 전쟁에 지친 미국국민들이 ‘남의나라전쟁에 개입하지 말고 우리나라경제나 제대로 챙기자’고하는 단순한 정치적 요구에 불과했으나 정치인들이 이를 집권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채택하자 신고립주의는 개방반대의 구호를 넘어 각국의 정치주류사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최근 영국의 EU탈퇴와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후보가 약진하고 있는 기저에는 신고립주의가 확연히 깔려 있으며 이에 질세라 민주당의 힐러리 후보마저 오바마 대통령의 야심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신고립주의를 공개적으로 주창하며 집권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표주자는 미국공화당의 대통령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영국의 브렉시트를 주도한 전 런던시장 보리스 존슨이다.

차기 영국총리 0순위로 거론됐던 존슨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EU탈퇴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때 남발했던 포퓰리즘성 공약이 모두 대국민사기극임이 탄로 났기 때문이며 차기총리후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EU재가입은 없다고 천명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인데도 재투표를 요구하는 청원이 400만 명이나 되는 사상초유의 큰 실수를 영국국민들이 저지른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역시 ‘더 이상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라며 ‘미국우선주의’를 주창하여 보수우익으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며 미 국민의 70%가 ‘차기대통령은 국내정책에 치중해야한다’고 하여 미국의 조야에 신고립주의열풍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후보는 주한미군철수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주장하고 자유무역협정(FTA)의 재검토내지 폐기를 외치며 ‘국제화가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국민들의 기본인식을 교묘히 파고들면서 기상천외의 공약들을 남발하고 있어 미국민 또한 영국민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며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엄청난 위험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신고립주의확산에는 나름대로 그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 부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전쟁과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를 격은 뒤 출범한 오바마 정부는 시리아 내전과 이슬람국가(IS)의 테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손을 놓고 있었으며 2014년 4월의 오바마 독트린을 통해 미국이 ‘세계의 경찰’을 포기하자 ‘오바마 정부는 멍청한 짓을 하지 말라’는 전 세계의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시작된 미국의 신고립주의는 세계적인 장기불황 및 중남미 좌파정권의 몰락 등과 맞물리면서 ‘우선 나부터 살고보자’는 인식이 유럽까지 확산되어 ‘인류최고의 걸작품’이라는 EU에 치명적인 흠집을 내고 말았으며 미국의 장래마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반세기동안 이어온 세계화가 무너지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은 아메리카대륙보다 더 복잡한 인종적, 민족적, 이념적 갈등을 내포하고 있으며 도처에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세력들이 도사리고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나 다름없다.

여기에 EU의 정치화와 독일, 프랑스의 독주는 EU의 존립자체를 위태롭게 하고 있으며 극우보수정권이 들어설 경우 신고립주의가 국수주의, 보호무역주의 등과 뒤엉켜 ‘경제적으로 불이익이 좀 있더라도 우리끼리 잘살아보자’는 제2, 제3의 브렉시트가 올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시장경제의 최대약점인 ‘승자와 패자를 갈라놓고도 패자부활전이 없는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면 지구의 종말이 온다’는 우려가 신고립주의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과 유럽이 아니라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우리의 선택이다.

미군이 한국과 일본에서 철수한다면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하룻밤 사이에 핵무장도 방어도 가능하지만 이 모두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고 경제마저 무역이 전부인 우리에게는 현재의 어정쩡한 한·미·일 삼각동맹을 완벽하게 완성시키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전혀 없다.

일본의 가치를 인정하고 미, 일을 우리와 공동운명체로 묶어두는 것만이 최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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