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賢主) 광해군의 재발견
현주(賢主) 광해군의 재발견
  • 승인 2016.07.16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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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종 시인
필자는 1985년부터 2016년 현재까지 32년간을 무거운 문학의 ‘짐덩어리’를 지고 살아왔다. 전통도예가 백산 김정옥(白山 金正玉) 사기장의 고급 전통도자기를 매년 6점씩 기증받아 백일장 상품으로 사용했다.

백산여성백일장은 1985년 6월6일에 처음 실시했다. 부문은 시와 산문 2개 부문이며, 고급 도자기는 최우수상과 우수상 입상자에게 부상으로 지급했다. 제1회 백산여성백일장에서 시부문 최우수상(1등)을 수상한 이영숙 양은 당시 영남대학교 작곡과 재학생이었다.

시적 능력이 탁월한 이 양은, 이듬해 일류 시잡지인 ‘시문학’의 신인상에 추천되어 여성백일장 첫 열매인 맏이로서 저력을 과시했다.

당시 시문학 심사위원은 중진시인 김춘수 교수였다. 튼실한 싹수를 보인 백산여성백일장은 주요 문인들을 배출했으며 올해 제32회를 끝으로 마지막 백일장이 되었다.

그간 32년 계속되는 동안 필자가 백일장은 도맡아 왔다. 필자는 지난 32년간을 긴장 속에서 살아왔다. 매년 6월6일 백일장 행사를 잘 마쳐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매년 같은 날(6월6일), 같은 장소(문경시 점촌동 영신숲)에서 실시하여, 백일장 참가자들의 예측을 가능케 했다. 올해 32회로 백산여성백일장을 마무리하는 것도 영단이 필요했다. 매사에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한 필자의 판단이 작용했다.

지역의 중요 여성문학도들은 거의 이 백일장에 장기간 출전하여 우수상 이상의 입상경력을 쌓았으며, 근자 우리사회에서 문학의 열기가 현저하게 저하되고, 백일장 주관자인 필자와 상품후원자 백산 김정옥 사기장도 70대 후반으로 하던 일을 마무리해야 할 노년이다.

한동안 상승세를 타던 전통도자기 경기도 재작년부터 매기가 많이 떨어진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기왕 끝내는 백산여성백일장에 획기적인 작품이 창작되기를 내심 기대했는데, 뜻밖의 혜성이 나와 심사를 보던 필자에게 전율을 느끼게 했다.

수필부문에 참가한 남양주시 진건읍에 거주하는 노은희(39) 주부가 그 주인공이다. 노 씨는 수필부문에 참가하여 ‘일 터’란 글제로 백산여성백일장 32년 사(史)를 새뜻하게 빛냈다. 노 작가의 부군은 유품관리사다. 속된 말로 시신을 수습하는 염쟁이다. 노 작가의 부군은 세인이 기피하는 직종에 종사하면서 고인이 가는 길에 정성을 다하는 저승예술가다.

내용이 이색적이었고, 따뜻한 눈길로 글을 풀어나가 더욱 감동적이다. 노 작가의 당선을 축하드리며, 노 작가가 사는 남양주시 진건읍이 필자에게 영감을 떠오르게 했다. 남양주시 진건읍은 슬기로운 광해군의 묘소가 있는 곳이다. 노 작가 덕분에 역사에 소외된 현주 광해군을 재발견하게 됐다. 광해군(1575-1641, 재위기간 1608-1623).

폐출된 왕이라고 해서 무조건 폭군은 아니다. 연산군은 100% 폭군이 맞지만, 광해군은 치적으로 치면 뛰어나고 성공한 상위 급 제왕이시다. 서인들은 집권을 위해 집요했다.

서인들이 광해군을 명나라에 참소하여 조사단이 조사차 조선 한성에 오게 했다. 주권국가로서 얼마나 수치스런 일을 서인들이 자초한 것이다.

광해군의 정적 처형도, 태종과 세조와는 게임도 안 되는 규모다. 태종은 정도전과 동생 방번, 방석을 살해했고, 처남인 민무구·민무질 형제를 죄도 없이 처형했다.

세조는 김종서·황보인 정승 등을 격살하고, 사육신 처형·단종살해 등 극악무도한 수준이었다. 서인들의 쿠데타로 광해군은 너무 쉽게 무너졌다. 서인들의 쿠데타 명분은 광해군의 실리외교와 폐모살제를 내세웠지만, 광해군은 이이첨의 인목대비 사사를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은 효자이기도 했다. 그 후 인목대비는 시도 때도 없이 폐주 광해군의 처형을 남발했지만, 인조와 신하들의 거부로 광해군은 천수를 누리게 됐다.

광해군의 18년이란 유배기간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굴욕이었지만, 인생을 관조하고 긍정적으로 받아 들여 조선의 왕 중 두 번째로 장수(66세)했다.

광해군은 재위 15년 동안 동의보감(허준) 상재, 실록 재 간행, 대동법 시행, 토지개간, 국방강화, 실리외교, 빈민구제 극진, 조?일 국교복원 등등 광해군은 조선왕조실록이 비하하여, 실록에 기록이 안 된 선정도 많았다.

광해군은 어머니 공빈 김씨 묘원의 발치에 묻혔다. 광해군의 산소는 능이 아닌 묘다. 공적이 혁혁한 광해군의 산소는 능 급으로 관리해 주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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