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지간에는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
삼복지간에는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
  • 승인 2016.07.2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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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중리초등
학교장
오늘은 중복이다. 35℃를 오르내리는 대구의 더위는 사실 무덥기도 하지만 언론에서 더 야단법석을 떠는 바람에 심적인 부담이 가중되어 더욱 덥다.

1953년 오늘은 6·25전쟁 휴전협정을 조인한 날이다. 그리고 1985년에는 여의도에 63빌딩이 준공된 날이다. 더운 여름에도 역사적인 일들은 이루어졌다.

원래 초복은 하지로부터 셋째 경일(庚日)로 정한다. 경(庚)은 별이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음을 빌어 천간의 일곱째 글자로 차용하여 썼다. 옛날부터 천간의 차례수로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를 썼다.

하지로부터 셋째 경일인 7월 17일(庚子)이 초복이었다. 넷째 경일이 7월27일(庚戌)은 중복인데 천간이 10개인 관계로 대략 10일 만에 된다. 또 중복으로부터 10일 후면 말복이 된다.

그런데 올해 말복은 8월 16일(庚午)이다. 이것은 말복이 입추 뒤에 오기 때문이다. 말복은 입추 뒤에 온다는 것은 일종의 단서조건에 해당되기도 한다. 20일 만에 말복이 오는 셈이다. 달을 넘겼으니 월복이 된다.

하여튼 경복(庚伏), 복날 등으로 불리는 삼복은 여름 중 가장 더울 때를 말한다. 복(伏)은 엎드려 굴복하거나 숨는 것을 말한다. 개(犬)가 사람(人)의 옆에 엎드리고 있는 모양은 마치 개가 사람 뒤에 숨으려는 모습과 닮아 있다.

복(伏)이 들어간 말에 복지부동(伏地不動)이 있다. 이 말은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아니한다는 뜻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몸을 사리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부정적인 견해의 표현에 많이 사용한다.

이것보다도 더 심하게 쓰이는 말에 요지부동도 있다. 이것은 이리 흔들고 저리 내팽개쳐도 꼼짝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아마 윗사람의 눈치만 살피기 위하여 납작 엎드린 유형의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덥다 더워! 너무 덥다!

삼복지간에는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 사실 더운 삼복에는 몸을 움직이기가 몹시 힘들어 밥알 하나의 무게조차도 힘겹다. 이렇게 더위를 이겨내기도 힘드니 복지부동하고 요지부동하고 싶다. 그러나 힐난이 두렵다.

과거 쟁쟁하던 판검사들이 지금 죄인이 되어 있다. 자기의 잘못에 대한 변명을 하다가 더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그 사람들에게 냉소하기보다 정말 우리나라의 수준이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는가를 걱정한다.

시경 대아에 ‘억(抑)’이라는 시가 있다. ‘흰 구슬(白圭)의 그 모가 떨어졌다면 다시 갈면 새롭게 다시 볼 수 있지만, 입으로 내 뱉은 말의 그릇된 것은 다시 또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구절의 내용이다.

백규(白圭)는 옥으로 만든 쌀을 측량하는 도구이다. 쌀의 무게를 정확하게 재기도 하지만 쌀의 질도 평가하는 기구이다. 양을 재는 도구로 짐작이 된다.

백규지점이라는 말은 그 백규에 티가 있다는 말이다. 즉 흠집이 있다는 말인데 그 흠집은 갈면 없어진다는 뜻이다. 복원이 가능하다는 개념이다.

그래선지 소학에도 남용이라는 사람은 하루에도 백규를 세 번 씩 반복했다고 한다. 그 소리를 듣고 공자는 자기의 형님 딸을 남용에게 시집보냈다고 한다. 과거에 잘못이나 흠결이 있는 것은 문제를 삼지 않겠다는 공자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세종은 박연에게 황종척이라는 측량 도구를 만들게 했다. 박연은 그 황종척의 길이를 정확히 만들기 위하여 ‘기장’의 중간 크기를 가지고 100알을 나란히 놓았다. 그 때 만든 황종척의 길이를 ‘한 자’ 또는 ‘1척(尺)이라 했다.

조선시대 암행어사에게는 마패와 유척 두 개를 하사했다고 한다. 그 유척이 바로 황종척이다. 한 개의 유척으로는 죄인에게 형벌을 가하는 곤장의 길이를 표준으로 삼았는지를 살펴보도록 했고, 다른 한 개는 세금을 거둘 때 도량형의 크기를 고을 수령 마음대로 고치지는 않았는지 검증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오직 백성만을 위한 왕의 예지가 돋보이고 기지가 번득이는 발명품 백규이다.

뱉어놓은 말에 섞인 흠은 과연 갈아 없앨 수 있을까? 명심보감에도 ‘한 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 마디 말도 쓸데없다.’고 했다. 말은 하기 전에 신중히 생각해보고 해야 한다. ‘삼복지간에는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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