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김영란법
이른바 김영란법
  • 승인 2016.08.0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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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지방자치
연구소장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016년 9.28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의 목적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 청탁과 금품 수수를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한동안 공직자라 할 수 없는 직업군(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까지 이 법에 포함되어 헌법소원 단계까지 갔으나 최근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이 났다. 이 법 제2조 1호 가의 공공기관 정의에서는 법 문장 첫 출발이 국회로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제2조 2호 가∼라의 공직자 등을 정의하는 부분에서는 국회가 공공기관이고 국회의원이 공직자 임에도 불구하고 그 대상에서 빠져있다. 지방자치단체도 같은 맥락으로 지방의회의원이 빠져있다. 국회의원을 제외시키기 위해 선출직인 지방의원도 뭉뚱그려 슬며시 물고 들어간 것 같다. 법 제정권이 있다고 해서 국회가 부정청탁이나 부패의 온상이란 것을 온 국민이 다 아는 데도 철면피 행태를 보인 것이다.

그 옛날 김지하 시인의 오적 시에 국회의원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지금도 국회의원을 그런 눈으로 보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제19대 국회만 해도 뇌물 수수 등 혐의로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경우가 11차례나 있었다는 것이 그 답일 것이다. 부끄럽게도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는 OECD국가 중 꼴찌인 37위다.

세계인들이 그렇게 보고 있듯이 우리 스스로 생각해도 우리사회가 부정과 부패, 탐욕으로 물들여 있다는 것을 변명할 여지가 없을 것 같다.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제안한 법의 취지는 꼭 공직자에게만 부정부패가 있다고 단정한 것은 아닐 것이고 그 바탕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 부패를 추방하고자 하는 깊은 뜻이 있었을 것이다.

얼마 전 중앙의 고위공무원이 개나 돼지란 말 때문에 파면 당한 것을 보고 그의 잘못 입놀림이 큰 화를 불러일으킨 꼴이 되었지만 너무 심한 벌이 아니었나 생각하면서 공무원의 목숨은 파리 목숨이란 말이 떠올랐다. 공직자개인에게도 인권이 있는 것인데 여론에 밀려 희생을 당했을 것이라는 자괴와 함께 당사자는 그렇더라도 가족이 안게 된 상처가 얼마나 컸을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국회가 그를 불러 놓고 족치는 장면을 보면서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국회의원들을 정면으로 보기가 껄끄러웠다.

가칭 김영란법은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실정법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어떤 법도 제도도 없다. 법에도 야누스의 양면성이 있다. 이법 시행으로 피해를 보는 측도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부정부패의 꼬리를 끊는 나비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대상이 공직자 등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일단 공직사회부터 정화해 가면서 점차적으로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도록 고대할 뿐이다. 본법이 시행되려면 시행령이 제정돼야 한다. 정부가 여론을 의식하면서 대통령령을 만들어 가겠지만 접대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 부조비 10만원 등의 상한선 유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선 본법의 근본적 취지부터 찾고 잘못 된 법은 고쳐 나간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국회가 법 제정을 하고 헌법재판소가 문제없는 법이라고 했다지만 공직자 등에 국회의원이 빠진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이 법률을 공포했다고 해서 고쳐야 할 법을 그대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이 법 제정을 질질 끌다가 꼼수를 쓴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지금이라도 법 개정에 관한 자체 토론을 폭넓게 해 봐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위한 대변자가 아닌 집단이기주의 내지는 자기 탐욕 기관으로 오해 받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안철수 의원 등 국회의원 몇몇이 국회의원도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하지만 그에 대한 기대도 희미하다. 필자의 경험으로 비춰볼 때 안 의원이 국민들의 생각에 머무르기보다 국회라는 대세에 그의 주장이 함몰되어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국회의원이 되기 전 한국의 국회의원수가 많다면서 200명 선으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했지만 국회에 들어간 후는 입도 뻥긋하지 않은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만은 기대해 보고 싶다. 김영란법이 성공적으로 정착되어 민간부문의 부패사슬까지 끊는 혁신적인 바람이 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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