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처럼 변화하자
사슴처럼 변화하자
  • 승인 2016.08.0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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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성 논설위원
시간은 흐르고, 공간은 변화한다. 아침에 동쪽에서 해가 뜨고, 저녁이면 서쪽으로 해가 진다. 해가 지면 달과 별이 뜨고, 달과 별이 지면 또 다시 아침 해가 뜬다. 또 그렇게 시간이 지나간다. 물이 증발하여 구름이 되고, 물기를 머금은 구름이 모이면 비가 내린다. 내린 비는 다시 구름이 된다. 봄이 오면, 여름이 멀지 않고, 여름이 지나가면 당연히 가을이 온다. 가을이 오면 겨울은 멀지 않다. 항상 겨울일 것 같지만, 어김없이 봄이 또 찾아온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공간 또한 변화한다. 대지와 초목은 하루하루 그리고 계절에 따라 변화하고, 인간은 그 속에서 또 변화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이렇게 매일매일 변화하며 매년매년을 살아가고 있다. 비록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 할지라도....

그러나 그런 흐름과 변화 속에서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며 변화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퇴화한다. 인간의 역사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며 살아왔다. 진화의 역사가 바로 그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공간/환경이 변화하면, 우리도 변화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변화해야 하는가? 변화해야 하는 것은 하나부터 열까지이다. 내 마음과 생각/사고방식부터 행동 하나하나까지, 삶의 의미와 목표, 생활방식까지, 꼼꼼히 생각하면 변화해야 할 것은 너무나 많다.

이솝우화에 병에 걸린 사슴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떤 곳에서 사슴 한 마리가 살았다. 건강하고 꿈도 많았던 사슴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불행이 찾아왔다. 병에 걸린 것이다. 사슴 같은 동물에게 병에 걸린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육식동물을 만났을 때, 우거진 숲속을 전광석화처럼 달리지도 못하고, 험준한 절벽을 순식간에 오르내리거나, 계곡을 눈 깜짝 할 사이에 건너는 것도 힘들어 진다.

건강은 그것을 잃어버리기 전까지 그 소중함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변화해야 할 대부분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일단 병에 걸리면, 건강할 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들과 일들도 할 수 없게 된다. 사슴의 경우, 더욱 어려운 것은 몸에 좋은 싱싱한 풀을 뜯어 먹으려면 또 영양가 높은 나무열매를 따먹으려면 아무래도 동료와의 네트워크가 잘 구성되어야만 한다.

서로 협력하는 무리를 떠나 살아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실재 병에 걸리거나 부상당해 무리로부터 떨어진 많은 사슴들이 체념하고 죽어가는 모습은 그러한 사실을 더욱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병에 걸리거나 부상당한 경우, 처음에는 무리를 따라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숲속을 빨리 달리지도 못하고, 높은 절벽을 뛰어 오르지도 못하고, 강을 헤엄쳐 건너지도 못한다. 홀로 남겨진 사슴은 조만간 죽음을 맞이한다. 물론 혼자 남는다고 해서 곧 바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무리로부터 소외되어 홀로 남겨졌다는 사실은 우선 충격으로 다가온다. 충격은 삶의 의지를 꺾어버린다. 체념 이전에 세상에 대한 분노도 끓어오른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힘을 내어 동료를 애타게 부른다. 동료를 향한 외침이 허공에 메아리쳐 돌아올 때, 그 때는 의욕을 잃게 된다. 의욕을 잃게 되면, 곧 죽음이다.

그런데 이 사슴은 어찌된 일인지, 무리로부터 혼자 남겨졌을 때, 포기하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홀로 된 슬픔을 느끼며 절망에 빠지기보다 병으로 열이나 몽롱한 상태에서도 살기위해 뭔가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저쪽 커다란 나무 밑에 아무래도 싱싱한 풀이 있는 것 같았다. 안간힘을 다해 다가가보니, 결코 많지는 않지만 혼자 먹기에 충분한 싱싱한 풀이 있었다. 사슴은 그 풀을 먹고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또 그 다음날 아침에도 사슴은 그렇게 숲속에서 혼자 싱싱한 풀을 찾아 다녔다. 사슴은 그렇게 생각과 행동과 생활방식을 변화시켰다.

옛날에 동료들과 함께 찾았던 장소만큼 풀이 풍성하게 자라 있지는 못했지만, 홀로 변화하며 노력하자 혼자 먹을 만큼은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변화는 사슴의 병을 조금씩 조금씩 낫게 하고 있었다. 한국 사회가 한쪽으로는 아픔과 고통과 가난, 다른 쪽에선 부패와 무관심으로 병들고 있다. 변화할 때다. 사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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