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유보금에 대한 오해와 진실
사내유보금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승인 2016.08.0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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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객원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대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를 처음 듣는 사람은 문자 그대로 많은 이익을 남긴 대기업들이 엄청나게 많은 현금을 회사금고에 쌓아놓고 투자를 유보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가 언제부터 경제학적으로 쓰였는지 알지 못하지만 우리말을 해석하는 입장에서 보면 달리 해석할 방법도 없다. 더구나 대기업을 비판하는 언론계에서도 일부 논설위원이나 교수 또는 야당정치인들의 칼럼을 빌어 “그 많은 돈을 쌓아두고 왜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느냐?”고 힐난하는 글을 여러 차례 읽은 기억이 있어 경제학에 문외한인 필자로서도 현금을 유보한 것으로 치부해 왔다.

그러나 사실은 그들의 비판과 비방이 식자우환(識字憂患)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들 역시 나처럼 무식하면서도 티를 내지 않고 ‘사내유보금’을 문자로만 해석한데서 나온 해프닝이다. 이에 대해서 명백하게 견해를 밝힌 사람은 중앙대 경영학교수 황인태다. 황교수는 한국경제신문 칼럼을 통하여 ‘사내유보금은 현금이라고 오해 말아야’라는 시론을 발표했다. 국내5대 기업집단이 10년 만에 사내유보금을 3배 늘렸고 그 규모는 370조원이다. 이 많은 돈을 곳간에 꽁꽁 묻어놓고 있어 경제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그것은 사내유보에 대한 일반인의 오해에서 빚어진 것임을 정확하게 알려준 글이다. ‘사내유보’라는 말은 첫째 회계학 용어도 아니고 법률적 용어도 아니며 편의적으로 사용된 말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가 경영학의 전문용어를 사용하여 사내유보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사내유보금은 기업 창립이후 당기순이익에서 주주배당을 차감한 금액을 매해 합산한 것(손익거래)과 자본거래에서 발생한 잉여금(자본거래)을 회계적으로 기록한 것”이어서 건실한 기업이라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사내유보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국제적으로도 유보율에 대한 비교를 놓치지 않았다. 국내대기업은 독일 일본 영국 미국에 이어 5위다. 유보금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기업과 소기업에도 있는데 중기업은 영국 일본 다음으로 3위이며 소기업은 일본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한다. 이 비교를 보면 유보율의 절대수치는 대기업 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국제비교에서는 오히려 소기업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점이 바로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사내유보금=현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에 대해서다. 그가 친절하게 해설한 바에 따르면 “사전적 의미로 사내유보의 사내는 ‘기업 내’를 뜻하고 유보는 ‘당장 처리하지 않고 남겨둔다’는 뜻”이기 때문에 그런 오해를 불러 일으킬 요소가 많다.

그러나 사내유보금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현금이 아니며 이것을 투자로 전환해야 된다는 주장은 이미 투자한 자금을 다시 투자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사내유보는 기업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투자자금을 조달했다는 의미이며 사내유보금으로 기록된 수치는 현금뿐만 아니라 토지 기계설비 등에 이미 투자되어 기업 활동에 기여하고 있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가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국내 상장회사의 총자산대비 현금성 자산비율이 1990년 6.1%에서 2015년 3.5%로 크게 줄어든 것은 미국의 7.0%에 비해 현저히 낮아 사내유보금이 증가하여 현금성 자산비율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세간의 주장은 잘못된 것임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이와 같은 지적은 국내대기업들이 사내유보 증가로 현금자산을 늘리고 실물투자를 줄여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주장이 터무니없음을 반론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총자산대비 유형자산 비율은 미국의 19.9%보다 훨씬 높은 28.3%인 것만 봐도 세간의 잘못된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것이다. 황인태교수의 주장을 나름대로 요약하여 소개하려고 했으나 필자의 문외한적인 의견보다는 전문학자의 정확한 인식을 곧이곧대로 알려야만 모든 국민들이 사내유보금에 대한 실체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듯싶어 조금 장황해졌다.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지난번 총선에서 각당 대표들이 ‘경제민주화’와 ‘양적완화’에 대한 견해를 밝힐 때 김종인과 안철수 간에 용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없다는 투의 인신공격이 있었기에 사내유보금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지금 우리나라는 양극화로 표현되는 선동이 난무한다. 걸핏하면 흙수저와 금수저가 튀어나오고 헬조선을 외치며 프로레타리아 식 사회를 지향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경제 양극화현상은 반드시 완화되어야 하고 그것은 재벌이라고 알려진 대기업들이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서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날 때 어느 정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와는 거리가 먼 사내유보금을 현금 쌓아두기로 오해하고 착각한데서 나온 대기업 규탄은 엉뚱한 대중선동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만 한다.

우리는 광우병 괴담과 메르스 괴담, 세월호 괴담과 같은 이상야릇한 괴담들이 난무하여 대중을 선동한 예를 잘 경험했다. 이제는 스스로 성숙해지지 않으면 인공지능이 판치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 국민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은 쓸데없는 선동과 구호보다 선진국을 향한 확실한 인격으로 국제사회에 우뚝 서는 일이다. 하찮은 갈등에서 벗어나 모두가 화합하고 관용하는 사회기풍을 발양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민족통일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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