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재협상에 대비해야
한·미 FTA, 재협상에 대비해야
  • 승인 2016.08.1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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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정 소설가
최근에 공개된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정강을 보면 힐러리와 트럼프 두 후보 간에 강도의 차이는 있으나 ‘그동안 맺은 무역협정 때문에 미국인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며 경쟁적으로 ‘보호무역정책’을 내놓아 대미수출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주의를 지지해왔던 공화당이 ‘외국정부가 미국의 기술노하우, 특허상표디자인 등을 훔쳐가는 것(stealing)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과격한 표현까지 써가면서 기존무역협정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쏟아내며 FTA의 재협상의지를 밝히고 있다.

즉, 미국우선주의에 입각한 무역협정과 미국의 입장에서 현재보다 더 진전된 무역협정필요, 공정무역을 거부하는 나라에 상계관세부과, 외국의 미국기술노하우와 특허 등의 도용불용, 중국의 환율조작이 계속되지 않게 해야, 현재의 레임덕시기에 급하게 새로운 무역협정을 맺지 말아야 한다는 점들을 골자로 하고 있어 정책기조가 보호무역으로 회귀하고 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로 기존 FTA에 대한 재검토의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기존무역협정의 재검토, 무역정책은 미국 내 일자리증가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지금의 무역협정은 대기업의 이익만 늘리고 노동자의 권리와 환경을 파괴했으며, 지난 30년간 너무 많은 무역협정을 맺었고 협정을 위반하는 상대국도 많으며, 기업들이 미국 밖에서 일자리아웃소싱이 늘어나고, 중국 등이 환율을 조작하면 무역제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의 양대 정당이 반 세계화와 반 자유무역의 기치를 내걸고 있는 것은 단순한 득표전략 만이 아닌 ‘미국도 살아남아야겠다’는 몸부림이며 그러기위해서는 ‘누적된 무역적자 때문에 세계의 경찰역할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대내외선언이다.

누가 미국대통령이 되든 간에 대선이 끝나면 제일먼저 환율조작감시수준이 강화될 것은 자명한 일이며 공화당은 ‘자국의 무역흑자를 위해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 했고 민주당 역시 ‘환율조작 시 가능한 모든 무역제재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따라서 이미 지난 4월에 미국이 환율조작국을 지정하기 위한 전단계조치로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중국, 한국, 일본, 독일, 대만이 일차적으로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환율조작국지정기준은 대미무역흑자가 연200억 달러 이상이고 경상수지흑자가 GDP의 3%이상이며 통화가치하락을 위한 외한매수가 GDP의 2%이상인 3개항을 충족할 경우다.

그 다음으로는 기존 FTA의 검토에 착수할 것은 거의 확실하므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나름대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겠지만 세계무역기구(WTO)회의나 통상상관회담 등을 통해 미국의 일방적인 무역보복조치를 차단하고 미 의회에도 우리의 입장을 설명해야한다.

미국의 대한무역보복조치는 이미 시작되어 우리의 철강제품과 가전제품에 연일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지난 7월21일 미 상무부는 한국산냉연강관에 최대 65%의 반덤핑·상계관세 판정을 내렸으며 9월3일로 예정된 열연강판의 반덤핑최종판정도 주목되고 있다.

사정은 전자업계도 마찬가지로 미 상무부는 지난 7월20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에서 생산하여 미국에 수출한 가정용세탁기에 삼성전자는 111%, LG전자는 49%의 덤핑예비판정을 내렸으며 12월 최종판정에서도 이 수준의 관세가 부과되면 수출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도 산자부 관계자는 ‘한·미 FTA의 재협상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며 천하태평이고 저명 경제연구원의 관계자도 ‘그 많은 품목에 뭘 요구하고 양보할지를 재협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현 오바마 대통령의 역점사업인 TPP는 관련 12개국의 공식서명까지 받았으나 힐러리와 트럼프 모두가 반대하고 있어 누가 당선되든 의회비준이 불투명하며 이것이 곧 미국이다.

우리의 자(尺)로 미국을 재는 것만큼 위험한일은 없으며 한·미 FTA도 미국이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주요쟁점을 찾아 미리 대책을 세우는 것만이 더 큰 피해를 막는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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