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 안 되는 일은 없다
해결 안 되는 일은 없다
  • 승인 2016.08.1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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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지방자치
연구소장
‘사람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말은 인간은 탐욕적 존재라는 것이다. 그 도가 지나치지 못하도록 묶는 장치가 법규범 등 제도다. 하지만 세상사 잡다한 일들이 그것으로 해결 될 수만은 없다. 사회 환경변화에 따라 사람들의 가치판단이 수시로 변하는 탓이다.

지방자치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도농 구별 없이 국민통합, 지역통합, 사회통합이 날로 어려워지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법을 집행하는 행정이 제 구실을 못하고 공권력이 허약성을 보이며 국민들 또한 그 같은 일들을 예사로 여기는 면역성 체질로 변해 가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끊이지 않고 있는 여러 형태의 집단행동들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이해집단 세력의 준동으로 국가가 늘 긴장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국가나 국민들에게 불행한 일이다. 크고 작은 사회 갈등은 늘 있기 마련이지만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해당사자의 생각과 가치를 하나로 만들어 가는 것이 정치요, 행정기술이다.

필자는 민선자치 이후 부쩍 늘어난 지역민의 이해 상충을 해결하기 위해 모 구청이 마련한 ‘배심회의’를 수년간 주재해 왔다. 갈등 당사자 간의 이해를 돕고 조정협의 하면서 얻은 답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해결책은 있다’는 것이다.

한 예를 든다. 건축법에 문제가 없으면 행정청은 건축허가를 해 줘야한다. 그러나 건축지 인근 주민들은 재산권, 일조권, 조망권 등 여러 이유로 건축을 반대하고 집단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건축주와 주민들 간의 이해를 조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공무원이 아닌 지역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배심회의’는 갈등당사자들에게 역지사지의 위치에서 조금씩 양보를 하도록 권유하고 갈등해결자로서의 최선을 다한다. 요즘 사람들은 누구나 현명하다. 동일한 정보를 갖고 있으므로 도시나 농촌 주민들의 의식도 비슷하다.

사드문제가 국가적 난제로 등장하고 있다. 경북 성주에 사드 배치가 된다는 말이 나오면서부터 국가와 지역 간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필자는 여기서 사드 배치의 필요, 불필요성을 논하지는 않겠다. 다만 사드 갈등을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는지에 논의의 초점을 두려고 한다. 나라 어느 곳에 정해지든 사드 배치는 확고한 국가정책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다수 국민들의 여러 주장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성주 지역민들이 성주 사드 배치를 극구 반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국민 누구나 사드가 배치되면 건강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들은 사드에 대한 지식을 얻을 기회가 없었다. 정보 홍수시대에는 유언비어도 엄청나게 떠돈다. 한마디로 사드 배치 갈등은 정부와 성주 지역민이 풀어야 할 과제다. 늘 그래 왔듯이 우리는 정치인들이 개입하면 되는 일도 어렵게 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야당 대표 후보로 나온 정치인 3인은 당 대표가 되면 자기 당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겠다는 말은 하지 않고 한국 어디에도 사드배치는 안된다면서 국가안보정책에 재를 뿌리고 있다.

대구· 경북 국회의원들 모두가 성주에 사드가 오는 것을 반대한다면서 한 목소리를 내었다. 사드를 두고 자기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가증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사드배치에 대한 찬성 응답이 한 달 전보다 6% 늘고 반대는 1% 포인트 줄었다고 한다.

한국의 사드 배치를 계속 반대만 해 오던 중국내에서도 여론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국립대 교수가 “사드 한반도 배치결정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과격하다”는 말을 했고 한 정치평론가는 “사드 배치 결정은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한 것이 중요 원인이다”라는 이례적인 말로 우리 편을 들었다.

정부가 제3의 장소를 제시하는 가운데 성주 사드 갈등이 어떻게 풀려나갈지 온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슨 갈등이든 힘으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어리석다. 상호 접점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성주주민들에게 사드에 대한 충분한 과학적 지식을 알기 쉽게 제공하고 설치 후 부작용이 있으면 국가가 책임을 진다는 약속도 필요하다. 보상이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해결되지 않는 일은 없다’는 것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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