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가 민주주의의 새 장을 열고 있다
성주가 민주주의의 새 장을 열고 있다
  • 승인 2016.08.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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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지방분권운
동대구경북본부 상
임대표
1994년 이래 최고의 무더위에도 성주사람들이 40일째 촛불집회를 이어가며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성주군의 전지역주민들이 사드배치 철회 의사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국방부는 성주군민의 반대에도 성주지역에 사드 배치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지역을 보존하고 지키는 것은 지역주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정부가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지역의 안녕을 해치는 시설을 설치하려 한다면 주민이 자신의 정당한 의사를 표시하고 지역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설사 국가적인 필요가 있다하더라도 지역에 관한 결정은 그 지역사람이 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는 것이므로 정부는 지역주민의 동의를 먼저 구해야 한다.

과거 군사정권 하의 정부는 에너지, 수자원, 교통인프라 공급과 국가안보를 위해 자신의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주민을 밀어내고 공권력을 동원하여 국가사업을 추진해왔다. 민주정부시기에도 형식적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정부가 책정한 보상비를 지급하는 반강제적인 방식으로 국가사업을 추진해왔다. 아직도 정부당국은 국가사업을 주민의 반대가 있다 하더라도 추진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군사시설 배치를 강행해온 국방부, 수자원을 관리하는 다양한 방식중에 유독 대형 댐 건설만을 고집하는 수자원공사, 결코 안전하지 않는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줄여가기보단 추가건설을 고집하는 한국전력공사의 그동안 해온 행태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헌법정신을 훼손하고 지역이 가진 역사와 문화를 파괴하였으며 주민의 삶의 환경을 바꿔 위험에 노출시키고 말았다.

이제 정부의 모든 정책은 기본적으로 지방정부의 정책에 기반하고 지역주민의 의사를 반영해 수립돼야 한다. 정부의 복지, 고용, 교육, 문화, 에너지정책은 국민의 삶의 환경을 바꿔놓는 만큼 특별히 그렇게 해야 한다. 정부의 국방외교정책은 대통령이 책임지고 추진해야 하지만 국민과 주민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며 그래도 최소한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와의 협의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 정당성을 확보해야 국내외적으로 정책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금의 성주사태가 발생한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사드 배치 결정과 결정과정의 기망성 때문이다. 미국과 협의하여 이미 성주 성산포대를 최종 부지로 결정해놓고 평택, 음성, 칠곡, 양산, 원주 등 다른 지역을 선정할 것처럼 하다가 갑자기 성주를 사드배치지역으로 선정 발표해버린 것이다. 성주군의 누구와도 사전논의조차 없었던 것으로 민주국가라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행태를 박근혜정부가 보여줬다.

성주군민의 반발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설사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군사시설이라 하더라도 정부가 국민이 납득하기 힘든, 기망적인 방식으로 추진했다면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 사드가 국가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면 이제라도 국민적 동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민주주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국가안보의 목적이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최고의 국가안보다.

정부가 성주군민이 사드배치 반대와 철회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성주 내에 제3후보지를 성주군민에게 추천해 달라고 성주군수, 성주국회의원, 투쟁위 일부위원을 통해 요구하는 모양새를 만든 것은 정도가 아니다. 민주국가의 정부라면 우선 사드배치가 국가안보를 위한 것이며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국민과 정치권을 상대로 설득해야 한다. 국민과 정치권을 설득했다면 배치예정지역 단체장들과 지역주민과 협의하고 배치지역을 확정하면 지역주민의 의사를 존중하여 군사시설 설치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는 이러한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가 최고의 국가안보 자원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강행은 눈앞의 군사적 국가안보는 실현할지 몰라도 국민의 안보하려는 의지를 오히려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가 성주에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주군민은 매우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매일 저녁 성주군청 앞마당에 모여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촛불집회에서 군민들은 투쟁위의 활동을 보고받고 정부의 움직임과 언론의 반응을 점검하며 투쟁 현안에 대한 주민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투쟁위의 대응이 군민의 총의와 다를 경우 주민의 발언과 동의과정을 통해 군민 의사가 결정되고 있다.

이제 성주군청 앞마당은 민주주의 산실이 되고 있고 촛불집회는 군민총회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이 철회된다면 성주는 전국적인 평화와 생명지역 이미지를 갖는 한편 주민의 소통력과 주권자의식 향상, 자치역량 강화를 통해 성주발전의 기반이 마련되고 있을지 모른다. 성주는 주민자치를 통해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는 지역으로, 성주발 지방분권모델로 평가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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