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 노마드의 길을 연 전문대학
잡 노마드의 길을 연 전문대학
  • 승인 2016.08.3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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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하기가 어렵다. 식당이나 커피 점에 가보면 고만고만한 젊은이들이 아르바이트에 열중하고 있다. 취직이 될 때까지 임시방편이라고 하지만 하자세월이다. 직업의 귀천을 따질 여유가 없다. 전공에 맞는 일자리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인문 사회계 졸업자가 더더욱 그렇다. 졸업만 하면 취직이 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믿고 있던 자신도 부모의 마음도 타 들어간다.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도 반듯한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세상이다. 스마트폰 하나로 세상 돌아가는 일을 가름하는 시대가 되었다. 청년들이 직업을 찾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잡 노마드(job nomad)가 청년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일주일 전 몽골을 다녀왔다. 끝없이 펼쳐지고 있는 푸른 초원 어디에서나 조용히 풀을 뜯고 있는 양 무리와 말떼가 있었다. 뭉게구름이 푸른 하늘을 덮고 있는 먼발치에는 유목민들의 거처인 게르가 따가운 햇살을 받으면서 고즈넉이 앉아 있다. 목초지가 황토색 바탕을 내 비치면 유목민들은 또 다른 초지를 찾아 자리를 옮기면서 숙명처럼 살아간다. 햇볕에 잔뜩 그을린 유목민들의 덤덤한 얼굴에서 행복의 미소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잡 노마드는 몽골 유목민의 생활을 표현한 말이다. 작은 나라들로 구성된 유럽 국가의 젊은이들은 국경을 넘나들면서 좋아하는 일자리를 찾는 것이 거의 생활화 돼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젊은이들은 거의 갇혀 있었다. 개인이 외국 유학과 병행, 그곳에서 일자리를 얻는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작심하고 오로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해외로 눈을 돌려 잡 노마드가 되려는 젊은이들이 늘어가면서 이들을 지원하는 대학들의 움직임도 활발해 지고 있다.

인기 있는 대학은 취업을 잘 시키는 대학이다. 졸업과 취업을 연계할 수 있다면 대학도 살고 학생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요즘 학생들은 비교적 영리하다. 대학 간판과 스펙 등이 모자라면 국내 취업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려는 마음을 한 번쯤은 가진다. 용기가 부족해서 결단을 못 내릴 뿐이다. 여기에 대학이 힘을 보태면 달라진다. 올해 초 영진전문대를 졸업한 P씨는 지난 4월 초봉 3.350만원에 일본의 인터넷 쇼핑전문 업체 ‘이스토어’에 프로그래머로 취업했다. 퇴근 후 그는 요가를 하고 취미인 요리를 배우면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P씨의 길을 잡아준 것은 그의 모교 영진전문대학이다. 이 대학은 22년 전 기업현장이 요구하는 맞춤형 주문식 교육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창안했다. 최근 5년간 해외 취업자가 329명이나 된다. 특히 2007년부터 일본 취업을 전문으로 하는 ‘일본 IT 주문반‘을 운영하여 올해까지 160명을 일본 기업에 취업시킨 바 있다.

맞춤형 행정을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대학을 제치고 이 대학을 방문한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니다. 학생 취업의 길라잡이인 영진전문대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일본 취업을 강화하기 위해 2017학년도에 재팬비즈니스반을 특설하여 일본 비즈니스 분야 취업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일본 도쿄에 있는 HR인스티튜트 본사와 국제연계주문식교육을 위한 산학협력을 체결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일본 소니, 히타치, 도시바, 파나소닉, 혼다 등 유수한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컨설팅과 리더십교육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비즈니스 스킬 프로그램과 프로세스 컨설팅 분야에서 브랜드 이미지 1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경영 전문회사다. 대학 측은 재팬비즈니스반을 20명 소수정예체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일본 문화와 비즈니스, 비즈니스 일본어 중급, 문제해결 능력, 글로벌서비스품성계발 등에 교육의 초점을 두고 분야에서 경험이 일출한 일본 유수대학 출신의 교수가 강의를 맡는다고 한다. 한국학생이 일본의 대학생과 경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유목민이 좋은 꼴을 찾듯이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다는 잡 노마드의 정신으로 제 길을 개척해 나간다면 불가능 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 바탕을 마련해 주는 대학의 노력이 병행해야 함은 불문가지다. 남이 가는 길을 따라가서는 성공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글로벌시대에 학생들이 갈 길을 만들어 주는 대학 교육이 절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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