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초빙교수
대통령은 많은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도 중의 하나지만 임기는 제각각이다. 4년, 5년, 7년 등 다양하다. 중임을 허용하는 나라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독재 대통령들이 중임 후에도 3선 개헌을 통하여 영구집권을 획책했던 사례가 있어서 아예 5년 단임으로 못 박아 놨다.
박근혜가 대통령에 취임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임기종반이 다가오고 있다. 내년 2017년 12월19일에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시간으로 따져보는 타임 테이블을 살피면 각 정당마다 내년 9월말 아니면 늦어도 10월초까지는 공천후보자가 결정되어야 원만한 선거를 치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봄철에 시작한 공천경쟁이 여름철 막바지에는 전당대회를 거쳐 후보를 확정하게 된다.
따라서 대통령 경선에 나서고자 하는 이른바 잠룡(潛龍)들이 대선출마 의지를 표명하는 시기는 지금부터 시작하여 내년 초까지라고 볼 수 있다. 지금 한국의 정당 판세를 살펴보면 3개정당의 정립(鼎立)이 확고부동하다. 여당인 새누리당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제2야당 국민의 당이 각기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여 맹활약 중이다.
가장 주목 받아야 할 여당은 그동안 총선을 계기로 극심한 분열상을 노정했던 친박과 비박싸움이 아직도 여운을 남기며 발목을 잡고 있다. 다행히 전당대회에서 이정현이 혜성처럼 등장하여 잠시 소강상태를 이루고 있지만 대선경쟁은 그렇게 호락호락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총선실패로 내상이 깊은 김무성은 마음을 추슬러 본격적인 조직정비에 들어간 느낌이다.
그는 한 때 나이 70넘어서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없다고 말한 일이 있어 이번 대선이 60대 후반에 도전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에서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인물은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이다. 그의 정치적 캐리어는 전무하다시피 하지만 외교관으로 잔뼈가 굵었고 유엔사무총장으로 발탁된 뒤에는 세계적 인물로 부각된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박근혜대통령의 의중이 반기문에 있다고 주위에서 수군거리고 있어 앞날은 예측하기 힘들다.
그가 지난번 귀국했을 때의 언동으로 보면 대선출마 의지는 확실해 보였다. 오세훈은 총선실패로 동력을 상실했지만 잠재적 주자로 꼽힌다. 제주지사 원희룡과 경기지사 남경필은 뚜렷한 의사표명은 없었지만 언제라도 나설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여당에 비하여 야당은 상대적으로 풍성한 인물군을 자랑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부동의 친문세력을 공고히 한 문재인은 대의원 조직과 온라인 권리당원을 모두 장악하여 어느 누구도 넘보지 못할 독자세력을 구축했다. 추미애를 앞세워 친문진영에서도 걱정할 만큼 친노친문으로 결속을 다졌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강진에 칩거 중이지만 손학규는 교수와 언론인이 뽑는 가장 좋은 대통령후보다. 그의 출사표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김부겸과 안희정이 출마를 확인하고 나섰다. 탄탄대로였던 선거구를 버리고 과감히 대구에서 입지를 다진 김부겸은 중후한 인품과 실력을 겸비한 사람이며 안희정은 골수 친노이면서도 충남지사로서 흐트러지지 않은 중심을 잡고 보수와 진보를 모두 아우르는 합리적 행정력을 구사해 왔다.
서울시장으로 소신을 과시해온 박원순은 폭넓은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개인적 조직력만으로 당을 휘어잡기에는 한계가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에 몸을 던지는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
이들에 비해 일찍이 관심을 받고 있는 정치인이 안철수다. 그는 여려 차례 좋은 기회를 날렸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나 총선에서 국민의 당을 창당하는 기염을 보이며 예상외의 선전으로 호남을 장악하며 조직과 실리를 한손에 쥐었다. 국민의 당내에서는 그에 맞서 대선경쟁에 뛰어들 인물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동영 천정배 박주선 등 쟁쟁한 인사들이 진을 치고 있어 언제라도 격전을 벌일 수 있는 여지는 남아있다고 생각된다.
이들 중에서 누가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10년 주기로 바뀌어온 보수와 진보진영의 권력교대가 이번에도 실현될 것인지 못내 관심사다. 때마침 미국에서도 힐러리와 트럼프의 격전이 화제꺼리다. 내년 대선에서는 통일과 민생을 확고히 챙기는 후보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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