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 - 우리는 언제 아름다워지는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 - 우리는 언제 아름다워지는가
  • 승인 2016.09.0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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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누구나 살아가면서 곤경에 빠질 때가 있을 것입니다.

옛날, 어느 곳에 커다란 호수가 하나 있었습니다.

호숫가에는 아름드리 오동나무가 서 있었고, 그 나무 위에 가릉빈가(迦陵頻伽)라는 새가 살고 있었습니다.

가릉빈가는 목소리가 고왔습니다. 이 세상 새 소리 가운데 가장 신비한 소리를 낸다고들 하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리가 좋은 새라 하여 호성조(好聲鳥)니, 혹은 소리가 묘하다 하여 묘음조(妙音鳥), 또한 그 소리가 비교할 데 없이 아름답다 하여 미음조(美音鳥)라고도 불렀습니다. 몸은 새 모양인데 목은 용, 머리는 사람 모양이기 때문에 더욱 신비한 소리를 낸다고들 하였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런 신비한 소리를 낸 것은 아니었습니다. 보통 새와 똑같은 소리를 내었습니다.

어느 날, 가릉빈가 둥지가 있는 호숫가로 낚시꾼들이 찾아왔습니다.

밤이 되자 모기들이 낚시꾼들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아이고, 도저히 참을 수 없네. 모깃불을 피워야겠다.”

낚시꾼들은 젖은 나뭇가지를 꺾어와 불을 피웠습니다.

“아이고, 매워! 캑캑!”

둥지 속의 어린 가릉빈가들은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안 되겠다. 독수리에게 도움을 청하자!’

어미 가릉빈가는 얼른 바위틈에 있는 독수리에게 날아갔습니다.

“뭐라고? 낚시꾼들이 불을 피워 아기 새들이 다 죽게 생겼다고! 그럼 그냥 있을 수 없지!”

독수리는 얼른 호숫가로 날아가 날개에 물을 적셔왔습니다.

“아니, 이놈의 새가!”

낚시꾼들은 막대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래도 독수리는 계속 모닥불에 물을 뿌렸습니다.

그 때 호숫가에서 자고 있던 거북이가 눈을 떴습니다.

“이게 웬 소란인가?”

“큰일 났어요. 낚시꾼들이 불을 피워 우리 집을 태우려 해요.”

“그럼 내가 나서야지.”

거북이는 배에 진흙을 잔뜩 묻힌 다음 기어와 모닥불을 감싸 안았습니다.

“어, 이것 봐라. 스스로 불에 들어가는 놈도 있네. 다 익거든 뜯어먹자.”

낚시꾼들은 입맛을 다셨습니다.

그 때, 숲속에서 자고 있던 사자가 눈을 떴습니다.

“웬 소란이지?”

“큰일 났어요. 낚시꾼들이 우리 집을 태우려 해요.”

“그럼 안 되지. 우리 모두 식구들인데!”

사자가 달려와 낚시꾼들을 향해 으르렁거렸어요.

“이놈들, 물러가지 못할까!”

“아이쿠, 깜짝이야! 안 되겠군. 도망치자.”

낚시꾼들은 나무로 기어올랐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 오동나무는 불에 글려 뜨거웠습니다.

“안 되겠다. 다른 나무로 오르자.”

아침이 되자 세상은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낚시꾼들은 나무에서 내려와 투덜거리며 도망을 쳤습니다.

“에이, 새 고기 맛보려다 큰일 날 뻔했네.”

가릉빈가 둥지에도 다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독수리님, 거북님, 사자님!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엄마, 우리가 노래를 불러드려요.”

“그래, 그래! 그게 좋겠다.”

가릉빈가는 온 정성을 다 모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어, 가릉빈가가 이렇게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나?”

가릉빈가의 노래 소리를 들은 숲속의 모든 동물들은 귀를 곧추 세웠습니다.

그 때부터, 가릉빈가의 목소리는 세상 어느 목소리보다 더 아름답게 들렸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타고난 소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소리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는다면 그 어떤 목소리도, 그 어떤 행동도 다 아름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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