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에 안보리 성명은 안 먹혀
북한 핵실험에 안보리 성명은 안 먹혀
  • 승인 2016.09.1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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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객원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북한의 마구잡이식 핵실험은 점입가경의 경지에 들어섰다. 쇠귀에 경 읽기, 마이동풍, 배 째라와 같은 남의 말 안 듣기 시합이 있다면 가히 챔피언이 되고도 남을만한 실력을 갖추었다. 10여 년 동안 수십 차례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발사 등 세계가 싫어하는 도전만 거듭하던 북한이 드디어 9월9일 아침에 제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핵과 미사일은 소형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국방당국의 정보도 공개되었다. 국방부는 업무의 특질상 가능한 한 북핵이 수소탄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견해와 미사일사거리와 SLBM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느낌을 줬으나 이번에는 다르다. 북한은 엄청난 경비를 쏟아 부으며 기어코 핵보유 지위를 세계적으로 공인받고자 핵실험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핵보유국 지위를 획득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뿐이지만 실제로 핵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이스라엘 등이다. 북한이 여기에 끼어들고자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국제적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갖게 되면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함부로 넘보지 못할 것은 물론이고 3대세습의 나라인 북한의 김정은정권의 앞날이 탄탄해지리라는 속셈이 있어서다. 궁극적으로는 남한의 적화통일도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으로서는 절대 용납이 아 되는 문제다. 인권을 유린하고 동족을 살상하는 전대미문의 범죄를 저질렀던 북한이 핵폭탄을 내세워 남한을 적화통일 시킨다는 것은 또 하나의 재앙이다. 북핵을 용인할 수 없다는 한국정부의 굳센 결의와 국민전체의 의지는 하늘을 찌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점차 나빠져 가고만 있다. 왜 이렇게 몰리고 있을까.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을 마감하는 최후의 폭탄이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투하됨으로서 핵폭탄의 위력을 절감했다. 대 폭풍을 일으키며 순간적으로 수십만 명의 생령을 한꺼번에 죽음의 골짜기에 몰아넣는 가공할 위력은 전쟁의 공포와 함께 커다란 후유증을 남겼다. 원폭투하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피폭의 후유증은 암과 각종 질병의 근원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으며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인식된다. 이런 후유증이 경미하고 오직 파괴력만이 위세를 가졌다면 한국전쟁의 비롯한 수많은 전쟁을 치르고 있는 현실에서도 핵폭탄은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핵폭발의 낙진(落塵)은 결국 인류를 멸망시키고 말 것이라는 강력한 인식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핵은 아예 사용금지의 딱지가 붙어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라마다 핵은 가지고 싶어 한다. 여인들이 다이아몬드로 가공된 반지와 목걸이 등 악세사리를 좋아하는 것처럼 어떤 나라를 막론하고 핵은 꼭 가지고 싶은 보물이다. 후세인의 이라크, 카다피의 리비아, 호메이니의 이란, 김일성의 북한 그리고 아직도 군사독재자들이 네 활개를 펴고 있는 남미나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 제국에서도 어느 틈을 파고들어 핵을 개발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특히 테러단체인 IS는 가능하기만 하다면 훔쳐서라도 핵으로 무장하여 세계를 위협하고 싶어 한다. 강대국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 IS의 손에 핵무기가 들어가는 일이다. 자살폭탄을 밥 먹듯이 터뜨리는 그들의 행태로 볼 때 IS가 핵무기를 가지는 순간 인류는 멸망의 길로 들어설 게 뻔하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원자력을 통제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강력한 통제수단으로 활용한다. IAEA는 우리나라와 북한이 나란히 가입했었지만 북한은 탈퇴한 지 오래다.

국제원자력기구의 힘은 그 규제에 순응하는 국가에게만 효력을 발생할 뿐 탈퇴하고 제멋대로 구는 국가에게는 아무런 위력도 발휘할 수 없다는 뼈아픈 경고를 준 셈이다. 지금 국제적으로 가장 강력하고 모든 나라들이 가입하고 있는 국제기구는 UN이다. 유엔에는 안전보장이사회가 있어 16개국이 이사국으로 활동을 펴고 있으나 5개국 상임이사국이 단 한나라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모든 의안은 올 스톱이다. 6·25남침이 발발하자 유엔안보리가 소집되었다. 이날 회의에는 무슨 일인지 소련대표가 불참했다. 남침을 강행한 김일성 군대를 쳐부수기 위해서 유엔군이 파견되어야 하는데 만일 소련대표가 참석하여 반대표를 던졌다면 유엔군 파견은 불가능했다. 역사의 의문점으로 남겨진 문제지만 지금 유엔안보리는 북핵을 둘러싸고 매일처럼 회의를 열어 북한을 질타하는 성명을 채택하고 있다. 무시무시한 핵실험이 거듭되고 있는데 달랑 성명서 하나 발표한다고 꿈쩍이라도 할 북한인가. 온갖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다. 완전무결한 봉쇄는 불가능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진정으로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문제는 다르다. 그러나 그래 보이지 않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겉으로는 북한제재에 동참하는 척 하면서 실상은 뒷구멍을 슬그머니 열어두고 있으니 샐 것은 모두 새는 게 아니겠는가.

18세기 유럽에서는 나포레온을 코르시카 섬에 유배한 후 매일처럼 파리에서 회의를 열었지만 또렷한 결정을 못하고 질질 끌었다. “회의는 춤춘다.”는 말의 유래가 여기서 나왔다. 나포레온이 섬을 탈출하여 파리입성이 가까워지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결의를 다진다. 지금 유엔안보리의 성명서는 휴지조각만 날아다닌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그 기세는 여전하다. 북한의 핵실험 여진이 우리를 위협한다. 국제사회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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