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행복하셨습니까?
한가위 행복하셨습니까?
  • 승인 2016.09.2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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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대구광역시
여성행복위원회 위
원장 행정학 박사
또다시 한가위다. 멀리 떨어져 살던 가족이 함께 모여 조상들께 감사드리고 이웃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놀이를 즐기는 민족의 축제인 한가위는 분명 즐거운 날이다. 하지만 올해도 “추석 다녀오고 이혼 결심했어요”라는 기사와 함께 명절이혼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명절을 전후해 부부갈등이 깊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기사를 접하니 명절을 본래 의미대로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인류 역사는 만인의 평등과 참여를 향해 나아간다고 했던가. 사회는 민주화되고 있지만 가정은 그 속도가 너무 더디다. 민주화되고 있는 사회질서 속에서 개인이 사회에서 연대의식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가정은 일 년에 몇 번씩 의례를 통해 가부장적 질서를 가르치는 일을 지속하고 있다. 민주사회가 거부하고 있는 지배종속관계가 가정에서는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가부장적 가정생활의 경험은 가부장적 사회생활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가정이, 여성이 사회문제의 초점이 되는 것이다.

조선시대 이후 장자 위주의 가부장적 가례는 엄청난 물질적 발전과 변화 속에서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 함께 존재하는 현실을 경험하게 한다. 호주제가 폐지되고 법적 상속은 모든 자녀에게 똑같이 분배되지만 우리는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식으로 해석하는데 익숙하다. 동일인이 아들도 되고 사위도 되지만 엄마인 장모는 아들과 사위에 대한 성역할의 기준이 다르다. 똑똑한 딸은 이기적인 며느리가 되고 착한 사람은 사회와 가정에서 부리기 쉬운 노예가 되기 십상이다.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조상들께 감사드리고 이웃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놀이를 즐기는 민족의 축제인 한가위는 누구의 조상께 감사드리는지, 나누어 먹는 음식은 누가 만들어야 하는지, 설거지며 청소 등으로 놀이를 즐길 시간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지난 7월 “대구여성으로 산다는 것 - 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 라는 주제로 열린 대구시민원탁회의 사전조사에 의하면 대구여성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다(27.9%). 미래세대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대구여성의 현실로 남존여비의 가부장적 문화( 22.7%)를, 대구여성으로 살면서 느끼는 어려움이나 불평등 해소 방안으로 생애주기별 성평등 감수성 확대 및 성역할 고정관념 타파 캠페인(교육, 가사분담 등)을 꼽고 있다.

필자가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한 테이블에서는 내 아들이 가사분담하면 속상할 것,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지만 일하기도 바빠서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시민들의 의견이 이러하다면 시민이 짊어진 짐을 가볍게 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일, 이것이 행정의 존재이유가 아닐까?

가정에서의 각종 의례는 성별 차이만 아니라 세대 차이가 공존한다. 우리 아들 세대가 되면 제사는 없어질 것이라는 걱정은 현실이 될 것이다. 하지만 소수는 전통이라는 기치 아래 맏며느리, 혹은 며느리라는 명찰을 달고 그 일을 계속할 것이고 착하고 똑똑하고 예의바른 내 딸이 그 맏며느리가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막상 나의 일로 닥치면 억울하지 않도록 미리 뭘 할 수 있을까? 먼저 제도적으로 성역할 고정관념을 없앨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원탁회의에서 보았듯이 대구시민들이 원하고 있다. 성평등 교육의 새 판을 짜야 한다. 다음으로 의식변화와 관련해 지역 풍속의 바람직한 변화를 유도하는 일은 사회적 리더들의 역할에 기대를 건다. 대구의 리더, 리더가 되실 분들이 대구 여성들의 문제를 열심히 해결해 준다면 거기에 바로 행복 대구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구여성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대구의 가부장문화는 대구여성들의 소극적인 태도도 한 몫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딸로서, 며느리로서 받았던 부당한 대우를 시어머니가 되면 어느 정도 보상받을 수 있었다면 이제는 그마저도 기대할 수 없지 않은가? 아니 기대하는 것 자체가 가부장적이다.

나는 안 그런데, 이미 사회가 변했는데 언제적 얘기를 하느냐고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대구여성은 행복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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