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는 몇 까지 셀 수 있나 - 수 개념이 세상을 좌우한다
까마귀는 몇 까지 셀 수 있나 - 수 개념이 세상을 좌우한다
  • 승인 2016.09.2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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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야생동물들은 과연 얼마까지를 세고 나눌 수 있을까요? 만약 동물들이 수(數)를 구분하고 이용할 수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었을 것이라는 가설이 있습니다.

옛날 유럽의 어느 마을에 한 성주가 살았는데, 어느 날 성의 남쪽 모서리에 있는 탑을 바라보다가 그 탑 안으로 금빛이 감도는 새가 날아 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옳지. 저 새를 잡아다가 새장에 넣어두고 날마다 보아야겠군.’

성주는 곧 탑으로 향했습니다.

탑 안의 천장에는 새가 막 집을 짓기 시작하였는지 얼기설기 엮은 나뭇가지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성주가 아무리 기다려도 새는 날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밖으로 나와 처음 있던 곳에서 숨어 문틈으로 바라보았더니 새가 다시 지푸라기를 물고 날아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으음, 저 새는 사람이 들어가는 것을 보는구나.’

그 뒤에도 여러 번 몰래 탑으로 들어가곤 하였지만 새는 속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나도 다른 수를 써야지.’

성주는 하인 두 사람을 들여보낸 다음 잠시 뒤에 한 사람만 나오게 하였습니다.

멀리서 지켜보던 새는 날아오지 않았습니다.

성주는 다시 하인 세 사람을 들여보낸 다음 잠시 뒤에 두 사람을 나오게 하였습니다.

역시 새는 날아오지 않았습니다.

‘어디 그렇다면!’

성주는 하인 네 사람을 들여보낸 다음 잠시 뒤에 세 사람을 나오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새는 멀찌감치 나뭇가지에 앉아서 지푸라기를 문 채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어디 누가 이기나 보자.’

이튿날, 성주는 똑같은 옷을 입힌 하인을 다섯 사람 들여보낸 다음 잠시 뒤에 네 사람을 나오게 하였습니다.

그러자 잠시 뒤 새는 지푸라기를 문 채 탑 창문으로 날아 들어왔습니다.

그리하여 새는 잡히고 말았습니다.

새는 까마귀였는데 등에 햇빛을 받아 금빛으로 보였던 것입니다.

이 새는 결국 다섯과 넷이라는 수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까마귀는 새들 중에서 가장 영리한 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이 새가 그보다 더 많은 수를 구분할 줄 알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실험 결과에 따르면 까마귀, 비둘기, 앵무새 등의 조류(鳥類)는 2와 1, 3과 1, 3과 2, 4와 1, 4와 2, 4와 3 정도까지 구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들 조류는 사람처럼 수를 셀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눈에 확실히 띄는 정도를 구별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수의 개념보다는 양(量)의 개념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또 개, 말, 쥐 같은 동물들은 1에서 3까지, 더러는 4까지의 수를 이해한다고 합니다. 사람과 가깝다고 여겨지는 원숭이조차도 1에서 3까지를, 침팬지는 1에서 5까지의 수를 이해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동물들은 몇 가지 수를 겨우 양(量)으로 구별만 할 수 있을 뿐, 수(數)라는 개념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이솝우화에 돼지가 소풍을 가다가 몇 마리인지 세는 장면이 나옵니다. 만약 돼지가 정말로 수를 세었다면 엄청난 모습으로 이 세상은 다르게 굴러가고 있을 것입니다. 사람은 이 동물들과 연일 전쟁을 치러야 할 것입니다. 이 이야기 속의 돼지가 자신을 빼고 세는 것은 자신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것을 빗대기 위한 작가의 장치입니다.

수 개념은 소유 개념과도 통합니다.

만약 사람에게 이 소유 개념이 부족하여 내 것이 아닌 것을 계속 탐낸다면 어떻게 될까요?

‘호붕우(好朋友)는 명산장(明算帳)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친구일수록 주고받는 계산이 분명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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