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 승인 2016.09.28 08: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복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지방자치
연구소장
달갑지 않는 얘기지만 한국이 일본을 닮아간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모든 면에서 그만치 뒤쳐졌다는 말도 되고 가까운 나라라서 문화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얘기도 된다. 긍정적이든 그 반대건 일본과는 인연이 깊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억지 말이지만 최근의 잦은 지진 여파도 일본을 따라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국은 지진과 상관없다고 여겨 왔던 터에 지진 발생은 국민들을 놀라게 했고 경주 지진 진앙지 주민들은 지금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진의 나라 일본에서 축적하고 있는 지진에 관한 연구와 대피 방법 등 노하우를 배워 와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의식적이든 아니든 일본으로부터 학습해야 할 부분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노인복지 문제가 그렇다. 일본은 국민 4명당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초고령사회가 된 것이다. 사회복지제도가 잘 돼 있는 일본이지만 노인인구가 급격히 늘어남으로써 노인요양원 등 노인전용복지시설이 부족하고 보호가 필요한 노인들을 도울 서비스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서 노인복지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노인이 병들면 으레 요양원에 가는 것이 일상화된 일본에서 제 때 입소하지 못하고 대기하는 노인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작년에는 대기노인이 52만명으로 5년새에 12만명이나 증가 했다고 한다. 이렇게 요보호노인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이들을 돌볼 요양보호인력은 도리어 줄고 있다고 한다. 일이 힘들고 타 직종에 비해 임금이 낮아 노인 돌보는 일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는 사실이지만 요양노인 환자의 질병 중 으뜸은 치매다. 치매환자 돌보기가 어렵다는 말은 하지만 요양보호사 등 간병직원들은 치매 노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매달려 한시라도 방심할 수가 없다. 간병 대상자의 몸 상태와 기분을 체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식사, 독서, 산책, 목욕, 세탁, 심지어 쇼핑하는 일도 도와줘야 한다. 환자들이 화를 크게 내거나 손찌검을 해도 웃으면서 받아줘야 하는 봉사직업이다. 치매환자 노인의 집을 방문하면 화투를 치자거나 노래를 불러달라고 떼를 쓰는 노인도 있고 거절하면 욕을 하고 마구 때리기도 한다는 방문요양사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최근 요양보호 인력확보에 비상이 걸린 일본정부가 그 처방을 내어 놓았다. 요양보호사와 간병인을 구할 수 없어서다. 일본정부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에게 ‘방문간병’을 맡기기로 했다. 업무를 배워 4년간의 체류기간 중 간병복지사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계속 일본에 거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요즘 노인요양복지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요양보호시설을 이용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에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10년 후 쯤에는 초고령사회(인구의 20%이상이 노인)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의 전철을 따라가는 것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사회의 충격을 지진에 빗된 ‘인구지진(Age-quake)‘에 봉착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아직은 노인문제나 요양인력을 크게 걱정할 여지는 아니지만 급작스레 찾아오는 지진에 대비하듯이 노인요양정책에 신경을 써야 한다.

젊은이들이 아르바이트로 쉽게 얻는 마트일 조차 요즘은 3D업종으로 밀려나고 있다는데 요양원 같은데서 일하려고 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대학원에서부터 전문대에 이르기까지 사회복지전공자들이 많이 배출되고 이들이 요양보호사 자격까지 갖추고 있어 자원이 많을 것 같지만 지금 요양원에서 일하는 인력은 단기교육을 받은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뿐이다. 일이 궂은 탓이다. 이들의 월수입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150만원을 못 채운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는 약 225만원 정도다. 노인요양시설에서 중간관리급에 속하는 사회복지사는 직접 간병일은 하지 않지만 이들의 보수도 타 직종에 비해 아주 낮은 편이다. 봉사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평생직으로 선택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사회복지예산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사회복지 전문직의 보수는 지방자치단체의 사정에 따라 뒤죽박죽으로 통일성이 없다. 개선돼야 할 점이다. 일본의 노인요양문제는 곧 우리에게 닥칠 문제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