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 한글로 비추다
온 세상, 한글로 비추다
  • 승인 2016.10.0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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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학교장
2016년 10월 9일 한글날은 570돌이다. 올해는 ‘570돌 한글날 온 세상, 한글로 비추다.’의 구호로 이틀에 걸친 음악 축제 안내가 되어 있다. 인터넷에는 한글날이 공휴 국경일인데 왜 대체 임시공휴일을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가장 많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다른데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어기본법 제20조에는 정부는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범국민적 한글사랑 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하고 기념행사를 한다고 되어 있다.

국내외에 알릴만한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은 무엇일까? 사실 한글은 세계인이 인정하는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독창적인 글자이다. 세계에는 300여 종의 글자가 있지만 창제 동기, 창제한 날짜, 창제 목적, 반포를 거친 글자는 오직 한글뿐이다. 그뿐인가 창제자가 임금으로 어리석은 백성을 깨우치기 위해서 글자를 만들었다는 것은 특이한 상황이다.

일본의 천문학자인 와타나베 가즈오는 지금까지 세종보다 대단한 임금을 본적이 없다고 하였다. 가즈오는 1996년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을 발견하였다. 그 해 세종대왕 탄신 600돌을 기념해서 별 이름을 ‘세종’이라고 붙였다. 세종대왕이 위대한 글자를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펄벅도 ‘한글은 24개의 알파벳으로 어떤 언어라도 표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글은 천지자연 우주 자연의 글자라고 극찬을 했다. 정인지가 쓴 훈민정음 해례본의 ‘천지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반드시(有天地自然之聲) 천지자연의 글이 있다,(則必有天地自然之文)’고 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또 한글은 말과 소리를 일대 일 대응 시켜서 말소리를 정확하게 적을 수 있는 과학적인 글자이다. 한글의 자랑은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는 글자, 소통과 나눔의 글자, 디지털시대의 과학성을 대변하는 글자이다.

‘한글의 탄생’을 쓴 일본학자 노마 히데키(野間秀樹)는 한글이라는 글자를 안다는 것은 한 가지 독특한 글자 체계를 아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음(音), 즉 소리로 성립된 말을 도대체 어떻게 해서 글자로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정말 신비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세종실록’에 나타난 한글의 창제 동기를 살펴보면 첫째가 법조문과 관련된 백성들의 억울함을 없애는 것이고 둘째가 사회 기풍과 풍속의 변화에 있었다.

당시 신하들의 훈민정음 창제 반대에 세종은 ‘백성으로 하여금 알지 못하고 죄를 범하게 하는 것이 옳겠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백성들이 법을 알지 못하는데 죄를 짓지 말라고 하는 것은 조삼모사의 술책에 가깝다 하였다.

세종은 최초로 훈민정음으로 공문서를 작성하여 훈민정음 보급에 힘썼다. 첫 공문서는 죽은 소헌왕후를 기리는 불교행사 개최를 반대한 관리들에게 벌을 주라는 내용이었다. 한자나 이두로 작성된 공문서에만 익숙하던 의금부와 승정원 관리들은 훈민정음 공문서가 낯설었다. 하지만 관리들은 훈민정음 공문서를 보면서 새 글자의 힘에 놀랐다. 당시는 한자나 이두로 작성된 공문서를 우리말로 번역해 겨우 이해했다.

그런데 훈민정음으로 쓰인 공문서는 마치 임금의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주듯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임금이 지적한 관리들의 잘못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는 국어기본법 제14조에 의거한다. 공문서 작성의 맥은 이어졌다. 10월 9일을 ‘세계 언어학의 날’로 정하자고 한 독일의 하스펠 마트, 한글날마다 강의를 쉬고 기념잔치를 여는 미국의 맥콜리 교수, ‘한글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라고 한 영국의 샘슨, 문맹 퇴치에 기여한 사람에게 시상되는 ‘세종대왕상’의 이름을 붙인 유네스코 등은 온 세상을 한글로 비추고 있다.

지난 550돌(1996년) 한글날에는 국내 행사가 다양하였다. 전시회, 기념공연, 학술 행사, 공모전, 기념우표 발행, 특별전 등이 있었다. 국제행사로는 국제 한국 언어학대회, 한국어 국제 학술 세미나, 훈민정음 CD 제작 등과 같은 행사들이 연중 계획되고 추진되었다. 올해도 범국민적 한글 사랑을 높이기 위하여 주무부처에서 ‘온 세상, 한글로 비추다.’행사에 연중 더 적극적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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