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내고 삽시다!
내 돈 내고 삽시다!
  • 승인 2016.10.1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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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대구시여성
행복위원장 행정학
박사
지난달 말, 마을축제 먹거리 장터에서 국밥 사먹으며 마을모임을 하기로 했던 점심모임이 당일 급하게 취소되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때문에 먹거리 장터를 못한다는 이유였다.

법으로 마을축제 장터를 못하게 해요? 그 법 문제 있네요. 그 법이 어떤 거예요? 주민들이 공무원과 만나면 안된데요. 등 참석하기로 했던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은 한 끼를 함께 못한다는 본능적인 아쉬움에서 도대체 그 법이 뭘까? 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관계공무원은 예산집행 문제와 시행 3일째라 단속 시범케이스가 될 수 있어서 행사 일부를 취소했다고 한다. 이 법과 관련해 연일 오르내리는 공직자의 각종 비리를 제대로 없앨 수 있을까?

2011년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제안했다는 이유로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약칭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收受)를 금지함으로써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공직자가 부정한 청탁을 받아서는 안 되고 금품 등을 받아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때 금품이란 금전을 비롯하여 유가증권, 부동산, 물품, 숙박권, 회원권, 입장권, 할인권, 초대권, 관람권, 부동산 등의 사용권 등 일체의 재산적 이익과 음식물·주류·골프 등의 접대·향응 또는 교통·숙박 등의 편의 제공 등이 포함된다. 물론 취업제공, 이권(利權) 등도 해당된다.

스폰서 검사, 벤츠 여검사 등의 사건들이 ‘대가성,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 받고 세월호 사건 이후 관피아 문제가 밝혀지는 등 최근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공직자의 부패ㆍ비리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부패척결 여론은 이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공직자등의 금품 등의 수수행위를 직무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없는 경우에도 제재가 가능하도록 강력하게 규정하고 있다.

국가는 일찍이 공직자가 공정하고 청렴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을 조성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했음에도 그 책무를 다하지 못했고 국민들은 공직자를 믿지 못하고 또 한편으론 부러워했던 것이 사실이다. 내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믿었으니까.

법의 정신이 아무리 좋아도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정청탁, 금품 수수 등에 있어서의 모호하고 광범위한 규정이다. 직무관련성은 현재, 미래도 함께 고려할 문제이다. 제공자와 공직자등이 사교·의례 등의 목적으로 함께 하는 경우에 제공되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 등의 가액 범위를 3만원, 5만원, 10만원으로 정해 놓아 금액이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사교는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가 위축될 수 있으며 대인관계가 지나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당장 한우 선물세트, 비싼 오페라 티켓이 안 팔리고 고급 한식당이 썰렁하다고 걱정한다. 뒤집어보면 우리 경제가 이렇게 부정부패를 딛고 유지되었나 싶다.

이 법은 집행의 대상그룹이 확실하다. 공무원의 의지, 란파라치 라는 수단과 동료 공무원의 내부 고발 등을 통한 상호감시 등을 기대한다면 단숨에 목적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운전자가 더 이상 운전면허증 뒤에 만 원짜리 두 번 접어 붙여 놓지 않듯이.

법 시행이후 업무회의 차 잦았던 회식이 줄어들어 직장인들의 저녁시간이 달라졌다는 보도는 일과 가정을 함께하는 삶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주부만 아니라 아이들도 반길만 하다. 저녁이 있는 삶은 직장인의 꿈 아니었던가.

자기 돈 안 아까운 사람은 없다. 공직자에게 돈이나 선물을 줄 때는 반드시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고 공직자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청탁금지법의 정착은 공익을 실현하는 자로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물론 청탁 받을 일도 없고, 내 돈 주고 먹는데 익숙한 대부분의 시민은 이 법이 문제될게 없다. 법이 복잡하다고? 이것만 기억하자.

반드시 원칙대로 하고, 내 돈 내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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