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양각나팔을 불 것인가
누가 양각나팔을 불 것인가
  • 승인 2016.10.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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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아브라함이 그 아들 이삭을 하나님께 번제로 드리려 할 때에 하나님은 숫양을 예비하셔서 이삭 대신에 번제하도록 하셨다. 양각나팔은 이삭을 대신하여 번제로 드려진 그 숫양의 뿔로써 만든 나팔이다.

구약성경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집트를 떠난 지 삼 개월 만에 시내 광야에 도착한다. 백성들은 그 곳에 장막을 쳤고 모세는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시내 산에 올라간다.

모세가 하나님을 맞으려고 산기슭에 서 있을 때에 시내 산에 연기가 자욱하고 하나님께서 불 가운데서 강림하신다. 그 때에 나팔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모세와 하나님의 대화가 시작된다. 성경에서 양각나팔 소리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장면이다.

그 후 양각나팔은 전쟁의 위기나 희년에 그리고 회개를 촉구할 때 제사장이 불었다. 이때 제사장이 부는 양각나팔 소리는 전 국가적 위기를 예고하거나, 전 국민적 희소식을 알리거나 혹은 공동체에 대한 회개를 촉구하는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구약 혹은 이스라엘에게만 의미가 있었던 양각나팔은 숫양이 상징하고 있는 예수를 통해 이 시대 우리에게도 그 의미가 확대된다. 신약성경은 예수의 재림과 함께 하늘에서 들려 올 마지막 나팔소리를 우리에게 예언하고 있다.

요즈음 우리들은 북핵의 위협과 지진 그리고 강력한 태풍의 영향 등으로 예사롭지 않은 위기를 생생하게 실감하고 있다.

이런 외적 위기와 아울러 이미 상실된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감은 우리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더구나 2017년 대선을 통해 현 정권을 대체할 새로운 정권의 탄생을 기대해 보지만 아마 차기 정권에 기대를 거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나 정당 대표들의 국회 연설에서 어떤 희망을 가져 볼 수 없다. 정치인들은 SNS에서 가벼운 입담을 부끄러움도 없이 배설한다. 입으로 하고 글로 쓴 말이 마치 배설한 똥같이 역겨운 냄새를 풍긴다.

종교인들도 강단과 SNS에서 많은 소리를 낸다. 그 글이 때로는 상당히 자극적이어서 좀 인기를 끌고 관심을 받기도 하지만 상당히 편향적이고 거칠기도 하다. 대중을 향하여 외치는 말과 글이지만 양각나팔 소리와 같은 울림과는 거리가 멀다.

누가 양각나팔을 불 것인가? 마지막 나팔소리가 하늘에서 들리기 전에 누가 양각나팔을 불 수 있을 것인가? 약하고 억눌린 자에게 진정한 자유를 줄 수 있는 기쁨의 양각나팔 소리, 눈앞에 닥쳐 온 국가적 위기를 경고하는 양각나팔 소리, 종교를 비롯한 교육, 경제, 정치, 사회 거의 모든 영역마다의 썩어 문드러진 부패로부터의 돌이킴을 촉구하는 양각나팔 소리. 그 나팔을 누가 불 것인가?

양각나팔 소리를 들어 본 사람만이 양각나팔을 불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양각나팔 소리가 들렸을 때, 그 소리를 들어 본 사람만이 양각나팔을 불 수 있었던 것처럼. 그러려니 ‘누가 양각나팔을 불 것인가’ 라는 질문은 ‘누가 양각나팔 소리를 들어 보았는가’라고 바꾸어 물음직하다.

누가 양각나팔 소리를 들었는가. 나팔 소리 들릴 때 그 분의 임재를 누가 느껴 보았는가. 나팔 소리와 함께 누가 그 분과 대화를 나누어 보았는가? 그 분의 임재와 그 분과의 대화를 경험한 자만이 양각나팔을 불 수 있다. 그 분이 꼭 하나님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역사일 수도 있고 국가일 수도 있고 시대일 수도 있다.

양각나팔을 불기 위해 입술을 대면 양각나팔 속에서 숫양의 뿔 냄새가 풍겨온다. 성경에서 숫양은 사람을 사랑하여 자기 목숨을 던진 예수를 상징한다. 숫양의 뿔로 만든 양각나팔을 부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여 자기 목숨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다.

광야의 소리, 세례 요한은 당시의 유대 나라에서 400년 암흑기를 깨는 양각나팔을 분 사람이었다. 남루한 차림이지만 하늘의 권위를 가지고 외친 그의 소리에 온 이스라엘이 주목했다. 그리나 그는 참수당했다. 그렇게 죽은 그를 예수는 ‘여자가 낳은 자 중에 가장 큰 자’라고 평가했다.

그의 나팔 소리 덕분에 주의 오실 길이 돋우어지고 곧게 되었다. 이제 누가 우리를 위해 양각나팔을 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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