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의 이변 ‘밥 딜런’
노벨문학상의 이변 ‘밥 딜런’
  • 승인 2016.10.1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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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정 소설가
지난13일 저녁8시(한국시각) 스웨덴의 한림원이 2016년도 노벨문학상수상자로 미국의 대중가수 밥 딜런을 발표하자 일본의 인기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수상할 것으로 예상했던 전 세계 문학인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고 한마디로 놀라움과 탄성이 쏟아진 깜짝쇼였다. 노벨문학상에 시인이나 소설가가 아닌 작사·작곡을 하는 대중가수가 선정된 것만으로도 이와 같은 반응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으며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이변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밥 딜런은 몇 해 전부터 도박 사이트인 래드브룩스 등에서 유력한 노벨문학상후보로 거론되어왔고 금년에도 확률이 10위권 내에 랭크되었으며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노랫말이 보여준 ‘새로운 시적표현’을 수상근거로 들고 있어 우리만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고 말았다.

밥 딜런은 1941년 미국 미네소타주 덜루스의 유대인집안에서 태어나 10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10대에 여러 밴드에서 음악활동을 하며 미국의 포크와 블루스에 심취하여 미네소타주립대학1년을 중퇴한 뒤 뉴욕으로 가 그의 우상이었던 우디 거스리를 만나 배움을 청하고 클럽을 전전하며 연주를 하다가 1962년 컬럼비아 레코드를 통해 데뷔했다.

이후 세계팝음악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 음반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미국가수 존 바에즈, 피터 폴 엔 메리 등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고 우리나라의 가수 김민기, 양희은, 김광석 등도 밥 딜런을 비롯한 미국의 포크음악을 배경으로 하여 음악활동을 시작하고 성장했다.

스웨덴 한림원의 보도 자료에 의하면 그가 우디 거스리와 같은 음악가뿐만 아니라 초기 비트세대작가들과 현대 시인들로 부터도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길 위에서’의 잭 케루악이나 시인 앨런 긴즈버그 등이 그에게 영향을 끼진 문인들이며 딜런이란 그의 이름도 스코틀랜드시인 딜런 토머스의 이름에서 따와 개명한 것이라며 문학인들과의 교유를 애써 강조했다.

밥 딜런은 1960년대 미국의 반전저항운동을 주도했으며 그의 대표곡인 ‘블로인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는 70, 80년대 우리나라의 학생운동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이외에도 그의 대표곡으로 ‘더 타임스 아어 체인징’, ‘라이크 어롤링 스톤’, ‘미스터 템버린 맨’ 등이 있으며 이런 음악들은 자신의 시대에 아이콘이 되어왔고 그는 음악뿐만이 아닌 배우, 화가, 시나리오작가로도 활동했으며 1973년 작품집인 ‘글과 그림’을 펴내기도 했다.

그는 11번의 그래미상과 골든글러브상, 아카데미상,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명예의 전당 4곳에도 이름을 올렸으며 1996년부터 미국의 문인단체들이 딜런에게 노벨문학상을 줘야한다고 스웨덴 한림원에 청원을 시작하여 20년 만에 결실을 본 것이며 저명한 문학평론가인 크리스토퍼 릭스는 그를 엘리엇, 키츠, 테니슨과 같은 시성(詩聖)의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쯤 되면 딜런이 시인이냐 아니냐하는 논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노래로 불리고 음반으로 발매되었다는 이유로 문학이 아니라고 한다면 스웨덴 한림원이 115년의 역사상 처음으로 노랫말도 문학의 한 장르임을 2016년 노벨문학상으로 쐐기를 박았다고 볼 수 있다.

노벨물리학상이나 화학상이 유명과학자나 대학교수가 아니라도 인류에 공헌했다면 중소기업의 기술자도 받을 수 있듯이 문학상도 저명작가가 아닌 대중가요작사가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작사가를 시인으로 대접해주지 않았고 얼마 전에 작고한 원로작사가 정두수 선생도 서라벌예대를 나온 시인이었으나 가사(歌詞)를 쓴다는 이유로 시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외국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수필을 우리만 문학으로 인정하면서도 우리의 작사(作詞)를 작시(作詩)라고 표기하는 일본과는 대조적으로 노랫말을 시로 인정하는 데는 인색하기만 했다.

113명의 역대 노벨문학상수상자중 문학인이 아닌 경우는 정치가 처칠과 철학자 사르트르 등 7명이나 되는데도 이번 노벨문학상을 ‘코미디’로 조롱하는 몇몇 특정인이 우리문단을 좌우한다면 세계문학계에서 한국문학은 국제미아로 전락될 수도 있으며 우리가 언제쯤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딜런의 자서전제목처럼 ‘바람만이 아는 대답’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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