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국가의 품격을 낮춘 김영란법
스스로 국가의 품격을 낮춘 김영란법
  • 승인 2016.10.1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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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호 논설실장
언론은 사주의 개인 소유물인가? 일반인이나 독자는 ‘아니다’라고 할 것이다. 언론사에 대한 법적인 시각은 분명 개인의 사적 소유물이 될 수 있다. 주식의 소유권을 가진 사람은 언제든 주식을 처분, 양도,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왜 ‘언론은 개인 소유물이 아니다’라고 생각할까?

언론의 기능 때문이다. 언론은 정보전달에 그치지 않고, 정보전달을 통해 국민의 여론을 조성함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성은 국가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능을 한다. 국가정책은 또 국민의 삶의 모습을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여론을 담당하는 언론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사명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기능 때문에 ‘언론은 사회의 소금’이다.

오늘날 언론은 과연 ‘사회의 소금’일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언론의 본래적 기능은 ‘사회의 소금’이지만, 현실적인 모습은 ‘국민에게 고혈압을 유발하는 못된 소금’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 법)’에 언론인이 포함된 것은 국가의 수치이자 국가의 품격을 스스로 낮추는 일이다.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감시해 그들의 권력 남용에 대한 강력한 해독제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인들이 공직자들과 나란히 부정부패의 처벌 대상에 오른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인들도 철저하게 반성해야 하지만, 김영란법은 국가 품격을 낮추고 법치주의를 내건 나라의 창피이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언론의 횡포를 막기 위해 언론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은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산간을 태우는 꼴’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언론을 통치(?)하려는 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정부는 언론을 정부를 위협하는 존재로 보았기 때문에 이를 다스릴 특별한 법질서를 만들고 싶어 한다. 물론 언론도 어떤 법으로부터도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언론인도 시민과 똑 같이 법의 지배에 따르며 일반 법률에 의해 규제를 받는다. 문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인들이 언론 특별법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별법을 한 번 만들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자유언론을 침식하려는 유혹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정치인들을 책임 있게 만드는 언론의 역할과 기능이 정치인들에 의해 위협받고 좌지우지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언론을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에 이은 ‘제4부’가 아닌 ‘4부류’로 만들려는 의도다. 과연 언론이 4류로 취급받는 사회가 바람직한 것인가?

1791년 승인된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는 “의회는 언론자유를 제한하는 어떤 법률도 만들 수 없다”고 명시했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언론규제를 법으로 만드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한국처럼 김영란 법에 언론을 끼워 넣은 것은 더더욱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에서 언론자유는 단순한 법이나 철학의 개념이 아니라 거의 종교의 교의처럼 인식된다. 언론자유를 보호하고 보장하기 위한 수정헌법 제1조는 미국인들의 삶의 방향과 방식을 지배하는 가치체계의 중심축이다. 그들은 수정헌법 제1조가 언론자유를 통해 그들의 이상을 이룩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일부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언론인들이 언론자유를 오·남용한다고 해서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감시·비판하는 언론의 기능을 부정해선 안된다. 언론자유의 오·남용이 악일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 권력이 그 보도를 막는 것은 더 심각한 공공의 악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미국인의 시각과 김영란 전 대법관의 언론자유와 자유언론에 대한 인식의 수준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언론인에게 김영란법을 현실적으로 적용하는데도 문제가 많다. 언론인은 변호사나 의사와는 달리 면허증이 없는 직업이다. 정부가 기자 면허증을 발급하는 것은 언론자유를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로 꼽힌다. 우리나라도 5공화국 때 언론기본법에 따라 문공부에서 기자증을 발급한 적이 있다. 정부 언론 통제와 탄압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되면서 그 제도는 폐지되었다. 또 누구를 언론인으로 볼 것인가에서부터 언론인을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논리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나아가 김영란법 적용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죄형법정주의 정신에도 어긋난다.

언론인이 김영란법을 극구 반대하는 이유는 소위 ‘기득권 지키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언론인은 기득권자가 아니다. 박봉에 시달리면서 언론자유라는 소명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다. 언론자유를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김영란 법의 언론인 조항은 삭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법적 근거가 없거나 법리상 무리인 조항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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